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셉 L. 맨키위츠 Joseph L. Mankiewicz

주연
제임스 메이슨....율리시즈 디엘로
James Mason....Ulysses Diello
다니엘 다리외.....안나 스타비스카 백작부인
Danielle Darrieux....Countess Anna Staviska
마이클 레니....콜린 트래버스
Michael Rennie....Colin Travers
월터 햄덴....프레드릭 경
Walter Hampden....Sir Frederic
오스카 카를바이스....L.C. 모이지치
Oskar Karlweis....L. C. Moyzisch
허버트 베르고프....폰 리히터 대령
Herbert Berghof....Col. von Richter
존 벤그라프....폰 파펜 백작
John Wengraf....Count Von Papen

디엘로와 백작부인

[다섯 손가락]의 기본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엘리에사 반자라는 알바니아인이 터키 앙카라의 영국 대사 하인 노릇을 하면서 독일군에게 정보를 빼돌린 사건이지요.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에게 율리시즈 디엘로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지만 독일군이 사용한 키케로라는 암호명은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실화를 그대로 쓰면 드라마를 만들기 어려우니까, 영화는 여기에 약간의 허구를 덧붙이고 있습니다. 다니엘 다리외가 연기한 폴란드 백작부인이 바로 그 허구지요. 클라이막스에서 벌어지는 추격전도 허구고요. 단지 (보다 화려하게 윤색되긴 했지만) 마지막의 아이러니컬한 결론은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다섯 손가락]은 일반적인 스파이 영화의 궤도에서 살짝 벗어나 있습니다. 후반부에 약간의 서스펜스와 액션이 주어지긴 했지만 이 영화는 서스펜스물이 아닙니다. 폭력은 암시만 될뿐 단 한 번도 직접 등장하지 않고요. 결정적으로 주인공 디엘로는 타도해야 할 악당이지요.

그러나 관객들은 디엘로에게 박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그를 응원하고 그의 음모가 성공하길 바라죠. 디엘로는 제임스 메이슨 식으로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우아하고 신사적이지만 진짜 신사가 되기엔 돈이 부족한 무도덕적인 이기주의자죠. 우리가 도대체 뭐라고, 리우에 근사한 저택을 사서 신사처럼 살기를 바라는 그의 꿈을 쉽게 무시할 수 있겠어요? 게다가 그는 영국인도 아니고 독일인도 아닙니다. 한 쪽에 충성을 바쳐야 할 이유도 없죠. 전주인이었던 아름다운 스타비스카 백작부인에 대한 그의 갈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에서 그의 스파이질은 두 사람의 계급 차이를 줄이기 위한 수단입니다. 양심이나 의무감이 결여된 이 이기주의자들의 싸늘한 로맨스는 은근히 보는 사람들의 감정을 아릿하게 찌르는 구석이 있습니다.

영화 역시 디엘로를 심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사실 어느 쪽도 심판할 생각은 없어요. 터키에서 벌어지는 이 첩보전을 그리면서, 맨키위츠는 독일이나 영국 어느 쪽 편도 들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스파이들은 모두 자기에게 떨어진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공무원들이거나 교양있고 세련된 외교관들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쓰이지도 않을 일급 정보들 때문에 난리를 치는 이들을 그리는 영화의 묘사는 은근히 얄밉고 냉소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보다 개인의 꿈과 희망을 더 중요하게 다루는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렇지만요. (06/02/02)

DJUNA

기타등등

그런데 디엘로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으세요? 어디서 들었을까나... 아마 피터 잭슨의 모 영화에서였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