프리퀀시 Frequency (2000)

2010.02.07 22:45

DJUNA 조회 수:208292

감독: Gregory Hoblit 출연: Dennis Quaid, James Caviezel, Andre Braugher, Elizabeth Mitchell, Noah Emmerich, Shawn Doyle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30년 전 사고로 소방관 아버지 프랭크를 잃은 뉴욕 형사 존 설리번은 아버지의 낡은 유품인 햄 라디오를 만지작 거리다가 그만 30년 전의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미래의 존이 해준 경고를 따른 아버지는 화재 현장에서 살아남지만, 바뀐 역사로 인해 마땅히 죽어야 했던 나이팅게일 연쇄 살인마도 살아나고 말죠. 존과 프랭크는 30년의 시차를 뚫고 나이팅게일 살인마를 저지하려 뜁니다. 그러는 동안 존의 과거는 조금씩 바뀌어가고요.

[프리퀀시]는 영리한 장르물입니다. 설정 자체가 영리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햄 라디오를 통해 시간을 초월한 대화를 나눈다는 아이디어는 SF에서 아주 보편적이지요. (그러니까 [동감]이 먼저냐, [프리퀀시]가 먼저냐 따위의 논란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건 두 서부극 모두에 총싸움이 나왔다고 어느 쪽이 표절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아요.) 그를 받쳐주는 과학적 아이디어도 아주 민첩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 영화에는 [백 투더 퓨처] 이상의 논리 구조는 없습니다. 평행 우주 운운에 대한 이야기가 홍보물에 깔려 있는데, 그런 이야기는 꼭 꺼낼 필요도 없었어요. 이 영화는 단일 시간선을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앞에서 아무리 수퍼 스트링 이론이 어쩌니 보다 융통성 있는 시간이 어쩌니 떠들어대도 흘러가는 시간선은 여전히 하나이며 주인공이 과거를 바꾸면 바뀐 시간선은 주인공의 시간선과 겹쳐집니다.

하지만 장르 게임으로서 [프리퀀시]는 훌륭합니다. 논리적으로는 살짝 미심쩍을지 몰라도, 영화는 관객들을 흥분시킬 아이디어들을 잔뜩 가지고 있습니다. 바뀐 과거에서 살아남은 아버지가 책상 위에 지진 글자가 미래의 아들 눈 앞에 나타나는 장면이나, 미래의 아들에게 보내기 위해 아버지가 증거인 지갑을 숨기고, 그걸 미래의 아들이 곧장 받아보는 장면, 그리고 30년의 사이를 두고 부자가 같은 살인마와 싸우는 장면이 교차 편집으로 보여지는 마지막 액션같은 것들을 보면 정말 신이 납니다. [프리퀀시]는 장르의 가능성을 잔뜩 활용한 영리한 영화이며, 이 영화의 진짜 가치는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이를 보완해주는 부수적인 요소들이 있습니다. '과거가 바뀌었으면'이라는 고전적인 소망 성취 욕구를 지독하게 미국적인 정서를 통해 꾸며내는 방식도 재미있군요. 그놈의 야구 경기는 여기서도 나오지만 (정말 미국 야구광들은 그 긴 미국 야구사를 그런 식으로 꿰뚫고 있을까요?) 얄미울 정도로 배타적이기까지한 부자 사이의 정을 이용하는 수법은 특히 주목할 만 합니다. 저한테는 거의 가부장제 옹호로까지 보이지만, 그래도 끝없이 바뀌는 시간선과 30년이나 되는 시간차를 사이에 두고 이어지는 두 사람의 찐한 애정에서 아무 것도 느끼지 않고 맹하게 있을 수는 없죠. 데니스 퀘이드와 제임스 카비젤, 엘리자베스 미첼(이 사람의 염색한 갈색 머리는 좀 익숙해지지 않지만 말입니다)은 모두 잘 캐스팅된 좋은 배우들로, 모두 이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공신들입니다.

[프리퀀시]는 특수 효과가 아닌 아이디어와 아이디어의 활용이야 말로 SF 영화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또다른 작은 예입니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모든 것에는 기초가 중요한 법입니다. (00/12/12)

★★★

기타등등

각본가인 토비 에머릭은 이 영화에서 고도로 출연하는 노아 에머릭의 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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