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후... 28 Days Later... (2002) * * *

감독
대니 보일 Danny Boyle

주연
킬리언 머피....짐
Cillian Murphy....Jim
나오미 해리스....셀리나
Naomie Harris....Selena
노아 헌틀리....마크
Noah Huntley....Mark
브랜든 글리슨....프랭크
Brendan Gleeson....Frank
메간 번즈....한나
Megan Burns....Hannah
크리스토퍼 애클리스턴....헨리 웨스트 소령
Christopher Eccleston....Major Henry West
스튜어트 맥쿼리....패럴 상사
Stuart McQuarrie....Sergeant Farrell

프랭크, 짐, 셀리나
[28일 후...]는 세 명의 동물 보호 운동가들이 학대받는 침팬지들을 구출하기 위해 케임브리지 대학의 실험실에 침입하면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들이 구출하려는 침팬지들은 치명적인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었답니다. 숙주에게 물리거나 피가 입이나 눈에 묻으면 20초 안에 감염되어 분노에 차 아무나 공격하는 좀비가 되는 거죠. 순식간에 퍼져나간 바이러스는 28일 동안 거의 전 영국을 정복하고 소수의 정상인들은 사방에서 감염자들이 공격해오는 런던 시내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칩니다.

대니 보일의 신작 [28일 후...]의 기원은 두 개입니다. 영화적으로 이 작품은 조지 로메로의 좀비 영화들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방식은 메리 셸리를 조모로, 존 윈덤을 아버지로 두는 전형적인 영국 재난 소설 스타일이지요. 물론 여러분은 이 둘이 결국 하나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조지 로메로의 영화들은 리처드 매서슨의 [나는 전설이다]와 그 소설의 영화 버전인 [지구 최후의 인간]에서 많은 걸 빌려오고 있고 매서슨의 소설이 존 윈덤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비치]의 원작자 알렉스 갈란드가 쓴 각본은 모범적인 장르물입니다. 그는 자기가 특별히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고 그걸 관객들에게 숨기지도 않습니다. 영화는 이런 식의 재난 소설들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수많은 장치들로 가득합니다. 병원에서 깨어난 주인공 짐이 텅 빈 런던 시내로 걸어나오는 장면부터 향수가 느껴질 정도로 존 윈덤식이지요. 정상인들의 마지막 보루가 된 시골의 저택, 군인들과 민간인들의 갈등, 문명의 잔해 속에서 주인공들이 누리는 잠시의 사치와 같은 공식화된 장치들을 그대로 따르고 있고요. 구체적으로 지적할 수 없지만 역시 존 윈덤 풍인 소박하고 단출한 분위기도 유지하고 있어요.

새로운 장치들을 고안하는 대신 갈란드는 이 장르의 주제를 진지하고 단도직입적으로 팝니다. [28일 후...]는 끔찍한 재난을 배경으로 깔고 생존자들이 그 지옥 같은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을 그리면서 인간성과 문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충실하게 보여줍니다. 이유도 없이 분노에 찬 빨강 눈의 감염자들도 무섭지만 진짜로 무서운 건 우리가 얼마나 문명인의 탈을 벗고 무시무시해질 수 있느냐죠.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섭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 감염자들과 주인공들의 싸움이 아니라 멀쩡한 사람들의 난투극인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후반의 클라이맥스에서는 더이상 정상인들과 감염자들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니까 말이에요.

대니 보일은 알렉스 갈란드보다 더 감각적으로 주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갈란드보다 영화를 만들면서 더 재미있어 하는 것 같고요.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비디오 화면입니다. 솔직히 종종 지나치게 해상도가 떨어져서 불편할 정도예요. 하지만 해상도와 채도가 떨어지는 비디오 화면과 불안정한 카메라 워크는 다큐멘터리로 찍은 악몽과도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상당히 그럴싸하게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악몽이 끝난 후반부를 일반 필름으로 찍어 그 대조를 분명히하고 있지요.

감염자들의 묘사는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지만 일단 화면 위에 등장하면 상당히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교회 안에서 절름거리며 주인공 짐에게 다가오는 감염자 사제나, 감염자들에게 쫓겨 달아나는 쥐떼들과 같은 묘사들은 굉장히 좋은 장르 효과를 냅니다.

등장인물들의 설정은 전형적입니다. 그래도 갈란드와 보일은 이들을 뻔한 스테레오타입으로 굳히는 대신 꽤 생생한 인물들로 묘사하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에 깊이 남는 인물은 현실주의자인 흑인 약사 셀리나입니다. 간결하게 묘사되었지만 입체적이고 개성적인 인물이며 주변인물들과의 관계도 잘 묘사되었어요.

[28일 후...]는 도전적인 영화가 아닙니다. 도전적인 것처럼 위장한 모범적인 장르 영화지요. 하지만 드라마가 점점 붕괴되어가는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선 그런 게 정말로 도전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03/07/02)

DJUNA


기타등등

그냥 일행이 수퍼마켓에 남아 있었다면 그 고생을 안해도 되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