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이 롤랜드 Roy Rowland

주연
토미 레티그....바트 콜린즈
Tommy Rettig.... Bart Collins
피터 린드 헤이즈....어거스트 자브라도우스키
Peter Lind Hayes....August Zabladowski
메리 힐리....콜린즈 부인
Mary Healy....Mrs. Collins
한스 콘리드....터윌리커 박사 (T 박사)
Hans Conried....Dr. Terwilliker (Dr. T)

1.

[T 박사의 피아노 레슨]의 스탭과 캐스트 명단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이 영화의 스토리를 쓰고 공동 각색한 '닥터 수스' 디어도어 가이젤일 겁니다. 종종 그의 그림책들이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T 박사의 피아노 레슨]은 닥터 수스가 직접 참여한 유일한 장편 영화입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면 마치 또다른 애니메이션 영화인 것 같겠지만 [T 박사의 피아노 레슨]은 애니메이션 영화가 아닙니다. 그러나 시각적 자유로움이 당연한 것으로 인정되는 애니메이션에서는 이 정신나간 뮤지컬의 기괴함이 오히려 빛을 잃었을지도 모릅니다.

2.

영화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피아노 레슨이 싫은 주인공 소년 바트는 연습만 강요하는 피아노 교사 터윌리커 박사가 싫어 죽을 지경입니다. 어느날 레슨 도중 잠이 든 바트는 꿈 속에서 피아노 교사인 터윌리커 박사가 거대한 감옥같은 피아노 학원을 만들어 아이들을 가두고 최면술에 걸린 엄마와 결혼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바트는 친절한 배관공 자블라도우스키의 도움을 받아 터윌리커 박사의 음모를 막으려고 하지만 당연히 일은 쉽게 풀리지 않고 어쩌고 저쩌고...

악몽의 원천은 어느 시대거나 대부분 비슷하지만 시대마다 그 악몽을 표출해내는 스타일은 다르기 마련입니다. [T 박사의 피아노 레슨]이 발표된 해는 1953년입니다. 매카시 선풍과 공산주의 공포증과 같은 것들이 당시 SF 영화/만화의 매체를 타고 이 작품에 간접적으로 스며든 것도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고 거대한 전체주의 사회를 만들려는 T 박사나 최면술에 걸린 바트의 어머니와 같은 요소들은 [화성에서 온 침략자]나 [바디 스내처]와 같은 50년대 SF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공포증은 [바디 스내처]와 같이 의식적인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인기있고 친숙한 환상들을 끄집어내어 나름대로 개조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죠. 그러나 거의 반 세기가 지난 요새 관객의 눈엔 이런 공포증이 상당히 날이 선 것처럼 보입니다.

3.

정신분석을 가지고 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영화를 지배하는 강한 50년대 풍의 설정이 재미있을 겁니다. 하지만 '착한 아버지'인 자블라도우스키와 '나쁜 아버지'인 T 박사의 대결은 너무 노골적이어서 오히려 따분해질 정도입니다.

이런 요소들은 의식적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50년대라면 글쓰는 양반들이 모두 정신분석에 대해 한마디 하던 시절이니까요. 닥터 수스라고 예외가 될 수 있을까요?

4.

[T 박사의 피아노 레슨]을 컬트 클래식으로 만든 것은 영화의 비주얼입니다. 특히 세트 디자인은 사람들을 얼을 빼놓기 충분합니다. 반은 동화책에 나오는 성 같고 반은 외계인의 기지 같은 T 박사의 학원은 이 영화의 50년대식 초현실주의를 쌓아올린 가장 큰 공헌자입니다.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들, 그러니까 하늘 높이 솟은 빨강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바트, 500명의 소년들이 두드려대는, 길게 굽이치는 T 박사의 피아노와 같은 것들은 모두 세트 디자인의 힘을 빌어 이루어진 것들입니다.

그러나 뮤지컬적인 요소는 세트보다 힘이 떨어집니다. 프레데릭 홀랜더의 음악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노래의 대부분이 액션과 동떨어져 있어서 의미가 약하고 내용의 흐름을 방해합니다. 그리고 닥터 수스의 가사는 가끔 지나치게 아이들에게 아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98/03/28)

DJUNA

기타등등

[바돌로뮤 커빈즈의 500개의 모자]와 같은 닥터 수스의 온화한 그림책의 일러스트와 내용을 생각하며 영화를 본 시청자들은 좀 당황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의 금속성 판타지는 수스의 정감있는 그림과 별로 닮지 않았고 내용도 거의 으시시할 정도니까요. 그러나 닥터 수스라는 이름에 지나치게 매달릴 필요는 없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