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길리스 맥키넌 Gillies MacKinnon

주연
스티브 마틴....마이클 맥캔
Steve Martin....Michael McCann
가브리엘 번....존 뉼랜드
Gabriel Byrne....John Newland
로라 린니....낸시 뉼랜드
Laura Linney....Nancy Newland
캐서린 오하라....에이프릴 사이먼
Catherine O'Hara....April Simon
알라나 오스틴...마틸다 맥킨 (11살)
Alana Austin....Mathilda McCann (age 11)
알리사 오스틴...마틸다 맥킨 (5살)
Alyssa Austin....Mathilda McCann (age 5)
알라이나 모블리...마틸다 맥킨 (3살)
Alaina Mobley....Mathilda McCann (age 3)
칼리 모블리....마틸다 맥킨 (3살)
Callie Mobley....Mathilda McCann (age 3)
빅토리아 에번즈....마틸다 맥킨 (1살-1살반)
Victoria Evans....Mathilda McCann (age 1 - 1-1/2)
엘리자베스 에번즈....마틸다 맥킨 (1살-1살반)
Elizabeth Evans....Mathilda McCann (age 1 - 1-1/2)
스티븐 볼드윈....타니 뉼랜드
Stephen Baldwin....Tanny Newland

1.

그냥 시간이 남아서 가벼운 영화나 볼 생각이었답니다. 비디오 가게에 들어가 심각한 표정으로 구 프로 섹션을 들여다보니 [스티브 마틴의 아빠는 총각]이라는 딱지가 붙은 영화가 있군요.

흠, 출시제에 배우 이름이 앞에 붙은 영화는 믿지 말라는 옛말이 있죠. 하지만 마틴은 꽤 좋은 코미디언 + 배우이며 영화가 나빠도 대충 그의 에너지로 꽤 많은 부분이 커버됩니다. 게다가 제목이 [아빠는...]으로 시작되고 귀여운 꼬마 사진도 커버에 붙어있네요. 아마도 스티브 마틴이 엉겁결에 아기를 떠안게 되고 소동이 벌어지나 보죠. 남성판 [베이비 붐]? 마틴에게 어울리는 역입니다. 이런 역은 그의 전문이죠.

그런데 영화가 도입부에 들어가니 기분이 좀 이상해지네요. 마틴의 캐릭터 마이클 맥케인은 아내와 이혼한 뒤로 고립된 생활을 살아가는 우울한 괴짜예요. 그의 유일한 낙은 유일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골동품상 에이프릴 사이먼(캐서린 오하라)으로부터 사들이는 금화들 뿐이고요.

금화? 이 20세기에? 그런데 그 이웃에는 떵떵거리는 부자 정치가인 존 뉼랜드(가브리엘 번)란 사람이 살고 있는데,그에게는 마약 중독자인 정부가 있어요. 그 정부란 여자는 그 사이에 쬐끄만 딸을 하다 두고 있었는데, 어느 추운 겨울날 딸과 함께 그를 찾아오다가 얼어죽고 마네요. 그런데 그 부자 정치가의 못된 동생(스티븐 볼드윈)이 맥케인의 금화를 모조리 훔쳐서 사라지고 맥케인은 금화 대신 그 아이를 발견하는데... 아아니, 이건 뭐야! [사일러스 마너]잖아! 시대착오적으로 보인 게 당연했어요. 지금까지 제가 보고 있던 영화는 20세기 미국으로 무대를 옮긴 빅토리아 시대의 이야기였으니까요!

2.

스티브 마틴은 이미 [록산느]로 비슷한 고전 업데이트를 시도를 한 적 있습니다. 저는 그 영화가 좋은 영화였고 마틴도 현대판 시라노에 썩 잘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시라노처럼 힘에 넘치고 재치가 있고 민첩하고 영리합니다. [록산느]는 분명 그의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총각(원작에는 'A Simple Twist of Fate'라는 고풍스러운 제목이 붙어있고 캐치원에서는 [운명의 반전]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고 있지요)]에서 그가 연기한 현대판 사일러스 마너는 어딘가 그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왜? 상식적인 이유 때문이지요. [사일러스 마너]는 어떤 이야기인가요? 돈을 모조리 잃은 수전노가 한 소녀를 키우면서 변화한다는 이야기죠.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 그 변신 과정임은 말할 필요가 없죠.

그런데 스티브 마틴이 마너... 아니 맥케인을 연기하면서 이야기는 그 중심을 놓치게 됩니다. 관객들은 마틴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약간 괴팍하고 다혈질일지는 몰라도 재미있고 가정적인 남자입니다(그러면서도 왜 사생활에서는 늘 그렇게 운이 없는지 모르겠지만 그거야 제가 알 바가 아니죠.) 관객들은 그가 꼬마 소녀 마틸다를 키우면서 변하게 되는 걸 '변신'으로 보지 않습니다. 관객들은 그것을 '불완전한 복귀(이 영화의 마틴은 이상할 정도로 얌전하므로)' 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자체가 엉망이 되는 거죠!

3.

고전물을 20세기로 옮기려는 시도에서 발생하는 덜컹거림은 이 영화에서도 발견됩니다. 아무래도 이런 이야기는 엄격한 도덕주의와 계급사회, 그리고 영국의 침침한 기후 안에서 일어나야 본래의 멋이 납니다. 현대 미국인들의 행동과는 아무래도 맞지 않는 거예요. 게다가 상황을 어떻게 맞추었다고 하더라도 그 예스러운 스토리가 20세기와의 결합을 방해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래도 이 영화에 상당히 관대해집니다. 아무리 결과가 시시해도, 제가 모든 [크리스마스 캐롤] 각색물에 관대한 것과 같은 이유죠. 저는 조지 엘리엇의 이 빅토리아 시대 소설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그 기본 스토리만 따라간다면 싫어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4.

마이클 맥케인은 아무래도 마틴이 하기에는 지나치게 정적이고 침울한 인물입니다. 캐서린 오하라는 이 영화에서 선보인 긴 머리보다 짧은 머리가 더 어울리고요. 가브리엘 번은 괜찮네요. 마틸다 역에는 자그만치 6명이나 되는 아역 배우들이 동원되었는데(그중 두 쌍은 쌍둥이였답니다) 종종 그 유기적 흐름이 살짝 깨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도 11살 짜리 마틸다를 연기한 알라나 오스틴한테는 친근한 매력이 있습니다.

5.

나름대로 즐겁게 보았지만, 아무래도 마틴은 제가 영화를 보기 전에 예상했던 풍의 영화를 만드는 편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사일러스 마너] 스토리 라인을 따와도 충분히 밝고 미국적이며 마틴다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걸 하기에 마틴은 이 소설을 너무 좋아했던 것 같군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98/07/17)

DJUNA

기타등등

참, 앤 헤이시가 초반에 잠시 나오다가 교통사고로 죽어요. 헤이시와 마틴이 잠시 애인 사이였다는 이야기를 했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