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게이지먼트 Un long dimanche de fiançailles (2004) * * *

감독
장 피에르 주네 Jean-Pierre Jeunet

주연
오드리 토투....마틸드
Audrey Tautou....Mathilde
가스파르 울리엘....마네크
Gaspard Ulliel....Manech
마리옹 코틸라르....티나 롬바르디
Marion Cotillard....Tina Lombardi
장 클로드 드레퓌스....라브로이
Jean-Claude Dreyfus....Lavrouye
앙드레 뒤솔리에....루비에르
André Dussollier....Rouvières
티키 올가도....제르맹 피르
Ticky Holgado....Germain Pire
체키 카리오....파보리에 대위
Tchéky Karyo....Captain Favourier
드니 라방....시수
Denis Lavant....Six-Soux
조디 포스터....엘로디 고르드
Jodie Foster....Elodie Gordes
엘리나 뢰벤존....독일 여인
Elina Löwensohn....German woman

마틸드
[Un long dimanche de fiançailles]는 프랑스의 추리작가 세바스티앙 자프리조의 동명 소설을 장 피에르 주네가 각색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우리나라에도 [아주 긴 일요일의 약혼]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는데, 왜 이걸 그대로 쓰지 않고 [베리 롱 인게이지먼트]를 돌아 [인게이지먼트]라는 어색한 반쪽 영어 제목을 달았는지는 알가다도 모를 일입니다.

영화의 설정은 굉장히 고전적입니다. 다리가 불편한 여자 주인공이 제1차 세계대전 중 실종된 약혼자를 찾아나선다는 거죠. 우리의 주인공 마틸드는 사립탐정을 고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직접 프랑스 전역을 돌며 증인들을 찾아다니면서 조금씩 약혼자 마네크에게 접근해 갑니다. 마틸드의 이 모험담은 거의 신화적이기까지 합니다. 아주 적극적인 페넬로페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죠.

영화는 진지하지만 살짝 괴팍한 정통 멜로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자프리조의 여성 캐릭터들은 살짝 어긋난 매력을 지닌 사람들이 많은데, 마틸드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심지어 불편한 다리까지도 그런 매력의 일부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 캐릭터의 가장 큰 매력은 그 불굴의 의지에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고 상식적인 해답에 안주하는 동안 마틸드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믿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고요.

장 피에르 주네는 [아멜리에] 때보다 신중하게 이 이야기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유머는 비교적 조심스럽게 삽입되고 멜로드라마에 아이러니컬한 냉소를 담지도 않지요. 전체적으로 영화는 클래식 할리우드 시절의 거창한 대작 멜로드라마 분위기를 풍깁니다. 결말 역시 정서적으로 만족스럽고요.

그러나 주네가 정말로 이 영화에 맞는 스타일과 분위기를 찾아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가 이 영화에서 한 건 이야기에 맞는 어법을 찾아낸 게 아니라 [아멜리에] 같은 영화에서 성공적이었던 스타일을 희석시켜 그대로 사용한 것이거든요. 윌리엄 아이리시 소설의 주인공처럼, 약혼자를 죽인 남자들을 한 명씩 살해하는 티나 롬바르디의 이야기를 보세요. 이 연쇄 살인범의 묘사는 너무 환상적이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가 쉽지 않습니다. 주네의 부서진 만화경 같은 스타일은 [아멜리에]나 [델리카트슨]의 초현실적인 세계에나 어울리지, 자프리조가 쓴 이 구식 멜로드라마에는 맞지 않습니다.

캐스팅도 조금은 의심스럽습니다. 오드리 토투를 주연으로 캐스팅한 건 [아멜리에]의 성공을 생각해보면 상업적으로 당연합니다. 하지만 토투의 마틸드는 지나칠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불편한 다리는 관객들의 보호 본능을 팍팍 자극하고요. 그러나 마틸드에게 중요한 건 아멜리 풀랑식 사랑스러움이 아니라 캐릭터의 강한 성격입니다. 심지어 원작에서는 불편한 다리도 캐릭터가 가진 강철같은 의지를 살리는 도구이죠. 여기서 주네는 지나치게 안전한 길을 걸은 것 같습니다. 캐릭터에 더 잘 맞는 다른 배우를 찾거나 토투에게서 캐릭터에 어울리는 연기를 끌어내는 편이 더 좋았을 거예요.

여전히 전 [Un long dimanche de fiançailles]가 좋은 멜로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울리지 않았을 뿐이지 장 피에르 주네 특유의 장난스러운 게임도 재미있었고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내는 핵심은 대부분 자프리조의 원작에서 나온 것입니다. 주네가 여기에 특별히 많은 걸 더했다고 생각되지는 않아요. (05/03/21)

DJUNA


기타등등

1. 말레크가 사방에 새기는 'MMM'은 프랑스어의 말장난입니다. 'Mathilde aime Manech'에서 'aime'의 발음이 M과 비슷한 것에 착안한 거죠. 영어권에서는 이 농담을 살리기 위해 'Manech's Marrying Mathilde'라는 번역을 사용한 모양인데, 한국어 번역에서도 이걸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2. 조디 포스터가 나온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엘리나 뢰벤존이 나온다는 건 전혀 모르고 봤어요. 그 슬픈 흡혈귀 얼굴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오래간만에 IMDb를 찾아봤는데, 아직도 열심히 활동 중이더군요. 나중에라도 어울리는 좋은 작품을 만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