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하워드 혹스 Howard Hawks

주연
존 배리모어....오스카 재피
John Barrymore....Oscar Jaffe
캐롤 롬바드....릴리 갈란드 (밀드레드 플로카)
Carole Lombard....Lily Garland (Mildred Plotka)
월터 코널리....올리버 웹
Walter Connolly....Oliver Webb
로스코 칸즈....오웬 오말리
Roscoe Karns....Owen O'Malley
랠프 포브즈....조지 스미스
Ralph Forbes....George Smith
찰스 레인....맥스 제이콥스
Charles Lane....Max Jacobs
에티엔느 지라르도....클락
Etienne Girardot....Clark
데일 풀러....새디
Dale Fuller....Sadie
에드가 케네디....맥고니글
Edgar Kennedy....McGonigle

1.

브로드웨이의 제작자 오스카 재피는 란제리 모델 밀드레드 플로카를 릴리 갈란드라는 예명까지 붙여주며 일급 무대 배우로 키워냅니다. 하지만 재피의 지나친 독선과 질투심에 질린 릴리는 헐리웃으로 떠나고 재피는 그 뒤로 몰락을 거듭합니다.

몇 년 뒤, 시카고 공연에서 실패한 재피는 달아나다시피 뉴욕행 기차 20세기 호에 오르고 거기서 이제는 헐리웃 스타가 된 릴리와 재회하고 맙니다. 여기서부터 릴리를 자기 공연에 끌어들이려는 재피의 거창한 음모가 시작됩니다...

2.

하워드 혹스는 이런 이야기를 좋아했나봅니다. 아니, 좋아한 건 벤 헥트와 찰스 맥아더였을지도 모르지요. 진저리치며 떠난 여자나 부하에게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괴상한 남자 이야기 말입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릴리는 재피에게 돌아옵니다. 이게 과연 해피엔딩일까요? 암만 생각해도 재피는 결코 감당하기 쉬운 상대가 아니잖아요. 질투심 강하고 독선적이고 야비하고 거만하고 거짓말쟁이 음모가에다 양심이라고는 약에 쓰려고 해도 없습니다 (흠, 전 전에도 이와 비슷한 형용사들의 남발을 써먹은 적 있죠. 어디서였더라? 아하, [히스 걸 프라이데이]에서 케리 그랜트의 캐릭터가 이와 똑같은 인물 아닙니까?)

그래도 그를 보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헥트-맥아더의 기관총같은 대사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재피를 연기한 존 배리모어 때문이지요. 사실 이 영화의 팔할은 배리모어가 쥐고 있습니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해도 배리모어의 정신나간 연기로 돌아오게 되지요.

그게 꼭 장점이기만 한 것은 아닐 거예요. [뉴욕행 열차 20세기]에는 [히스 걸 프라이데이]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의 불꽃튀는 충돌이나 화학 반응은 없습니다. 릴리 역의 캐롤 롬바드도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지만 (롬바드의 최대 걸작은 아닙니다. 그 사람의 진가를 느끼시려면 살짝 후기로 넘어가보세요. [신성한 것은 없다] 같은...) 배리모어의 캐릭터가 너무 강하고 그가 너무 많은 것을 지배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좁은 공간 안에서 힘겨워 하는 것 같습니다. 그의 캐릭터에 너무 쏠린 나머지 각본도 섬세함을 잃고요. 특히 릴리를 속여 넘기려는 마지막 쇼는 지나치게 급박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뭐 어때서요? [뉴욕행 열차 20세기]는 총알 택시처럼 빠르고 죽여주게 재미있습니다. 배리모어가 헥트와 맥아더의 각본 속에서 온갖 쇼를 다하고나면 순식간에 91분의 러닝타임이 지나갑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뭘 더 바라야 하나요?

3.

이 영화는 개봉 당시엔 그렇게 성공하지 못했답니다. 연극계라는 배경이 당시 관객들에겐 잘 먹히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하지만 영화는 세월이 흐르면서 서서히 명성을 얻어갔고 나중에는 [On the Twentieth Century]라는 뮤지컬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99/08/22)

D&P

기타등등

요새는 계속 요절한 사람들의 영화를 연달아 보게 되더군요. 캐롤 롬바드, 진 세버그, 케이 켄달, 마릴린 먼로, 몽고메리 클리프트... 이게 무슨 불길한 우연의 일치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