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장문일

주연
김혜수....이슬
윤진서....작은새
이민기....대학생
이종혁....여우두마리
박상면....이슬남편
정은표....모텔 카운터
황정민....이슬 친구
박혁권....작은새 남편
이라혜....성희

작은새와 이슬

"이슬, 작은새, 대학생, 여우두마리... 이게 도대체 뭐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죠. 이건 모두 주인공들의 인터넷 채팅방에서 쓴 닉네임들입니다. [바람피기 좋은 날]은 한마디로 채팅방에서 눈이 맞은 남자들과 바람이 난 유부녀들 이야기입니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자유부인]의 설정도 업그레이드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뇨, [바람피기 좋은 날]은 21세기 버전 [자유부인]이 아닙니다. 영화는 두 유부녀의 불륜에 대해 사회적인 의미를 부여하거나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댈 생각은 전혀 없죠. 이 영화에서 불륜은 '문제적 행동'이 아니라 그냥 액션입니다. [바람피기 좋은 날]은 액션 영화들이 액션을 다루듯 이들의 불륜을 다룹니다. 사회적/도덕적 의미보다 이 설정이 만들어내는 소동의 재미가 더 중요한 것이죠. 영화는 구질구질한 과거 회상이나 변호를 지워버리고 불륜 자체만을 '재미있게' 다룹니다.

그 때문에 영화는 더 정직해지고 더 깊이 있어졌습니다. 사실 '불륜'이나 '바람'이라는 단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뻔하지 않습니까? 우린 생각하지 않고 그냥 기계적으로 반응합니다. 그건 툭하면 이 소재를 써먹는 텔레비전 드라마들도 다를 게 없지요. [바람피기 좋은 날]은 그런 관습적인 사고를 깨트립니다. 이 역시 엄청나게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어서 (그냥 한 번 뒤집으면 되니까요) 가끔 생각하기 귀찮은 악동의 분위기를 풍기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결과는 괜찮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재미있는 건, 우리의 주인공 이슬과 작은새에게 아주 쉽게 몰입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도덕관념이 살짝 부족하고 종종 생각이 한심할 정도로 짧은 이 두 가정주부들은 결코 우리가 동일시하고 싶은 사람들이 아닌 데도 그래요. "와, 이건 내 이야기야!"라고 외치며 푹 빠질 정도는 아니지만, 우린 별 어려움 없이 그들이 일으키는 소동을 즐깁니다. 별다른 소개 없이 불륜 액션에 던져진 이들이지만, 은근히 캐릭터가 잘 짜여져 있거든요. 불륜 소재의 많은 영화들이 저지르는 실수에서 이 영화는 벗어나 있습니다. 소재에 캐릭터를 재단하지 않는 거죠. 이슬과 작은새는 불륜 행위 없이도 충분히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바람피기 좋은 날]은 코미디로서 생산적입니다. 빠르고 경쾌하고 쓸데없는 감상주의나 멜로로 끝을 망치지 않죠. 아슬아슬한 부분이 후반부에 좀 있긴 한데, 그렇게 길지는 않고 그 뒤로도 이야기는 많습니다. 영화가 주 소재로 삼고 있는 섹스 역시 효과적인 코미디 재료로 활용되고 있는데, 이 역시 장점입니다. 2007년에 나온 최초의 18금 영화라지만, [바람피기 좋은 날]의 섹스는 느끼하지도, 음탕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경제적으로 사용되는 코미디의 원료지요. 작정하고 세게 나가려는 의도가 너무나 노골적인 몇몇 대사들은 그 때문에 오히려 좀 심심하지만요.

배우들의 캐스팅도 상당히 좋습니다. 배우들 이름을 보고 무작정 "와, 좋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에요. 김혜수와 윤진서처럼 연기 스타일이 양극단에 선 배우들은 함께 뭉쳐 놓으면 위험하잖아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괜찮아요. 일단 중반까지는 거의 대화가 없거든요. 이들이 본격적으로 서로를 알게 되는 후반부에는 관객들이 캐릭터들에 익숙해져 있어서 연기 스타일 자체에 대해서는 신경을 덜 쓰게 되고요. 이들의 불륜 파트너인 이민기나 이종혁도 기존의 이미지를 아주 적절하게 활용한 케이스죠. 특히 이민기는요. (07/01/30)

DJUNA

기타등등

음악은 별로였습니다. 코미디 영화에서 "난 코미디 영화의 배경음악이다!"라고 고래고래 고함지르는 음악을 쓰면 늘 효과가 반감되기 마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