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샘 레이미 Sam Raimi

주연
브루스 캠벨....애슐리 J. "애쉬" 윌리엄즈
Bruce Campbell....Ashley J. "Ash" Williams
엠베스 데이비츠....쉴라
Embeth Davidtz....Sheila
마커스 길버트....아더
Marcus Gilbert....Arthur
이언 애버크롬비....현자 존
Ian Abercrombie....Wiseman John
리처드 그로브....헨리 공작
Richard Grove....Duke Henry
브리지트 폰다....린다
Bridget Fonda....Linda

1.

나름대로 1편으로부터 독립적이었던 [이블 데드 2]와는 달리 [이블 데드 3]은 2편에 도입부를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습니다. 간신히 외딴 집에서 악령들과 싸우다 살아남은 애쉬는 그만 중세 시대로 떨어지고 거기서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는 거죠.

디테일이 아주 같지는 않습니다. 2편에서 애쉬는 떨어지는 즉시 괴물을 쏴 죽이고 영웅 대접을 받지만 3편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기 위해 애를 좀 써야 하죠. 2편에서는 없었던 자동차가 하나 덤으로 떨어져 후반부의 전쟁 때 활용되기도 하고요.

그러나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이블 데드] 시리즈는 그런 디테일에 매달려야 할 만큼 야무지게 계획된 영화들은 아니니까요.

2.

[이블 데드] 시리즈는 1편에서 2편으로, 2편에서 3편으로 넘어가면서 호러와 코미디의 비중을 조금씩 바꾸어 갔습니다. 조잡한 특수 효과로 장식된 지독한 고어와 촌스러운 유머가 절묘한 콤비를 이룬 1편은 훌륭한 특수 효과 때문에 오히려 자극이 줄어든 호러와 상당히 세련된 장르 코미디가 뒤섞인 2편으로 이어졌습니다.

3편은? 3편에는 호러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고어는 놀랄만큼 줄어들었고 전개되는 액션은 거의 일반 액션 영화 수준입니다. 이제 레이미식 자극에 사용되는 것은 대부분 코미디입니다.

유감스럽게도 그 결과는 미적지근합니다. 레이미식 코미디는 대부분 고어와 결합해야만 효과적인데, 줄어든 고어 때문에 코미디도 충분히 날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창의성도 떨어지지요. 불쌍한 애쉬는 이 영화 속에서도 죽도록 고생하지만, 그 고생의 대부분은 [이블 데드 2]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이블 데드 3]은 시리즈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지만 가장 평범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흥미진진한 부분이 많지만 그 흥미진진함은 꼭 이 영화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독창성과 강도 면에서 [이블 데드 3]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3.

특수 효과 이야기가 남았습니다. 사실 제가 이 구닥다리 비디오를 다시 빌려다 본 것은 순전히 후반부의 해골들을 [제이슨 앤 아거노츠]의 해골들과 비교하기 위해서였지요.

일단 스케일만 따진다면 [제이슨 앤 아거노츠]는 [이블 데드 3]의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이블 데드 3]의 전투는 영화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해골들의 수도 엄청나니까요. 액션도 [제이슨 앤 아거노츠]의 몇 십 배나 됩니다.

그러나 특수 효과만 본다면 [제이슨 앤 아거노츠]가 훨씬 인상적입니다. [이블 데드 3]에 나오는 해골들은 대부분 기계적으로 조작되는 인형들이거나 특수 분장을 한 엑스트라들입니다. 당연히 [제이슨 앤 아거노츠]보다 덜 재미있지요. 얄팍하다는 생각까지도 듭니다.

가끔 나오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도 [제이슨 앤 아거노츠]에 비해 떨어집니다. 하긴 재래식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은 [제이슨 앤 아거노츠]에서 거의 완성되다시피 했습니다. 더이상 발전할 가능성이 없었지요. 심지어 레이 해리하우젠 자신도 그 이상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에 훨씬 신경을 덜 쓴 [이블 데드 3]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해야겠어요.

4.

[이블 데드 3]은 나름대로의 장점도 지니고 있습니다. 좀비 영화와 [아더 왕 궁정에 떨어진 코네티컷 양키]의 결합은 꽤 유쾌한 코미디를 만들어냅니다. 고어가 줄었기 때문에 훨씬 다양한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영화가 되었을 수도 있고요. 아까 [제이슨 앤 아거노츠]와 비교하면서 질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그래도 그 정도 예산으로 이 정도로 압도적인 화면을 만드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블 데드 3]은 독립된 영화라기 보다는 옛 영광을 밑천 삼은 별책 부록처럼 보입니다. 지나치게 오래 끌었던 거예요. 이 영화 이후 레이미가 슬슬 다른 길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도 당연합니다. (99/10/12)

DJUNA

기타등등

1. 이 영화는 결말이 두 개지요. 완벽한 해피 엔딩은 미국 개봉 당시에 사용되었지만 오리지널 엔딩은 훨씬 어두웠습니다. 국내 출시된 건 그 어두운 버전이지요. 불쌍한 애쉬.

2. 다시 보니 낯익은 얼굴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쉴라 역을 엠베스 데이비츠가 했다는 걸 이제야 알았네요. 브리지트 폰다가 린다 역으로 잠시 나온다는 것도 몰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