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헤럴드 레이미스 Harold Ramis

주연
로버트 드 니로....폴 비티
Robert De Niro....Paul Vitti
빌리 크리스탈....벤 소볼
Billy Crystal....Ben Sobol
리자 쿠드로....로라 맥나마라
Lisa Kudrow....Laura MacNamara
조 비테렐리....젤리
Joe Viterelli....Jelly
채즈 팔민테리....프리모 신도네
Chazz Palminteri....Primo Sindone

또 하나의 '원 조크 코미디'입니다. 이번에는 '마피아 두목이 정신분석의를 만나다' 쯤 되겠군요.

흠... 그런데 왜 마피아 두목이라고 정신 분석의를 만나지 말아야 한다는 거죠? 사방에서는 암살 위협이 쏟아지고 몇 십년 만의 중대 회의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였는데 마피아라고 신경이 버텨나겠어요? 오히려 서너 명은 더 붙어야 이야기가 되지요.

그래도 정신분석의를 찾는 마피아는 여전히 뭐가 안 맞는 것 같고 당연히 코미디 소재가 됩니다. 일단 아이디어만 봐도 대충 웃기잖아요.

그리고 여기엔 다른 가능성도 있습니다. 험악한 마피아 세계의 남자와 예민한 뉴욕 지식인 계층 출신인 정신분석의의 충돌은 흥미로운 드라마의 발전 가능성을 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애널라이즈 디스]는 과연 그 가능성을 얼마나 활용했을까요?

흠... 사실 저흰 이 영화의 각본이 그렇게 잘 짜여진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부분이 건성으로 처리되었어요. 소볼의 치료 과정도 거의 40년대 정신분석 영화처럼 단순무식하기 짝이 없고 소볼에게 매달리는 비티의 집착도 지나치게 뻔한 구석이 있습니다. 오히려 [그로스 포인트 블랭크]가 이 소재를 훨씬 더 잘 다루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소재가 주는 재미는 남아 있습니다. 잘 짜여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 단순한 아이디어는 여전히 좋거든요. 수많은 흥미진진한 코미디가 쏟아져 나옵니다. 소볼이 외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해 언급하자 기겁하는 비티의 반응이나 정신분석의 흉내를 내면서 소볼을 역습하는 비티의 모습은 흥미진진합니다. 무자비한 폭력이 평범한 남자의 일상 속에 끼어들면서 발생하는 블랙 코미디 역시 무시할 수 없고요.

게다가 이 영화엔 빌리 크리스탈과 로버트 드 니로라는 두 좋은 배우가 출연하고 있지요. 드 니로는 코미디 연기를 할 때 종종 지나치게 오버하는 경향이 있는 배우지만 이 영화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드 니로는 자기 자신이 지금까지 한 역을 의도적으로 패러디하고 있거든요. [애널라이즈 디스]는 지금까지 드 니로가 한 코미디 연기 중 가장 성공적입니다. 외지에 뛰어든 드 니로와는 달리 빌리 크리스탈은 자기 터에서 안정된 자기 스타일의 연기를 보여주고요.

그러나 리사 쿠드로나 채즈 팔민테리는 낭비된 경향이 있습니다. 각본 탓인 것 같아요. 이 영화에 나오는 많은 곁가지 스토리들은 발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대충 잊혀집니다. 배우들이 좋아도 어쩔 수가 없는 거예요. 몇몇 곁가지들은 좀 아쉽습니다. 소볼과 아버지의 반목과 같은 것들은 조금 더 발전시켜도 될텐데 말입니다.

쿠드로가 연기한 로라나 팔민테리가 연기한 프리모보다 더 흥미진진한 캐릭터는 비티의 부하로 나오는 젤리입니다. 그래서인지 젤리를 연기한 조 비테렐리는 팔민테리나 쿠드로보다 보는 재미가 더 있습니다.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이 영화는 우디 앨런의 터에 속해있는 것 같습니다. 앨런이 만들고 출연했다면 더 그럴싸한 영화가 나왔을 수도 있었겠어요. 물론 앨런은 절대로 정신분석의 역을 할 사람은 아니지만. (99/09/04)

D&P

기타등등

몰리 섀넌이 크리스탈의 환자 중 한 명으로 잠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