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벤 스테슨 Ben Stassen

아이맥스 영화는 무척 감각적인 오락입니다. 다시 말해 아이맥스 영화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은 일반 영화에서 기대하는 스토리나 액션과는 조금 다른 것들을 기대합니다. 아이맥스 영화에서 아카데미 상을 받을 만한 연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눈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엄청난 시청각적 경험입니다.

스토리가 있는 아이맥스 영화들은 그래서 종종 굉장히 위선적입니다. 정작 하려고 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화면으로 관객들을 압도하는 것이면서 끝까지 스토리에 진지한 척 하고 있으니까요. 다큐멘터리 역시 위선적이 될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그들이 관객들에게 제공하려는 것은 '정보'가 아닐 때가 많으니까요.

[에일리언 어드벤처]는 어떨까요? 솔직하다면 아주 솔직하고 뻔뻔스럽다면 엄청 뻔뻔스럽습니다. 한마디로 속이 너무나도 뻔히 보여서 솔직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인 작품이라는 거죠.

스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의 외계인들이 새로운 집을 찾기 위해 지구로 왔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탐사를 위해 착륙했던 곳은 도시가 아니라 어드벤처 플래닛이라는 놀이 공원이었어요. 놀이 공원에 있는 수많은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정신이 나간 탐사대는 결국 지구를 포기하기로 합니다. 지구라는 별이 놀기 너무 좋은 곳이라 자기네들이 안이해질 수 있다나요.

물론 이 영화가 제공하려는 것은 외계인들의 모험이 아닙니다. 외계인들은 일련의 롤러 코스터 질주를 묶어서 제공해 주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죠.

영화는 네 개의 롤러 코스터를 보여줍니다. 맨 처음 나오는 것은 Arctic Adventure라는 롤러 코스터 시물레이터입니다. 거대한 아이스 큐브를 따라 스키 슬로프와 같은 복잡한 터널을 미끄러지는 것이죠. 두번째는 Magic Carpet. 납치된 공주를 구하기 위해 핑크색 지니를 따라 역시 꽤 복잡한 터널을 누빕니다. 세번째는 Kid Coaster. 거대한 어린이 놀이방의 장난감 롤러코스터를 질주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Aquadventure는 반은 잠수함이고 반은 롤러코스터인 기계로 심해를 누빕니다. 모두들 정신없이 빠르고 어지럽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보는 도중 멀미를 했어요.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그런 질주가 충분한 아이맥스적 쾌락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네, 정말 멀미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롤러코스터적인 쾌감은 그 멀미를 제외하면 이상할 정도로 약하군요. 이 영화가 제공하는 멀미도 스크린의 속도감과 관객이 머물러 있는 현실 세계가 이상하게 분리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흔들리는 의자라도 있었으면 더 나았을지 모릅니다.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사였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고요.

관객들이 스토리 따위를 보러오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다른 재미가 더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로 좋았던 것은 롤러 코스터 질주가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으로 꾸민 외계인들의 우주선들이었거든요. 특수 효과 자체는 평범했지만 그래도 아이맥스 화면에 꽉 찬 우주선들을 보니 꽤 기분이 그럴싸했습니다. 그들에게 놀이 동산을 제공하는 대신 제목과 어울리게 진짜 모험을 제공해주었다면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짜 모험을 롤러코스터식으로 윤색하는 것 정도야 그들도 충분히 할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그 정도 위선이야 나쁘지 않잖아요. (00/07/26)

DJUNA

기타등등

[판타지아 2000]의 아이맥스 개봉은 우리 나라에서는 가망이 없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