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크 웹 Marc Webb

주연
조셉 고든-레빗....톰 핸슨
Joseph Gordon-Levitt....Tom Hansen
조이 드샤넬....썸머 핀
Zooey Deschanel....Summer Finn
제프리 아렌드....맥킨지
Geoffrey Arend....McKenzie
클로이 모리츠....레이첼 핸슨
Chloe Moretz....Rachel Hansen
매튜 그레이 거블러....폴
Matthew Gray Gubler....Paul
클라크 그렉.....밴스
Clark Gregg....Vance
패트리샤 벨처....밀리
Patricia Belcher....Millie
레이첼 보스턴....앨리슨
Rachel Boston....Alison

톰과 썸머

[500일의 썸머]에서 주인공 톰이 여자친구 썸머와 데이트를 한 건 기껏해야 200여일밖에 안 됩니다. 남은 200여일 동안 그는 썸머없이 고통스럽게 실연의 나날을 보내야 합니다. 그렇다고 제목이 부정확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실연당한 사람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는 그 사람의 존재만큼이나 강렬하니 말이죠. 톰의 계산은 정확합니다.

도대체 둘 사이에서는 뭐가 잘못된 것일까요? 우린 잘 모릅니다. 오로지 톰의 관점에서만 이들의 관계를 볼 수 있을 뿐이니까요. 만약 [500일의 톰]이라는 영화가 나온다면 썸머는 우리에게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톰의 입장에서 이들의 관계를 보면 대충 정리가 되긴 합니다. 둘은 관계를 보는 입장이 다릅니다. 로맨티시스트인 톰은 썸머가 운명적으로 만난 그의 유일하고 진실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얽히기를 두려워 하는 썸머에게 톰은 오래 사귀어 결혼까지 할 만큼 확신이 서는 상대가 아닙니다. 아마 그럴 겁니다. 우리야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죠.

영화는 연대기 순을 따르지 않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우린 이미 톰이 썸머에게 차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린 둘의 관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압니다. 여기에서 톰과 관객들에게 필요한 건 스토리의 흐름이 아닙니다. 이미 일어난 일들을 분석하고 의미를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결과 썸머와 얽혀 있던 톰의 500일은 자연스럽게 분해되고 재조립됩니다. 톰에게 실연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비슷한 상황에서 벌어지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두 사건들이 하나로 연결됩니다. 당시에는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이후에야 뜻을 알게 된 사건들은 다시 불려와 설명과 함께 재해석됩니다. 톰의 경험은 철저하게 주관적이기 때문에 굳이 사실주의에 매달릴 필요도 없습니다. CG 특수효과, 애니메이션, 뮤지컬 그밖의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재료들이 다 동원될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당연히 찌질합니다. 200 여일 동안 헤어진 여자친구 때문에 궁상떠는 젊은 남자의 이야기이니 어찌 찌질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영화는 예상 외로 찌질하지 않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영화의 태도 자체가 밝습니다. 어두운 경험에 대한 이야기지만 이야기 톤까지 어둡지는 않죠. 반대로 유희적이고 발랄합니다. 두 번째로, 톰은 그냥 궁상으로 이야기를 마치지 않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유의미한 철학적 결론을 끌어내고 그를 통해 만든 새로운 세계관에 자신을 맞춥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예상외로 정확하고 긍정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주연배우 조셉 고든-레빗과 조이 드샤넬이 자신의 캐릭터들을 불필요한 감정이입의 추가 없이 거의 완벽한 선에서 연기하고 있습니다.

[500일의 썸머]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적어도 작가들은 이들 중 한 명의 실연경험이 영화의 75 퍼센트를 구성한다고 주장하고 있지요. 이들의 말이 얼마나 진실된 것인지, 그리고 도입부 자막 농담에 나오는 제니 벡먼이 정말로 실존하는 인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린 두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예술적으로 그 실연 경험은 무척 생산적인 것입니다. 둘째, 아무리 이 영화의 각본이 성공적이라고 해도, 그 작가는 영화 속의 톰처럼 뒤끝 없이 실연을 극복하지는 못했다는 것입니다. (10/01/13)

DJUNA

기타등등

이 비디오는 영화를 본 뒤에 보는 게 좋을 겁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Ln29hZ9hhZ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