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볼프강 페테르센 Wolfgang Petersen

주연
해리슨 포드....제임스 마샬 대통령
Harrison Ford....President James Marshall
게리 올드먼....에고르 코르슈노프
Gary Oldman....Egor Korshunov
글렌 클로즈....캐스린 베넷 부통령
Glenn Close....Vice President Kathryn Bennett
웬디 크류슨....그레이스 마샬
Wendy Crewson....Grace Marshall
리젤 매튜스....앨리스 마샬
Liesel Matthews....Alice Marshall
폴 길포일....로이드 셰퍼드
Paul Guilfoyle....Lloyd Shepherd
잰더 버클리....깁스 요원
Xander Berkeley....Agent Gibbs
윌리엄 H. 메이시....콜드웰 소령
William H. Macy....Major Caldwell
딘 스톡웰....월터 딘 국방장관
Dean Stockwell....Defense Secretary Walter Dean
유르겐 프로흐노프....이반 라덱 장군
Jürgen Prochnow....General Ivan Radek

1.

진부하지만 그래도 늘 돈벌이가 되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특수효과를 잔뜩 들이고 스타들을 끌어들여 다시 한 번 내놓고 싶은데 아무래도 여러 번 써먹은 거라 그냥 내보내기가 좀 껄끄럽군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헐리웃의 모범 답안 하나. 배경과 소재를 특화시킨다. 특히 이런 건 [다이 하드] 류의 영화에 잘 통하는 방법이지요. 원맨 히어로가 갇힌 공간에서 여러 악당들과 싸운다는 플롯을 새롭게 하는 방법이 이것 이외에 또 있나요?

하지만 특화라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로 [더 록]을 보세요. 알카트라즈라는 거창한 배경을 잡아놓은 뒤, 그 배경가지고 한 게 뭐가 있습니까? [콘 에어]만 해도 특화된 소재는 단지 도입부의 배경만 간신히 설정할 뿐 아무 것도 한 게 없었지요. 따라서 여기엔 다음과 같은 법칙이 또 끼어들게 됩니다. '배경과 소재가 특화되었다면 액션 역시 그에 맞게 특화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에어 포스 원]은 어떻게 했을까요?

2.

[에어 포스 원]은 [더 록]보다는 기술적으로 나은 각본에서 출발했습니다. 적어도 이 영화에서 에어 포스 원이라는 배경은 단순히 안에서 사람들이 총쏘는 공간 이상의 것입니다. 비상시 사출시키는 캡슐이나 통신 시스템, 방어 시스템과 같은 것들은 꽤 상세하게 소개되며 모두 액션의 일부를 이룹니다. 이것들이 얼마나 사실과 일치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에어 포스 원은 추락할 때까지 열심히 뛰면서 자기 일을 합니다. 비행기한테는 게을렀다고 항의할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는군요.

하지만 에어 포스 원은 비행기가 에어 포스 원이기 때문에 특별한 게 아니라 비행기 안에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타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것입니다. 사실 에어 포스 원이란 건 특별한 비행기가 아니라 미국 대통령이 탄 비행기를 일반적으로 호칭하는 명칭이지요. 따라서 액션에서 중요한 것은 비행기가 아니라 대통령인 겁니다.

여기서 뭐가 불만이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겠지요. 마샬 대통령처럼 바쁘게 뛰는 캐릭터가 또 어디에 있습니까? 대통령이란 사람이 테러리스트를 때려잡고 부하들을 낙하산으로 탈출시키고 비행기를 조종하는 등 하여간 별짓을 다 하니까요.

여기서 걸리는 건 '대통령이란 사람이'입니다. 문제는 이렇습니다. 만약에 이 액션 영화가 '대통령이란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것을' 특화했다면 액션 역시 대통령이라는 사람에 맞추어야 합니다. 그런데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마샬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것보다는 월남전 전쟁 영웅이 라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영화 전체를 통해 마샬이 대통령답게 구는 장면이 얼마나 나오나요? 만약 대통령이 대통령처럼 굴지 않는다면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나요? 적어도 50줄에 들어선 노인네는 젊은 애들과 다른 식으로 싸웠을 거라는 건 생각했어야 했어요.

대통령답지 않은 행동을 하게 만드는 바람에 마샬 대통령은 참으로 비현실적인 인물이 되어버립니다. 게다가 그가 비현실적인 인물이 되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설정 자체도 비현실적이 되어 버렸지요. 그는 갑자기 람보가 되려고 한 것만 빼면 참으로 건전하고 이상적인 사람이니까요. 주인공이 사람같지 않으니 감정 이입 능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겠어요?

3.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납치되었으니 지상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여기서부터 또 하나의 드라마가 열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요. 하지만 [에어 포스 원]의 지상 장면은 아주 나쁜 편입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특히 부통령인 캐더린 베네트가 그렇습니다. 베네트가 영화 속에서 한 가장 큰 일은 대통령의 통수권이 국무장관에게 넘어가지 않게 막는 일인데, 도대체 이 행동의 당위성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 말도 안되는 일에 시간을 할애하는 동안, 미국 대통령이 납치되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등장하지도 못하죠. 결국 남은 시간 동안 그들이 하는 일이란 대통령이 핸드폰과 팩스로 내리는 명령을 듣고 따라하거나 인질범들에게 통하지도 않는 전화를 거는 일 밖에 없어요.

만약 통신이 두절되고 국무장관이 전권을 이양받아 독자적으로 인질범들을 처리하려고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역시 뻔한 상황이겠지만 적어도 당위성은 살았을 것이며 통신두절이란 것을 이용해 또 다른 액션을 추가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4.

악당들 중 가장 거슬리는 인물은 깁스입니다. 코르슈노프야 나름대로 자신의 동기를 밝히고 있지만 도대체 이 남자는 정체를 알 수가 없습니다. 바로 이 사람 때문에 하이재킹이 가능했다는 건 분명한데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으니까요. 이 양반이 돈 때문에 그랬다면 나머지 행동이 이해가 안되고 정치적인 동기 때문이라면 설명이 부족합니다. 더 나쁜 건 이 사람을 계속 남겨두다 마지막 액션에서 써먹었다는 겁니다. 게다가 그 액션 자체가 별볼일 없는 것이었거든요. 차라리 그를 중간에 폭로시키고 코르슈노프를 나중 액션에 써먹었다면 더 균형이 살지 않았을까요? 적어도 깁스의 정체는 좀 더 분명해졌을테니 말이에요.

5.

배우들은 괜찮습니다. 그들의 최고 연기는 절대로 아니지만 적당히 자기 역들을 하며 이미지도 맞습니다. 해리슨 포드는 적당히 말도 안되는 대통령처럼 보이고 글렌 클로즈도 적당히 말도 안되는 부통령으로 보이며 게리 올드먼도 적당히 미친 테러리스트로 보입니다. 그 정도면 된 거지요.

사실 저희들은 이 영화를 리젤 매튜스가 [소공녀] 이후 얼마나 컸나 확인하러 보러 갔었어요. 조금 크긴 컸더군요. :-) 하지만 이 배우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뻣뻣한 태도 같은 것이 아직도 좀 남아있었어요. 좀 더 기다려 봐야 할 것 같군요.

6.

이 영화에서 깃발처럼 날리는 팍스 아메리카나 냄새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또 그걸 무시할 수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을 의식적인 패권주의의 일부로 보는 건 조금 지나친 일인 것 같습니다. 적어도 미국애들이라고 자기네 대통령이 나와 쌈질하는 영화를 보고 '아, 감동적이야!'하고 떠들지는 않겠지요. 김영삼이나 박정희가 청와대에 들어온 테러리스트를 태권도로 때려잡는 영화를 보고 우리가 감동을 받을 거라는 소리와 뭐가 다르겠어요. 대통령이 테러리스트를 때려잡는 건 그 동네 사람들에게도 웃기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적어도 인터넷에서 저희와 이 영화에 대해 수다 떨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웃긴다고 생각하더군요. 그네들이 유달리 리버럴한 사람들은 절대로 아니었을 겁니다.

헐리웃의 대통령 유행은 그게 요새 장사가 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거지, 엄청난 애국적인 의도는 없습니다. [에어 포스 원]에서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유도 기껏해야 액션에 새로운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거랑 대통령 주인공이 유행이라는 것 정도가 다였겠지요. 클린턴이 [에어 포스 원]을 신나게 보았다고요? 그 사람 취향이죠.

7.

[에어 포스 원]은 다이하드식 재미를 꽤 주는 영화고 기술적인 면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진부하고 게으르며 캐릭터들이 너무 평이하군요. 각본가가 더 부지런해졌어야 마땅할 영화였습니다. (97/09/19)

D&P

기타등등

원래 이 역은 케빈 코스트너에게 돌아갈 예정이었다는군요. 하지만 코스트너는 [포스트맨]에 매달리느라 역을 거절했대요. 하긴 포드가 코스트너보다 낫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