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바바라 레보비츠 Barbara Leibovitz

애니 레보비츠

[애니 레보비츠: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은 PBS의 장수 다큐멘터리 시리즈인 [American Masters]의 2006년 에피소드입니다. 왜 이 다큐멘터리가 따로 떨어져 나와 3년이 지난 2009년 한국에서 개봉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영화의 내용은 사진작가 애니 레보비츠의 일생입니다. [롤링 스톤]의 사진들로 명성을 얻고 [배니티 페어]로 옮겨 주류 작가가 되고... 그러는 동안 마약에도 빠졌다가 정신을 차리고... 수잔 손탁과 애인 사이였고... 지금도 유명한 잡지들을 위해 유명한 사람들을 찍고 애들을 키우면서 바쁘게 살고 있고... 이런 이야기들이 애니 레보비츠와 그 사람이 찍은 수많은 유명인사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거죠.

애니 레보비츠라는 인물에 대한 기본 정보를 얻고 싶다면 이 영화는 좋은 선택입니다. 동생인 바바라 레보비츠가 찍은 이 작품은 성실한 정보제공자예요. 전기적 사실에도 충실하고 인터뷰어도 제대로 챙기고 있고 가까운 가족답게 바탕이 되는 사적인 정보 많이 갖고 있어요. 가끔 수상쩍게 누락되는 정보들(예를 들어 갑자기 생긴 애니 레보비츠의 아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거야 나중에 인터넷으로 확인하면 되겠죠.

유명인사들이 사방에 툭툭 출몰하는 애니 레보비츠의 작업 스타일과 환경을 직접 체험하고 싶은 관객들에게도 영화는 충분히 볼 것을 제공해줍니다. 조지 클루니, 키라 나이틀리, 키어스틴 던스트와 같은 할리우드 유명인사들이 레보비츠가 그리는 뻔뻔스러운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걸 구경하는 것은 그냥 재미있을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들의 속물적인 취향도 만족시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대단한 논쟁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애니 레보비츠의 사진들과 현대 미국 사회의 유명인사 숭배는 흥미로운 토론 주제일 텐데, 영화는 그에 대해서 1, 2분 정도 가볍게 언급하고 지나갈 뿐이에요. 아무래도 바바라 레보비츠는 언니의 인생을 예찬하는 것이 언니의 작품의 논쟁성을 강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이해는 가지만 좀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영화의 진짜 알맹이는 재구성된 정보보다는 그 정보 속에 숨어 있는 삶의 단편들 속에 숨어 있습니다. 존 레논의 마지막 사진과 같은 유명한 에피소드들도 있지만 그 중 클라이막스는 역시 애인인 수잔 손탁의 말년을 회상하는 레보비츠의 모습이겠죠. (09/07/06)

DJUNA

기타등등

같이 상영된 유지태의 [초대]는 그냥 나쁘더군요. 전 여전히 패션화보와 단편영화의 결합이 매력적인 시도라고 생각하지만 지금까지는 결과가 영 좋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