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지 큐커 George Cukor

주연
주디 갈란드...에스터 블로젯 / 비키 레스터
Judy Garland....Esther Blodgett/Vicki Lester
제임스 메이슨....노먼 메인
James Mason....Norman Maine
잭 카슨....맷 리비
Jack Carson....Matt Libby
찰스 빅포드....올리버 나일즈
Charles Bickford....Oliver Niles
토미 누넌....대니 맥과이어
Tommy Noonan....Danny McGuire

윌리엄 웰먼이 자넷 게이너와 프레데릭 마치 주연의 1937년 [스타 탄생]을 만든 뒤로, 이 비극적인 할리우드의 자화상은 두 차례나 리메이크되었습니다. 두번째 것은 조지 쿠커가 감독하고 주디 갈란드와 제임스 메이슨이 주연한 54년도 뮤지컬 영화이고, 세번째 영화는 프랭크 피어슨이 감독하고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주연한 록 가수 버전 76년도 영화였지요. 모두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고 다들 여러 가지 이유로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가 많으니 이 중 최고작을 뽑으려는 사람들도 많죠.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세번째 영화를 뒤로 밀어놓으면, 쿠커와 웰먼의 작품이 남습니다. 둘 다 우열을 가리기가 힘든 작품이죠. 하지만 전 쿠커의 영화 쪽이 조금 더 좋습니다. 보다 적절한 캐스팅과 주디의 인상적인 뮤지컬 넘버, 쿠커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 때문이겠지요. 아마 많은 클래식 할리우드 영화 팬들에게도 쿠커의 영화가 더 기억에 남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조지 쿠커의 [스타 탄생]을 온전한 모습으로 볼 수 없습니다. 적어도 1954년 화려한 프리미어 시사회 때 상영되었던 그 작품은 이제 존재하지 않습니다. 원래 181분이었던 영화는 프리미어 이후 27분이나 잘려나갔으니까요. 1983년 영화사가인 론 헤이버가 잘려나간 조각들을 맞추어서 170분짜리 복원판을 만들었지만 이 역시 온전한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장면이 사운드만 남고 필름이 사라져서 빈 장면을 남은 스틸 사진들로 커버한 것이었지요.

복원판이 삭제판보다 나을까요? 사실 그렇습니다. 잘려나간 장면들은 모두 필요한 것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삭제판에서 에스터는 노먼에게 발탁된 뒤 아무 어려움 없이 할리우드로 진입합니다. 하지만 복원판에서 보면 술에 취한 노먼이 에스터를 돌보기도 전에 촬영장으로 끌려나가는 통에, 버림받은 에스터가 고생하는 장면들이 첨가됩니다. 에스터와 노먼의 재회 장면도 흥미롭고요. 그밖에 잘려나간 부분들도 캐릭터의 깊이를 더한다면 더했지, 필요없는 부분은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스타 탄생]이 '감독판'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에 만들어진 건 분명 비극이었죠.

아, 지금까지 줄거리를 빼먹고 있었군요. 다 아시는 이야기겠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요약해보죠. 노먼 메인은 술버릇으로 서서히 망가져가는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입니다. 슈라인 오디토리움에서 열리는 자선 행사 때 무명 가수인 에스터 블로젯을 발견한 그는 그녀를 스타로 만들고 결혼까지 하죠. 하지만 스타의 자리에서 밀려난 노먼은 자신이 성공의 대로를 달리는 에스터의 짐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자살합니다.

영화의 스토리는 37년도 원작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주인공 이름도 그대로고 많은 대사나 장면들도 크게 바뀐 게 없죠. 다른 게 있다면 주디 갈란드 덕택에 뮤지컬 장면이 추가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MGM식 뮤지컬은 아닙니다. [카바레]와 같은 '사실적 뮤지컬'이죠.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그냥 이유도 없이 노래를 부르지는 않습니다. 영화가 그런 상황을 일부러 조성해주는 거죠. 대표적인 예가 신혼 여행 때 에스터가 노먼에게 [It's a New World]를 불러주는 장면이죠. 라디오에서 에스터의 노래가 흘러나오자, 노먼은 라디오를 끄고 자기가 '스칸디나비아를 포함한 모든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에스터에게 그 노래를 불러달라고 부탁합니다. 개념만 따지만 전형적인 세레나데 장면이지만 약간의 사실주의적인 터치 덕택에 별다른 어려움없이 드라마에 섞입니다.

뮤지컬 터치는 영화를 더욱 더 풍요롭게 만드는 듯합니다. 에스터가 순수한 영화 배우인 것보다는 뮤지컬 배우인 편이 직업을 활용하는 데 유리하죠. 뮤지컬 장면들은 적절히 삽입되면서 주인공들의 감정을 고양시킬 뿐만 아니라 특유의 화려함과 낙관주의로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비극성을 더 날카롭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장점은 주디 갈란드와 제임스 메이슨이라는 두 배우입니다. 자넷 게이너도 좋기는 했지만 주디 갈란드처럼 굉장한 스타라는 느낌은 주지 못했죠. 프레데릭 마치 역시 좋은 배우였지만 자신의 남성성을 쉽게 버리지 않는 통에 노먼 메인이라는 캐릭터의 붕괴를 그리는 데 있어 제임스 메이슨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노먼이 자신이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깨닫고 소리없이 울부짖는 장면과 같은 것들을 보세요. 메이슨처럼 몰락과 좌절을 절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얼마나 될까요.

얼마 전에 나온 DVD로 이 영화를 다시 보았는데... 역시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망가진 고대의 조각상을 보는 느낌이에요. 언젠가 남은 필름도 발견되어서 복원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00/10/06)

DJUNA

기타등등

영화에서는 갈란드의 캐릭터가 뜨기 시작하고 메이슨의 캐릭터가 몰락했지만, 실생활은 조금 달랐지요. 갈란드에게 [스타 탄생]은 MGM과의 계약이 끝난 뒤 4년만에 가진 복귀작이었고 마지막 할리우드 대작이었습니다. 약물 중독으로 10년 뒤에 죽은 사람도 갈란드였지 메이슨은 아니었고요. 할리우드 시스템 속에서 자멸한 것이나 다름없던 갈란드와는 달리 메이슨은 그 이후에도 30년 넘게 알찬 배우로 활동해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