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토니 골드윈 Tony Goldwyn

주연
다이안 레인....펄 칸트로위츠
Diane Lane....Pearl Kantrowitz
비고 모르텐센....워커 제롬
Viggo Mortensen....Walker Jerome
리에브 슈라이버....마티 칸트로위츠
Liev Schreiber....Marty Kantrowitz
안나 파퀸....앨리슨 칸트로위츠
Anna Paquin....Alison Kantrowitz
토바 펠드슈....릴리안 칸트로위츠
Tovah Feldshuh....Lilian Kantrowitz
바비 보렐로....다니엘 칸트로위츠
Bobby Boriello....Daniel Kantrowitz
스튜어트 빅....닐 리버만
Stewart Bick....Neil Leiberman
엘렌 데이빗....엘레노어 겔판드
Ellen David....Eleanor Gelfand
빅토리아 바코프....셀마 르비츠키
Victoria Barkoff....Selma Levitsky
리자 제이콥....마이라 나이델
Lisa Jakub....Myra Naidell
스타 재스퍼....로다 리버만
Star Jasper....Rhoda Leiberman
줄리 캐브너....P.A. 아나운서
Julie Kavner....P.A. Announcer
타마 코즐로프....웬디 그린
Tamar Kozlov....Wendy Green

1.

[워크 온 더 문]의 시대 배경은 1969년 여름입니다. 참 소란스러웠던 때였지요. 7월에는 인간이 최초로 달을 밟았고 8월에는 우드스탁이 있었으니까요.

이 영화의 주인공인 칸트로위츠 가족은 이 모든 것들을 직접 겪습니다. 달착륙이야 전세계인이 함께 했던 사건이었으니 당연한 것이고, 우드스탁은... 우연히도 그들이 여름에 머물던 방갈로가 우드스탁 근처에 있었거든요.

그러나 이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일이 있었습니다. 칸트로위츠 가족의 엄마인 펄이 그만 블라우스 세일즈맨과 바람을 피웠답니다!

2.

간단히 줄거리를 소개하죠. 칸트로위츠 가족은 여름이 되면 우드스탁 근처에 있는 방갈로촌에서 휴가를 보냅니다. 텔레비전 수리공인 불쌍한 아빠 마티는 주중에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주말에만 가족들과 지낼 수밖에 없죠. 마티가 달착륙 중계를 보려고 몰려든 손님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는 동안, 그만 펄은 가끔 방갈로 촌을 찾아오는 잘생긴 블라우스맨 워커와 눈이 맞아버립니다. 펄이 정신없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우드스탁의 열풍이 찾아오고, 그 때문에 이 짧은 불륜의 열정은 점점 도를 더해갑니다. 결국 칸트로위츠 가족은 10여년 만에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게 되지요.

뻔한 이야기지요? 하긴 그렇습니다. 펄의 고뇌는 이미 수많은 소설과 영화 속에서 다룬 것이지요. 젊은 시절의 꿈을 모두 잃어버린 채 꽉 막힌 것 같은 삶을 살아왔던 가정 주부가 갑작스럽게 다가온 불륜으로 혼란에 빠진다는 이야기 말이에요.

게다가 펄의 불륜은 생각만큼 깊이 있게 묘사되고 있지 않습니다. 비고 모르텐센이 연기한 워커는 살아있는 캐릭터라기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인물입니다. 펄과 워커의 관계 역시 그렇게 대단한 열정으로 그려지지는 않습니다. 꽤 농도 짙은 섹스 묘사가 나오긴 하지만 그것 역시 전시용에 가깝습니다. 우린 지나치게 일찍 결혼해서 젊은 시절의 모든 환상들을 잃어버린 펄의 욕망과 갈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녀의 고민에 완전히 몰입하지는 못합니다. 펄의 남편 마티 때문이죠. 갑작스러운 펄의 임신 때문에 대학에 가는 걸 포기했던 그야말로 진짜 희생을 치렀고 진짜로 갈등하는 인물이거든요. 관객들은 당연히 두 사람의 고통을 저울질하게 되고요.

딸인 앨리슨의 이야기도 펄의 이야기보다 훨씬 깊이가 있습니다. 사실 앨리슨은 이 영화에서 가장 깊이있게 묘사된 인물이어서 펄보다는 앨리슨이 더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당연하지 않겠어요? 이 영화의 각본은 작가 파멜라 그레이의 처녀작인데, 원래 처녀작이란 자서전적이기 마련이잖아요. 아마 그레이도 앨리슨처럼 1969년 여름에 초경을 맞고 첫 키스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가 진짜로 관심을 가지고 묘사하는 부분은 불륜 자체가 아니라 불륜이 가족에 미친 영향입니다. 펄의 불륜의 진행되는 동안, 펄과 마티는 그들이 산문적이고 따분한 일상 속에서 잃었던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그들이 당연하게 생각했던 가족의 가치를 재인식합니다. 앨리슨 역시 부모에 대한 환상 깨기라는 성인식을 치르게 되고요. 불륜치고는 꽤 생산적인 불륜이었던 셈입니다. 한바탕 난리를 치고난 뒤 모두 얻은 게 있으니까요. 너무 깔끔해서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지만.

[워크 온 더 문]은 이 불륜 사건을 역사적 변화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69년이라는 시기는 거대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도 중요했지만, 그 속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마음까지 변화시켰다는 거죠. 이 영화는 50년대식의 안전했던 구식 가정이 세월의 광풍을 맞으며 보다 불안하고 변화무쌍한 새로운 시기로 접어든다는 내용 쯤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 언급되는 두 가지 역사적 사건들도 모두 그 주제를 위해 봉사하고 있습니다. 달착륙은 상징이고, 우드스탁은 직접 영향을 주는 엔진이지요. 암스트롱의 첫 발자국이 '거대한 도약'이었던 것처럼, 펄의 불륜으로 인해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도 칸트로위츠 가족에게 그만큼 중요한 도약이었던 셈입니다.

3.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배우들입니다. 다이안 레인은 오래간만에 자신이 배우라는 걸 다시 보여주었고, 안나 파퀸의 사춘기 소녀의 연기는 그 배우 특유의 수줍게 살짝 넘쳐나는 감정 노출 때문에 무척 사실적입니다. 리에브 슈라이버의 마티 연기 역시 근사하고요. 그리고 전 마티의 어머니 릴리언을 연기한 토바 펠드슈가 참 좋았습니다. 단지 비고 모르텐센은 현실감이 없었는데, 하긴 그게 그 사람의 역할이기도 했습니다.

파멜라 그레이의 각본은 반쯤은 성공하고 반쯤은 실패했습니다. 이야기는 뻔하고 모든 걸 손아귀에 넣고 다 해결하려는 풋나기 각본가의 권력 도취가 눈에 보입니다. 하지만 대사들은 흥미롭고 드문드문 터져 나오는 감정 노출은 진실되고 강렬합니다.

이 영화는 배우 토니 골드윈([사랑과 영혼]에서 지옥에 끌려가는 악당을 연기했던 배우입니다)의 감독 데뷰작이고 더스틴 호프먼이 제작한 첫 영화입니다. 자기 일에 진력이 난 배우들의 도락 쯤 되었던 걸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골드윈의 연출은 비교적 섬세하고 종종 정곡을 찌르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새로운 걸 보여주지는 않지만 첫 작품이라는 걸 고려하면 잘 만든 편입니다. (00/03/12)

DJUNA

기타등등

방갈로 촌에서 여름 석달을 머물다니. 전 끔찍해서 그런 짓 못합니다. 덥더라도 도시에 살고 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