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 로스 Joe Roth

주연
줄리아 로버츠....키키 해리슨
Julia Roberts....Kiki Harrison
빌리 크리스탈....리 필립스
Billy Crystal....Lee Phillips
캐서린 지타-존스....그웬 해리슨
Catherine Zeta-Jones....Gwen Harrison
존 큐삭....에디 토머스
John Cusack....Eddie Thomas
행크 아자리아....헥터
Hank Azaria....Hector
스탠리 투치....데이브 킹맨
Stanley Tucci....Dave Kingman
크리스토퍼 워큰....할 와이드먼
Christopher Walken....Hal Weidmann
세스 그린....대니 왁스
Seth Green....Danny Wax

에디와 그웬, 키키

[아메리칸 스윗하트]가 시작되면 우리는 그웬 해리슨과 에디 토머스라는 스타 커플을 만나게 됩니다. 영화 초반에 보여지는 홍보 영상물을 보면 그들은 최소한 네 편이나 되는 영화에서 연달아 공연했습니다. 모두 연애물이었고요.

저같은 관객들은 여기서 슬슬 의심을 품기 시작합니다. 영화 클립들은 모두 흥겹지만 40년대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믿을만큼 구식입니다. 그리고 과연 요새 할리우드에서 스타 커플이 그처럼 연달아 공연하며 인기를 끄는 일이 있기는 한가요? 오히려 그건 거의 금기시되는 일입니다. 심지어 소문도 무성했던 톰과 니콜도 공식 커플이 된 뒤 두 편밖에 공연한 적 없습니다. 연달아는 더더욱 아니었고요.

하나 더. 이 영화에서 스타 커플로 등장하는 배우들은 캐서린 지타-존스와 존 큐삭입니다. 스타 밑에서 고생하는 보통 여자로 나오는 배우는 줄리아 로버츠고요. 그런데 지타-존스와 로버츠를 한 번 비교해보시겠어요? 얼핏 보기에 이국적이고 화려한 지타-존스가 친근감있고 서민적인 로버츠보다 훨씬 스타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늘 친근감 넘치는 이미지의 배우들이 진짜 스타이기 마련이죠.

다시 말해 [아메리칸 스윗하트]의 무대가 되는 세계는 실제 할리우드라기보다는 사람들이 할리우드라고 믿고 싶어하는 가상의 세계입니다. 영화 홍보 정켓이라는 현대적인 배경을 깔고 시작되는 영화지만 스토리와 설정이 40년대 풍인 것도 그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품고 있는 할리우드의 상은 대부분 그 당시 만들어졌으니까요.

영화의 내용은... [비는 사랑을 타고]를 그대로 가져온 것 같습니다. 그웬 해리슨과 에디 토머스라는 스타 커플이 있었는데, 그웬이 스페인 남자랑 바람 피우면서 깨졌습니다. 그들이 출연한 영화가 곧 개봉될 예정이니 제작자로서는 미칠 지경이죠. 정켓을 위해 이들을 억지 결합시키려는 음모가 계획되고 홍보담당가인 리 필립스가 파견됩니다. 그런데 그러는 동안 에디의 마음은 그웬의 언니이자 비서인 키키에게 흘러가고 있었고요.

문제는 영화가 [비는 사랑을 타고]만큼 흥겨운 작품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그웬과 에디 커플이 소개되는 첫 장면은 유쾌합니다. 그러나 서서히 이야기가 본론으로 접어들면 도입부가 약속한만큼 흥겨운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특히 핵심이어야 할 에디와 키키의 로맨스는 약해요. 그들의 로맨스는 형식적으로 주어진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뿐 제대로 발전되지도 못한 채 결론으로 줄달음칩니다.

심지어 현실적인 면도 떨어집니다. 어떻게 21세기에 만들어진 로맨틱 코미디가 [비는 사랑을 타고]보다 더 비현실적이 될 수 있냐고요? 그럴 수 있답니다. [비는 사랑을 타고]는 말도 안되는 소동으로 가득한 작품이었지만 이들의 소동은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 접어드는 당시 할리우드 격동기의 고민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표현은 비현실적이었지만 알맹이인 내용까지 그랬던 건 아니죠. 하지만 [아메리칸 스윗하트]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 세계에서 펼쳐지는 꼭두각시극 같습니다. 바탕이 되는 현실감이 없으니 공허해보일 수밖에요. 심지어 꽤 그럴싸한 할리우드 풍자극이 될 수 있는 정켓 신이나 시사회 장면도 비현실적이기 짝이 없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상영되는 영화도 결말로 삼기엔 너무 허약하군요.

맘에 드는 건? 전 캐서린 지타-존스의 성미 고약한 스타가 좋았습니다. 하긴 전 [비는 사랑을 타고]에서도 진 하겐이 가장 좋았답니다. 신경 과민의 연인 역을 한 존 큐삭과 능구렁이같은 음모가 역의 빌리 크리스탈도 언제나처럼 자기 역할을 했고요.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스타라는 생각이 자꾸 머리를 스쳐서 탈이지, 줄리아 로버츠도 언제나처럼 자연스러운 매력을 발휘합니다. 이들을 끌어왔으면서도 결과가 이랬으니 감독과 각본가들에게 책임을 넘길 수밖에 없죠. 흠... 그렇게 되면 빌리 크리스탈에겐 어느 정도 책임을 물을 수 있겠군요. 공동 각본가였으니까요.

옛날 영화 줄거리를 다시 써먹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우리 시대에 맞는 새 걸작이 탄생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럴 경우 그 스토리가 우리 시대에 얼마나 맞는지에 대해 한 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력 없는 영화가 나올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전 영화를 보면서 계속 피식거리는 웃음을 터트렸지만, [아메리칸 스윗하트]가 아주 성공적인 시도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01/09/07)

DJUNA

기타등등

래리 킹과 바이런 앨런이 카메오로 실명 출연합니다. 래리 킹은 영화에 너무 자주 나와서 거의 배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