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바흐만 고바디 Bahman Ghobadi

주연
아윱 마흐마디....아윱
Ayoub Ahmadi....Ayoub
로진 유네시.....로진
Rojin Younessi....Rojin
아마네 에크티아르-디니....아메네
Amaneh Ekhtiar-dini....Ameneh
마디 아크티라르-디니....마디
Madi Ekhtiar-dini....Madi

아윱과 마디

완벽한 에어컨 시설을 갖춘 극장 안에서 편하게 보기 쉽지 않은 사실주의 영화가 또 하나 나왔습니다.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은 정말 뼈빠지게 가난한 쿠르드족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우리처럼 상대적으로 넉넉한 환경을 사는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죄스러움을 느끼고 직접적인 평가를 회피하게 되지요.

영화는 이란과 이라크의 국경 근방에 위치한 바네라는 쿠르드족 마을에 사는 어린 남매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시장 막노동과 밀수로 살아가는 이 아이들의 삶은 아버지가 국경을 넘다 총에 맞아죽으면서 더욱 심각해지죠. 특히 장남이지만 병 때문에 서너살 정도의 육체와 정신을 가진 마디가 수술을 받지 못하면 곧 죽는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는요.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마디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밀수꾼들과 함께 국경을 넘는 차남 아윱의 모험담입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차녀 아메네의 회상을 통해 전개되고요.

영화 전에 틀어주는 비교적 긴 서문을 제외하면, 영화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사전정보가 없는 관객들이 이 가난한 쿠르드족 아이들과 비슷한 경제 상황에 빠져있는 다른 나라의 아이들을 구별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그렇게까지 많지 않죠. 영화는 빈곤이나 차별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대신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참견없는 시선으로 그들의 피폐한 삶을 보여주는 편을 택합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제공하는 고유의 정보들이 부족한 건 아닙니다. 추위를 이기게 하기 위해 술을 먹인 노새를 끌고 눈덮인 국경을 넘는 밀수꾼의 이미지도 그런 정보들 중 하나지요. 이런 이미지는 미학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럽기 때문에 관객들은 종종 이중의 죄의식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예술가들에게 이런 것까지 무시하는 엄격한 스토이시즘을 강요한다는 건 지독한 위선일 수도 있겠죠.

결국 평가는 드라마의 질로 흘러가게 됩니다. 죽어가는 형제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밀수를 선택한 아이의 이야기는 거의 장르적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설정에 사실적인 어긋남을 추가합니다. 일단 마디의 병세라는 것이 상당히 절망적입니다. 아무리 국경 너머에 있는 이라크의 솜씨좋은 의사들이 수술을 해준다고 해도 겨우 7,8개월밖에 생명을 연장시킬 수 없죠. 게다가 영화는 아윱에게 제대로 된 해피 엔딩도 선사해주지 않아요. 선심쓰듯 약간의 희망만 넣어줄 뿐이죠. 이런 매정함은 정말 얄밉지만 그 덕택에 다소 도식적일 수 있는 드라마의 공식이 생생한 비극성을 얻는 것은 사실입니다.

전 보도자료를 뒤지다 바네의 마을 공터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이 영화를 보았던 바네의 관객들에 대해 읽었습니다. 주인공 아윱을 연기한 아윱 마흐마디가 그 동안 바흐만 고바디 밑에서 어시스턴트로 열심히 일했고 지금 감독 데뷔중이라는 소식도요. 전 그들에게 이 영화가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기반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후 소식을 찾을 수는 없지만 이 영화가 아메네와 마디를 연기한 다른 배우들 역시 어느 정도 도왔기를 바라고요.

우리같은 외국 관객들은요? 우리가 다음에 쿠르드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을 단순한 이국적인 단어가 아닌 구체적인 얼굴과 삶을 지닌 사람들로 인식한다면 이 영화는 자기 일을 한 것이겠지요. 물론 이런 영화들을 선택해 감상하는 것 자체를 일종의 도덕적 알리바이로 여기는 자기기만은 아무도 어쩔 수 없겠지만요. (04/07/14)

DJUNA

기타등등

국내 포스터에 나레이터 아마네의 얼굴을 집어넣은 건 예쁜 여자아이가 영화를 더 쉽게 팔 수 있기 때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