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프랭크 카프라 Frank Capra

주연
월터 휴스턴....딕슨
Walter Huston....Dickson
팻 오브라이언....맷
Pat O'Brien....Matt
케이 존슨....딕슨 부인
Kay Johnson....Mrs. Dickson
콘스턴스 커밍스....헬렌
Constance Cummings....Helen
개빈 고든....클루잇
Gavin Gordon....Cluett

헬렌과 딕슨

[미국의 광기]는 프랭크 카프라와 로버트 리스킨의 첫 합작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카프라 영화’로 분류하는 소장르의 시작임은 분명하죠. 거의 모든 것들이 이 영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대공황의 미국. 괴팍하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이상주의자 주인공, 그를 둘러싼 음모와 좌절, 이를 극복하는 대중의 단결.

영화의 사건 대부분은 내셔널 유니언이라는 은행 안에서 사흘 동안 벌어집니다. 이 은행의 보스는 톰 딕슨이라는 남자로, 그는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담보로 대출해주는 것으로 유명하지요. 딕슨이 은행을 끌어오는 동안 단 한 번도 은행은 위기에 빠진 적이 없었지만 그의 방침이 위태롭기 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임원들은 어떻게든 그를 쫓아내거나 권한을 박탈하려고 합니다. 그는 임원들의 공격에 맞서지만 문제는 그의 등 뒤에서 일어납니다. 도박빚을 진 직원 한 명이 갱단과 작당해 은행강도질에 가담한 것이죠. 그 때문에 경비원 한 명이 살해당하고 은행은 25만 달러를 도둑맞습니다. 문제는 이 사건을 시작으로 톰 딕슨이 내셔널 유니언의 돈을 횡령했고 은행이 곧 망할 거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톰 딕슨은 전형적인 카프라 히어로로, 여러분은 그가 현실성 없는 프로파겐다의 도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에겐 모델이 있습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창립자인 아메데오 자니니지요. 자니니는 정말로 가난한 이민자들에게 무담보로 돈을 빌려주면서 은행 일을 시작했다고 해요. 그의 도전적인 투자에 이득을 본 사람들도 많고요. 월트 디즈니 역시 자니니가 돈을 대출해주지 않았다면 [백설공주]를 완성하지 못했을 거라고 합니다. 이 영화를 만든 콜롬비아사 역시 그의 고객이었고요. 카프라와 리스킨은 모두 자니니를 존경했고 그를 모든 은행가들이 본받아야 할 이상으로 여겼습니다. 그 의견은 당연히 이 영화에 투영되었지요. 이 영화의 드라마는 자니니의 이상을 간직한 한 은행가가 구닥다리 동료들과 대중의 의심에 맞서 싸우는 과정입니다.

물론 실존인물을 모델로 한다고 해서 프로파겐다가 프로파겐다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프로파겐다 장르에서 실화의 비중은 상당히 크죠. 그게 사람들을 설득하기 쉬우니까요. [미국의 광기] 역시 노골적인 프로파겐다의 길을 따르고 있고 그게 언제나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월터 휴스턴이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다고 해도 설교는 설교죠. 물론 그렇다고 그게 전적으로 나쁘거나 구닥다리인 것도 아니고요. 이런 열정적인 천진무구함은 늘 카프라/리스킨 영화의 매력이 아니었습니까?

그런 걸 무시한다고 해도 [미국의 광기]는 흥미진진한 영화입니다. 솔직히 범죄와 관련된 플롯은 그렇게 재미있는 편이 아닙니다. 조금 억지스럽고 갑갑하며 불필요하게 멜로드라마틱하지요. 하지만 이 사건이 소문으로 퍼지고 그것이 얼굴 없는 대중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묘사는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모든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근사하게 연결되어 있고 페이스도 완벽해서 한 편의 짧은 교향곡을 보는 것 같지요. 결말이 너무 완벽하고 낙천적으로 맺어지는 게 실망스러운 관객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여기서 다른 어떤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좀 괴상하지요. (09/02/04)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원래 감독은 앨런 드완이었죠. 하지만 그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영화를 포기했고 그 뒤를 이은 로이 윌리엄 닐도 그리 오래 버티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카프라는 그들의 뒤를 이은 세 번째 감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