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루이스 길버트 Lewis Gilbert

주연
마이클 케인....알피
Michael Caine....Alfie
셜리 윈터스....루비
Shelley Winters....Ruby
밀리센트 마틴....시디
Millicent Martin....Siddie
줄리아 포스터....길다
Julia Foster....Gilda
제인 애셔....애니
Jane Asher....Annie
셜리 앤 필드....칼라
Shirley Anne Field....Carla
비비안 머천트....릴리
Vivien Merchant....Lily
엘리노어 브론....의사
Eleanor Bron....The Doctor
덴홀름 엘리엇....낙태시술자
Denholm Elliott....The Abortionist
알피 바스....해리 클래마크래프트
Alfie Bass....Harry Clamacraft
그레이엄 스타크....험프리
Graham Stark....Humphrey

알피와 루비

전성기의 제임스 본드 영화들이 그런 것처럼 [알피]도 60년대의 산물입니다. 구시대의 성도덕에서 막 해방되었으면서도 페미니즘 운동의 역풍을 아직 전면으로 받지 못한 그 방탕한 시대의 아이인 거죠. 당시는 정말 남자들이 바람피우기 딱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빌 노튼의 동명 희곡을 각색한 이 영화의 주인공 알피 엘킨스는 렌터카 회사에서 일하는 30대 초반의 바람둥이입니다. 알피는 수많은 여자들을 오가지만 결혼할 생각도 없고 또 그런 압박도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짧은 쾌락만을 추구하는 그의 삶은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어두워집니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쾌락은 점점 줄어드는데 삶은 점점 무의미해지고 그가 저지른 경박한 장난은 점점 그에게 대가를 요구하죠.

60년대 관객들은 [알피]를 교훈이 있는 경쾌한 코미디로 즐겼습니다. 올곧기만 했던 이전의 남자주인공들과는 달리 거의 안티 히어로라고 할 수 있는 방탕아의 모험담은 신선한 즐거움이었지요. 물론 이 영화는 알피의 무절제한 삶을 옹호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많은 관객들은 교훈보다 마이클 케인의 육체를 빌린 이 막되어 먹은 남자의 삐딱한 모험담 자체를 즐겼을 겁니다. 오리지널 연극에서 그랬던 것처럼 케인이 관객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뻔뻔스럽고 직설적인 어투로 자신을 변호할 때엔 일종의 규칙 파괴의 쾌감을 느꼈을 거고요.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알피]는 점점 덜 유쾌한 작품이 되어 갑니다. 일단 페미니즘의 흐름을 한 번 거치고 난 우리에게 이 망나니 코크니가 여자들을 대하는 행동은 그냥 불편할 뿐입니다. 그는 단 한 번도 여자를 여자라고 부른 적도 없습니다. 언제나 bird라고 지칭하고 물건처럼 대명사 it으로 받죠. 그에겐 여자들에 대한 배려도 없고 관심도 없습니다. 그들은 그에게 쾌락의 도구일 뿐입니다. 자기는 최소한의 피임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에요.

딱하게도 이 영화의 여자들은, 한 두명만 제외하면, 그런 그에게 제대로 맞서지도 못합니다. 넓은 아량으로 그를 용서하거나 포기할 뿐이죠. 하긴 어쩔 수도 없을 거예요. 알피가 상대하는 코크니 아가씨들은 제대로 교육도 못받았고 페미니스트들이 심어준 자존심도 없으며 경제적 능력도 하찮으니까요. 결정적으로 그들은 모두 남자 각본가에 의해 쓰여졌죠!

[알피]는 만들어진 당시에도 어두움을 품고 있었던 영화지만 지금의 관객들에겐 코미디보다는 어두움이 더 잘 보입니다. 알피의 태도도 불만스럽지만, 성해방과 에이즈 시대를 모두 겪은 지금의 우리에게 알피의 행동은 거의 폭력적인 자멸 행위처럼 보이는 거죠. 영화가 주는 교훈도 지금 보아서는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결국 영화의 교훈이란 책임지지 않는 삶을 사는 방탕한 남자에 대한 구식 중산계급의 경고이니 말이죠. 우리를 만족시킬 만큼 알피의 문제점을 많이 건드리지는 않는 거예요.

[알피]는 여전히 강렬한 영화입니다. 일단 마이클 케인의 연기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고 그가 연기한 알피 캐릭터도 쉽게 잊혀질만한 사람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의 최종적인 인상은 세월이 흘러가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만들어진 시기엔 현실적인 교훈을 담은 야비한 코미디였던 작품이 지금은 짧게 휙 지나간 잊혀진 시대의 처절한 절규처럼 보이거든요. (05/01/11)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는 최근에 주드 로 주연으로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어떻게 했을지 궁금하군요. 이 영화의 내용은 철저하게 60년대 영국이라는 시대에 종속되어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