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상용

주연
유승호....한정훈
강소라....이다정
박철민....한강만
이영진....윤상미
정석용....강국만
조상근....김태규
조윤희....홍주희
전준홍....병수
김동범....도일

정훈과 다정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다른 표현이 필요가 없군요. [4교시 추리영역]은 오로지 관객들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아니,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다들 그보다는 의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겠죠. 만드는 사람들의 능력과 주변 상황이 계속 엇박자를 밟다보니 이렇게 손발이 오그라드는 영화가 나온 것입니다. 감독도 기자간담회에서 두 차례나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표현을 썼으니 만드는 사람들도 그 결과물이 어떤지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어떻게든 이것이 의도적이라는 느낌을 풍기고 싶겠지만, 통하지 않습니다. [4교시 추리영역]이라는 제목을 재치있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든 영화에서 그 이상을 기대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죠.

그래도 전 이 설정이 좋습니다.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한 시작으로는 괜찮아요. 4교시 체육시간 주번인 주인공이 잠시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와보니 그만 앙숙이던 친구가 칼에 찔린 시체가 되어 앉아 있습니다. 4교시가 끝나기 전에 범인을 잡지 않으면 그가 살인범으로 몰릴지도 모릅니다. 다행히도 그의 옆에는 추리소설광이며 가방에 온갖 과학수사장비를 넣고 다니는 왕따 소녀가 있습니다.

물론 말이 안 됩니다. 머리가 정상적으로 박혀 있는 녀석이라면 그냥 경찰에 신고를 해야죠. 이 사건엔 아마추어 명탐정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그냥 상식적으로 일을 처리할 줄 아는 보통 수준의 경찰들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에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폐쇄된 공간 안에서 40분이라는 제한시간 안에 문제를 푼다는 설정은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네, 겨우 40분입니다. 전 이 짧은 제한시간도 좋습니다.

하지만 근사해보이는 설정은 대부분 끔찍한 결과를 낳습니다. 이 위험성에 대해서는 제가 수백번은 이야기했습니다. 설정만 믿고 까불다 보니 러닝타임을 채우는 건 설정이 아니라 내용이라는 걸 까먹는 것이죠. 그리고 이 추리극에서 그 내용은 정말 처참한 수준입니다. 미스터리는 엉성하기 짝이 없고 코미디는 조악하며 액션은 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중간에 감독과 주연배우가 바뀌는 동안 더 이상해졌고요. 심지어 중간에 범인도 바뀐 모양입니다. 한동안 다들 자기네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모르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을 겁니다. 영화가 지금의 기승전결을 갖춘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죠.

그래도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만든 사람들은 의도라고 주장하지만 그럴 리가 없는 코미디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것이죠. 제가 갔던 기자시사회의 분위기도 썩 즐거웠습니다. 정말 온갖 장면에서 배를 잡고 웃더군요. 배우들과 같이 봤다면 좀 민망했겠지만 그 사람들은 다른 상영관에서 봤어요. 그 사람들은 어떻게 봤는지 궁금합니다.

배우들은 어땠느냐. 유승호의 팬들이라면 이 배우가 영화 내내 국어책만 읽어도 좋겠죠(그래도 이번 [선덕여왕]에서 아주 잘 하지 않으면 이미지가 심각하게 깎일 겁니다.) 전 이영진을 보러 갔는데, 얼마 안 나오지만 나오는 장면마다 정말로 예쁩니다. 김소은 대신 들어온 강소라라는 배우는 특별히 연기하는 건 없지만 시원스럽고 미인이더군요. 김소은이나 강소라나 손해본 거 없습니다. 김소은은 이 영화에 나와 이미지를 구기지 않아도 되고 강소라는 이 영화를 통해 데뷔 기회를 잡았으니 좋은 거고. (09/08/07)

DJUNA

기타등등

아직도 인터넷이나 영화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사진들은 재촬영 이전의 것입니다. 교복을 입고 영화를 홍보하는 김소은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괴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