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미카엘 호프스트룀 Mikael Håfström

주연
존 큐삭....마이크 엔슬린
John Cusack....Mike Enslin
사무엘 L. 잭슨....제랄드 올린
Samuel L. Jackson....Gerald Olin
메리 맥코맥....릴리 엔슬린
Mary McCormack....Lily Enslin
자스민 제시카 안소니....케이티
Jasmine Jessica Anthony....Katie
토니 살룹....샘 패럴
Tony Shalhoub....Sam Farrell
노아 리 마게츠....벨보이 노아
Noah Lee Margetts....Bellboy Noah

마이크 엔슬린

귀신들린 집 영화 하나 추가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귀신들린 방' 영화지요. 스티븐 킹의 동명 단편을 각색한 미카엘 호프스트룀의 [1408]에서 악당노릇을 하는 공간은 뉴욕의 돌핀 호텔 1408호 객실입니다. 숫자만 해도 불길해요. 1+4+0+8은 13이고 서구권에서 14층은 사실 13층이니까요.

여기에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요? 아뇨, 그 방은 그냥 사악해요. 사람들을 괴롭히고 죽이는 걸 그냥 좋아하는 거죠. 누군가 그 방에 들어가면 그 사람은 온갖 고통을 겪은 뒤 한 시간 안에 죽습니다. 호텔에서는 쓸데없는 죽음과 소문을 막기 위해 그 방을 조용히 비워둡니다.

여기에 우리의 주인공 마이크 엔슬린이 들어갑니다. 그는 딸이 죽은 뒤로 사후 세계에 집착하는 호러 작가로, 지금은 귀신이 나온다는 장소들만 골라다니며 그곳들에 대한 책을 씁니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진짜 초자연현상을 겪은 적은 없어요. 책을 쓰기 위해 그 방에 들어가기 전에는요.

1408번 객실은 [더 헌팅]의 힐하우스처럼 은밀하게 불길한 공간이 아닙니다. 객실은 염치없고 뻔뻔스러운 사디스트이며 거의 유쾌하기까지한 사악한 유머의 소유자입니다. 무척 스티븐 킹다운 악당이죠. 그 방이 다른 손님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마이크 엔슬린에게 한 짓을 보면 짐작은 가네요. 피해자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그 사람의 가장 끔찍한 악몽을 끄집어내 확장하는 거죠. 잠들 때를 기다려 악몽을 풀거나 하는 정도가 아니에요. 방의 폭력은 정신적일 뿐만 아니라 물리적이기도 합니다. 맘만 먹으면 주인공에게 둔기를 휘둘러대는 짓도 서슴지 않죠.

[1408]은 영화적인 유원지입니다. 만드는 사람들은 무척 재미있었을 거예요. 영화의 일차적인 목적은 관객들을 무섭게 하는 게 아닙니다. 만드는 사람들이 품고 있는 영화적 상상력과 기술을 최대한으로 발휘해 온갖 재미있는 장면들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1408]의 세계는 철저하게 주관적이기 때문에 외부의 객관적인 논리 따위에 의지할 필요도 없어요. 그 때문에 거의 벅스 버니 만화와 같은 비약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놀다보면 그 동안 무서워하는 관객들도 있겠죠. 안 무서워도 괜찮아요. 그래도 재미있으니까.

배우들의 질이 좋습니다. 영화를 거의 원맨쇼처럼 끌어가는 존 큐삭은 배우의 재능이 호러영화의 질을 얼마나 상승시킬 수 있는 지 보여주는 멋진 예죠. 하지만 그도 출연시간대 효율성만 따진다면 호텔 지배인으로 나오는 사무엘 L. 잭슨에게 밀립니다. 어쩜 그렇게 확실하게 뽕을 뽑는지. (07/08/06)

DJUNA

기타등등

스티븐 킹이 모델로 삼은 곳은 캘리포니아 코로나도에 있는 호텔 델 코로나도의 3502호실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