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레베카 밀러 Rebecca Miller

주연
미란다 스튜어트 라인....안젤라
Miranda Stuart Rhyne....Angela
샬로트 이브 블라이스....엘리
Charlotte Eve Blythe....Ellie
안나 톰슨...메이
Anna Thomson....Mae
존 벤티밀리아....앤드류
John Ventimiglia....Andrew
루스 말레체크....몽유병 환자
Ruth Maleczech....Sleepwalker
빈센트 갈로....설교사
Vincent Gallo....Preacher
가렛 비머....톰
Garrett Bemer....Tom
피터 파치넬리....루시퍼
Peter Facinelli....Lucifer
힌든 월치....달린
Hynden Walch....Darlene

1.

안젤라와 엘리의 엄마 메이는 조울증 환자입니다. 정신병으로 고통받는 엄마과 함께 사는 동안, 언니 안젤라는 자신의 죄가 씻겨지면 엄마의 병이 나을 거라고 믿으면서 수많은 종교적 제의들을 발명해냅니다. 조증과 울증 사이를 급격히 오가는 메이의 증세는 안젤라의 믿음을 더욱 강화시킬 뿐입니다.

메이가 정신병원에 실려가자, 아이들은 더욱 신비주의에 끌려갑니다. 메이가 정신병원에 끌려간 다음날, 안젤라와 엘리는 '거대한 허무'의 세계로 긴 여행을 시작합니다...

2.

레베카 밀러의 [안젤라]는 매혹적이지만 위험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현실과 꿈 사이의 경계가 굳어지기 이전의 그 미묘한 세계는 언제나 흥미진한 모험의 공간입니다. 그러나 성인 예술가가 이런 세계를 자연스럽게 다루는 것은 지극히 어렵습니다. 많은 작품들이 너무나도 쉽게 작위적인 가짜 상징주의로 떨어지고 말지요.

이 영화에서도 밀러는 종종 소재를 지나치게 몰고갑니다. 안젤라와 엘리가 그들이 '착한 천사'라고 믿은 페도파일을 만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이 장면에서 안젤라의 환상과 페도파일의 현실은 너무나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서 오히려 어색할 지경입니다.

그러나 [안젤라]가 잘못 밟은 스텝은 몇 되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심각하게 다룬 기독교적 상징들과 너무 잘 짜여진 중의적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 작은 영화는 강렬한 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밀러는 자기가 다루는 대상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안젤라의 모험은 초현실적이지만 진실합니다. 잠시 여러분의 어린 시절로 고개를 돌려보세요. 밖에 놓여 있는 저 무시무시한 세계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마술과 주문을 고안해 냈었나를요. 안젤라는 단지 훨씬 상상력이 풍부하고 극단적이었을 뿐입니다.

결과는 치명적이지만 아름답습니다. 지하실에 떨어진 날개 잃은 천사, 창밖에서 엘리를 유혹하는 성모의 이미지, 엘리와 안젤라를 이끄는 수많은 징조들... 안젤라와 엘리의 여정은 우리가 거의 잊어버렸지만, 아직도 머리 속 어딘가에 묻고 있는 예전의 두려움과 믿음을 끄집어냅니다.

3.

안젤라를 연기한 미란다 스튜어트 라인과 엘리를 연기한 샬로트 이브 블라이스가 기가 막히게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이 영화의 진실성은 훨씬 강하게 살아납니다. 이 두 어린 배우들은 너무나도 사실적이어서 이들의 환상을 거부하는 게 죄스러울 지경입니다.

안나 톰슨과 존 벤티밀리아가 연기한 부모 역시 훌륭합니다. 톰슨은 조울증 환자라는 캐릭터가 보여줄 수 있는 표현적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고, 벤티밀리아는 뒤에서 통주저음을 연주하며 아내의 정신병 때문에 고통받는 조용한 남자의 괴로움을 조심스럽게 연기해냅니다.

엘렌 쿠라스의 꿈꾸는 듯한 화면은 영화의 초현실주의적 느낌을 듬뿍 살리면서도 영화의 중의적 의미를 놓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이클 로하틴의 음악은 영화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살리기엔 지나치게 땅에 붙어있지 않았나 싶어요.

4.

[안젤라]는 이제 거의 잊혀진 영화가 되어 버렸습니다. 선댄스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배급된 적도 없으며 비디오도 찾을 수 없지요. 캐치원이 방영해주지 않았다면 절대로 못 보았을 영화입니다. 잊혀지긴 아까운 영화인데도 말이예요.

아까운 건 이 영화의 감독/작가인 레베카 밀러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영화에서 이 정도로 괜찮은 결과를 끌어냈으면서도 후속 작품을 내지 않았으니까요. 아버지(아더 밀러)나 남편(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명성 아래 숨어 살지 말고 자기 세계를 조금 더 펼치면 좋을텐데. (99/10/25)

DJUNA

기타등등

[벌집의 정령]과 이 영화를 비교해보세요. 비슷한 점이 꽤 많습니다. 이사벨을 주인공으로 미국판 [벌집의 정령]을 만들면 이런 영화가 나올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