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폴 W.S. 앤더슨 Paul W.S. Anderson

주연
사나 라단....알렉사 우즈
Sanaa Lathan....Alexa Woods
라울 보바....세바스찬 드 로사
Raoul Bova....Sebastian de Rosa
랜스 헨릭슨....찰스 비숍 웨일랜드
Lance Henriksen....Charles Bishop Weyland
유언 브렘너....그레엄 밀러
Ewen Bremner....Graeme Miller
콜린 살몬....맥스웰 스태포드
Colin Salmon....Maxwell Stafford
토미 플래너건....마르크 베르하이덴
Tommy Flanagan....Mark Verheiden
조셉 라이....조 코너스
Joseph Rye....Joe Connors
아가트 드 라 불레....아델 루소
Agathe De La Boulaye....Adele Rousseau

프레데터와 에일리언

캐릭터의 개성과 인기가 그 캐릭터가 속한 작품 자체를 능가할 때 시리즈가 탄생합니다. 하나의 작품에서 탈출하는 순간부터 그 캐릭터는 팬들의 상상력 속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지요. 자기 이름을 딴 위대한 작품 속에 갇혀있는 햄릿이 할 수 있는 건 주저하면서 삼촌을 죽이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작품 자체의 인기를 능가한 셜록 홈즈는 팬들의 상상 속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나찌와 싸우고 잭 더 리퍼와 대결하고 심지어 다른 소설 속에 뛰어들어가 아르센 뤼팽이나 드라큘라와도 싸울 수 있어요.

그걸 고려했을 때,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싸운다는 아이디어에 팬들이 열광한 건 세상에서 가장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 설정에 대한 수많은 팬픽션들이 나왔고 몇몇 사람들이 극장용 영화를 위한 각본까지 쓴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고요. 하지만 과연 그것이 상상 속의 영화가 아닌 진짜 극장용 영화를 위한 컨셉이 될 수 있을까요?

일단 이 영화가 어떤 설정을 통해 둘을 만나게 하고 있는지 설명해보죠. 아직 인류가 문명을 건설하지 못했던 먼 과거에 프레데터들은 지구로 내려와 건축과 문명의 기초를 가르쳐주었습니다. 대신 그들은 가끔 지구로 내려와 인간 제물을 요구했죠. 그들은 인간 제물을 숙주로 에일리언을 키워 젊은 프레데터들의 통과 제의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에일리언들이 번식해 통제가 불가능해지자 프레데터들은 자기네들이 건설한 문명 전체를 날려버리고 지구를 떠났답니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21세기가 되었고 웨일랜드라는 컴퓨터 재벌이 남극에서 프레데터가 남긴 피라밋을 발견합니다. 피라밋에 탐사대가 접근하자 프레데터들은 다시 지구를 찾아오고 피라밋에서 깨어난 에일리언들과 프레데터들의 피튀기는 전투가 시작되지요.

아하, 그렇게 된 거군요. 그럴싸합니다. 있을 법 해요. 이것으로 웨일랜드-유타니 회사가 왜 그렇게 에일리언들에 관심을 가졌는지 설명할 수 있지요. 프레데터들의 우주선에서 왜 에일리언의 해골이 나왔는지도 설명할 수 있고요. 찰스 웨일랜드의 미들 네임 비숍이나, 손가락 사이를 볼펜으로 찍는 그의 버릇 역시 팬들에 대한 윙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좋은 액션 드라마의 소재가 될 수 있을까요? 답은 '아니올씨다'입니다. 이유는 [프레디 Vs. 제이슨]과 비슷해요. 둘만의 대결로 끌어가자니 이야기가 안되고 그렇다고 인간을 넣으니 그들이 영 심심한 거죠. 결국 영화는 주인공도 없고 드라마도 없으며 심지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인 캐릭터들의 성격까지 어느 정도 배반하는 밋밋한 농담이 되어 버립니다.

폴 W.S. 앤더슨은 이전에도 그렇게까지 믿음이 가는 감독은 아니었지만 이 영화에서도 심심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는 고유의 분위기도, 캐릭터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그냥 밋밋한 액션들을 밀어붙입니다. 프레데터들과 에일리언들이 한참 치고받은 뒤 남는 건 그의 팬보이다운 열정과 기본 아이디어뿐입니다.

팬픽션을 쓰는 건 사랑의 행위입니다. 우리가 막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지요. 하지만 팬픽션의 아이디어를 영화로 만드는 건 사정이 달라요. 돈을 내고 극장에 들어가 1시간 반 넘게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들 역시 고려해야 하지요. 그럴 경우 이 팬의 애정이 부글거리는 설정과 이야기가 기본 설정을 능가하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건 야바위 행위가 됩니다. (04/09/13)

DJUNA

기타등등

프레데터는 더운 날씨에 강한 애들이 아닌가요? 남극에서 싸우느라 고생했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