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제임스 D. 스턴 James D. Stern

주연
조운 앨런....헬렌 하딩
Joan Allen....Helen Harding
제프 대니얼즈....워렌 하딩
Jeff Daniels....Warren Harding
로버트 포스터....타일러
Robert Forster....Tyler
앙드레 브라우어....팀 설리번
André Braugher....Tim Sullivan
보켐 우드바인....에이지
Bokeem Woodbine....Agee
안나 파퀸....애너벨 리
Anna Paquin....Annabel Lee
데이빗 쉼머....크리스
David Schwimmer....Chris
조쉬 브롤린....테널
Josh Brolin....Tennel
게리 시리즈....노튼 모건
Gary Sinise....Norton Morgan

1.

우리 같은 외국인들에게 미국의 총기 규제 논쟁은 아주 이상하게 보입니다. 왜 그들은 그냥 총기 규제법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무리 총기업자들의 로비가 거세다고 해도 그처럼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가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어요?

심오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동네 사람들에게 총기를 소유할 권리는 거의 건국 이념과 가까운 무게를 지니거든요.

생각해보세요.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일어났나요? 미국은 부당한 통치자들에 맞서는 시민들의 무장 혁명으로 일어난 나라입니다. 그들이 세운 나라에서 총기 소유를 제한한다는 것은 개인이 부당한 국가와 정부에 대항할 권리를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언론 자유보다 더 중요하죠. 우리에게 이런 생각은 지나칠 정도로 편집증적이고 원시적으로까지 보입니다만... 네, 동네가 다르답니다.

그러나 아무리 이유가 거창하고 심오하다고 해도, 총은 위험한 장난감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때문에 죽어가는 것 역시 사실이고요. 그리고 과연 총을 들고 설쳐대는 그 수많은 사람들이 건국 이념 때문에 총을 가지고 있겠습니까?

2.

[올 더 레이지]는 키스 레딘이 쓴 동명의 희곡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막강한 배우들 때문에 제작전부터 꽤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죠. 조운 앨런, 제프 대니얼즈, 안나 파퀸, 게리 시니즈, 로버트 포스터... 모두들 할리우드 스타는 아니더라도 근사한 경력을 가진 훌륭한 배우들입니다.

하지만 작년 토론토 영화제에 이 작품이 발표된 뒤로, 영화에 대한 평판은 급작스럽게 나빠졌습니다. 그 막강한 배우진을 가지고도 배급사를 찾는 게 거의 불가능했을 지경이었으니까요. 영화는 거의 잊혀지다시피하다가 올해 초에 [It's the Rage]로 제목이 바뀌어 케이블 텔레비전을 통해 잽싸게 방영되었고 몇 주 전 DVD와 비디오가 나오기 직전에 대도시의 아트 하우스를 통해 잠시 상영되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한 도시에 사는 일단의 사람들(사업 파트너가 아내의 정부라고 의심하고 그를 쏴 죽인 남자, 그런 남편을 떠나 새 인생을 시작하려는 아내, 비슷한 수준의 트러블로 시달리는 게이 커플, 성질 더러운 틴에이저 소녀, 동생에 거의 근친상간적으로 매달리는 그녀의 폭력적인 오빠, 대인 기피증에 걸린 빌 게이츠 풍의 첨단 기업가...)이 로버트 앨트먼 영화에서처럼 엉성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거의 절반이나 되는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결코 정상이 아닌데다 총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결과는? 영화가 끝날 무렵이면 나머지 반이 총에 맞아 죽어나갑니다.

교훈은 자명하죠. 총은 무서운 장난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도 될만큼 멀쩡한 동물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총기 규제법에 찬성표를!

너무 자명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정치 팜플렛을 통해 해야지요. 극영화를 통해서 같은 이야기를 하면 너무 뻔해져 버립니다. 주제가 너무 노골적이고 강해서 드라마를 눌러버리기 때문이지요.

[올 더 레이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총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서, 기초적인 캐릭터 묘사도 제대로 해내지 못합니다. 폭발적인 결말로 몰아가느라 드라마 역시 좁아졌고요. 충분히 영화로 장르 옮김이 되지 않아, 영화는 여전히 지독하게 수다스럽기만 합니다.

배우를 보는 재미는 어떤가? 글쎄, 그들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들은 모두 여전히 훌륭한 배우들이고 연기도 양질이거든요. 이들이 각본이 제공하는 미완성의 캐릭터와 기이하기까지 한 대사들을 살리려고 필사적으로 뛰는 모습은 저에겐 재미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조운 앨런처럼 상당히 성공한 사람도 있습니다. 로버트 포스터처럼 조용한 존재감으로 자기 역할을 해내는 사람도 있고 안나 파퀸이나 지오바니 리비시처럼 유쾌한 캐리커쳐를 연기해내는 배우들도 있어요. 물론 이들은 더 좋은 각본을 만났다면 몇 배나 더 훌륭하게 일을 했을 사람들이지요.

[올 더 레이지]는 더 나아질 수 있었을까요? 가능성은 있었습니다. 총기 이야기를 하는 대신 캐릭터들을 그 끔찍한 결말로 몰고가는 인간적 결함을 더 팠더라면요. 하지만 그랬다면 총기 규제 캠페인이 될 수 없었겠지요. (00/08/23)

DJUNA

기타등등

아마 애너벨 리는 안나 파퀸이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성질 더러운 사람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