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신상옥

주연
이청....연화
이승용....한도령
김우명....장쇠
주영....장쇠부인
고선애....유모

연화와 유모

신상옥의 [반혼녀]는 홍콩과 한국 합작영화로, 당시 [스잔나]로 아시아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홍콩 배우 이청(리칭)이 주인공 연화 역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흥행성적은 그냥 그랬다고 하는군요.

영화는 연화라는 젊은 여자가 죽으면서 시작됩니다. 연화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부부의 연을 맺기로 약속한 한도령이라는 약혼자가 있었는데, 이 친구는 연화의 아버지에게 진 빚을 갚으려고 오다가 그만 강도를 만나 빈털터리가 되고 말죠. 한도령은 돈을 갚기 전까지 연화의 집에 가지 않겠다고 맹세하지만, 죽은 연화의 귀신은 역시 따라 죽은 유모의 도움을 받아 그와 혼례를 치르고 첫날 밤을 보내려 합니다.

이 전형적인 [요재지이]식 스토리에서 가장 큰 단점은 동기와 장애가 그렇게 잘 짜여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보다 보면 "그래서 뭐?"라고 물어보고 싶어집니다. 이 영화에선 연화와 한도령이 섹스 한 번 하면 모든 문제들이 해결됩니다. 연화나 유모가 특별히 사악한 악령인 것도 아니고 한도령에게 그 한 번의 동침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유일한 방해자들은 한도령을 보호하려고 하는 선의의 방해꾼들이죠. 이들이 이 둘의 동침을 막으려고 할 때마다 관객들은 그냥 짜증이 나게 됩니다. 차라리 이럴 때는 방해꾼이 악당일 때가 더 속 편하죠.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남자 주인공 한도령도 그렇게 맘에 드는 주인공은 아니고요.

영화는 스타일 면에서나 배경 면에서나 참 모호합니다. 일단 영화의 무대나 시대 배경부터 모호해요.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옛 중국이 무대인 것 같은데, 장쇠와 같은 굉장히 한국적인 이름을 가진 하인들이 등장하기도 하거든요. 이런 모호한 느낌은 중국 관객들보다는 이청의 신작을 보고 싶어하는 한국 관객들을 노린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이청이 조선 시대 아낙네로 나왔다면 엄청 이상했겠죠.

공포영화로서 [반혼녀]는 그렇게까지 관객들을 자극할 의도는 없습니다. 하긴 귀신이 나온다고 해서 꼭 무서운 영화여야 한다는 법은 없죠. 그래도 가끔 의무감 때문에 삽입된 공포 장면들이 몇 개 있긴 합니다. 하지만 설득력 없는 분장과 성의없는 연출 때문에 그렇게까지 큰 자극을 주지는 못해요. 하인 부부의 코미디 역할도 대단치는 않고요.

그럭저럭 먹히는 부분은 로맨스입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건 로맨스도 아니에요. 연화는 한도령에게 어떤 감정을 품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린 시절 이후로 만난 적도 없어서 얼굴도 모르는 걸요. 연화와 유모에게 한도령은 저승에 가기 위한 문을 여는 열쇠에 불과해요. 차라리 그 캐릭터의 이런 기능성을 강조했다면 영화가 더 재미있어졌을 수도 있었죠. 아마 관객들은 원하지 않았겠지만요. (05/07/26)

DJUNA

기타등등

불쌍한 장쇠 부부. 신세 고쳤다고 좋아하다 끝에 가서 얼마나 실망했을까요? 어차피 한도령에겐 천 냥 돈은 별 필요도 없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