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나르시소 이바녜스 세라도르 Narciso Ibáñez Serrador

주연
니에베 드 메디나....아나
Nieve de Medina....Ana
몬트세 모스타자....글로리아
Montse Mostaza....Gloria
알레한드라 로렌조....비키
Alejandra Lorenzo....Vicky
마리아나 코르데로....테레사
Mariana Cordero....Teresa

비키

[당신을 잠들지 못하게 하는 영화 6]는 스페인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제작한 옴니버스 미니 시리즈입니다. 나르시소 이바녜스 세라도르, 마테오 힐,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하우메 발라게로와 같은 쟁쟁한 이름들이 참여했으니 호러 팬들이 군침을 삼킬만 하죠. 메이킹 다큐멘터리를 보니, 이 시리즈는 오리지널이 있는 모양입니다. 아마 스페인 사람들에겐 우리에게 [전설의 고향]이 그렇듯, [당신을 잠들지 못하게 하는 영화]라는 제목이 친숙할 수도 있겠군요. 하여간 여기에 대해 더 아시는 분이 있다면 정보를 주시길.

[누가 아이들을 죽일 수 있을까]의 감독 나르시소(치초) 이바녜스 세라도르가 감독한 첫 번째 에피소드 [비난]은 남자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영화입니다. 주인공들은 같은 집에 사는 여자 세 명이고 대사있는 단역이나 조역들도 모두 여자들이죠. 남자들은 대부분 전화 너머에 있거나 대사 없는 엑스트라거나 꿈 속의 이미지에 불과합니다. 영화의 테마도 가장 여성적인 것입니다. 임신과 낙태요.

영화는 글로리아라는 싱글맘 간호사가 딸 비키와 함께,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아나라는 의사의 집으로 이사오면서 시작됩니다. 아나는 집에서 원치 않는 임신 한 여자들을 위해 낙태 수술을 해주고 있는데, 글로리아 역시 이 일을 돕게 되지요. 하지만 글로리아 자신 역시 또다른 아이를 임신했다는 걸 알게 되고, 이들 집에서는 알 수 없는 불쾌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다락방을 놀이터로 삼은 비키는 여기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영화는 가톨릭 보수주의자가 만든 낙태 반대 캠페인처럼 보입니다. 아나나 글로리아가 '비난'받을 사람들이라면 그건 순전히 두 사람이 낙태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이들을 다루는 몇몇 묘사는 그냥 불쾌합니다. 특히 주도자인 안나를 좌절한 중년의 레즈비언 스테레오타입으로 묘사하는 것 같은 건 말이죠. 결코 세련되었다고 할 수 없고 공정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정치적 이슈를 호러의 도구로 다루는 것 자체가 그런 구석이 있습니다만.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같은 내용을 다르게 읽을 수도 있겠습니다. 아나는 동료직원들에게 오푸스 데이 멤버라고 오인받을 정도로 보수적인 인물로 그려져요. 그런 사람이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고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달아가며 조금씩 변화해가는데, 여전히 자라나온 환경과 교육이 이 사람의 양심을 인질삼아 괴롭히는 겁니다. 그건 현실적인 이유에서 낙태를 용납하면서도 자기 아이를 지운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간호사 글로리아도 마찬가지겠고요. 고로 영화는 과거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현대 스페인 여성의 갈등을 다룬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아무리 관대하게 보려고 해도 영화는 전자 쪽으로 더 쉽게 읽히고, 비교적 효율적으로 조성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호러물로서 약하다는 단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몇몇 아이디어들은 지나치게 손쉽게 다루어졌고 결말은 약하지요. 단지 배우들은 좋습니다. 꼬마 비키를 연기한 알레한드라 로렌조는 예쁘고요. (08/09/15)

DJUNA

기타등등

메이킹 필름에서는 배우와 감독을 제외한 스탭들의 얼굴을 블러 처리했더군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조금 소름끼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