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클로드 지디 Claude Zidi

주연
크리스티앙 클라비에....아스테릭스
Christian Clavier....Astérix
제라르 드파르디외....오벨릭스
Gérard Depardieu....Obélix
로베르토 베니니....루시우스 데트리투스
Roberto Benigni....Lucius Detritus
미셸 갈라브루....아브라라코르식스
Michel Galabru....Abraracourcix
클로드 피엡루....파노라믹스
Claude Piéplu....Panoramix
다니엘 프레보스트....프롤릭스
Daniel Prévost....Prolix
피에르 팔마드....아수란세토릭스
Pierre Palmade....Assurancetourix
래티시아 카스타....팔발라
Laetitia Casta....Falbala
아리엘 돔바슬....아제카노닉스 부인
Arielle Dombasle....Mme Agecanonix
심....아제카노닉스
Sim....Agecanonix
마리안 제게브레히트....보네민
Marianne Sägebrecht....Bonnemine
고트프리드 존....율리우스 카에사르
Gottfried John....Jules César
장-피에르 카스탈디....카이우스 보누스
Jean-Pierre Castaldi....Caius Bonus
장-로제 미요....세타토마틱스
Jean-Roger Milo....Cetautomatix
장-자크 드보....오르드랄파베틱스
Jean-Jacques Devaux....Ordralfabetix

1.

고시니와 우데르조는 걸작을 만들었습니다. [아스테릭스] 만화는 분명 걸작이에요. 라블레를 연상시킬 정도로 지독하게 프랑스적이면서도 빠르고 재치있으며 세련된 유머로 가득찬 이 배꼽잡는 작품을 능가하는 만화는 많지 않습니다. 고시니와 우데르조는 현대 프랑스 대중 문화가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정말 몇 안되는 진짜 유머리스트들입니다.

당연히 이 걸작은 재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 상품, 테마 파크... 그리고 결국 영화까지 나왔어요.

유감스럽게도 [아스테릭스]를 재활용하는 사람들은 결코 고시니와 우데르조가 만들어냈던 번쩍이는 환상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능력이 딸린 거예요. 지금까지 나온 아스테릭스 애니메이션 중 원작의 수준에 도달한 작품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영화는?

2.

[아스테릭스]는 최근들어 툭툭 튀어나오는 프랑스의 헐리웃 컴플렉스 치료용 영화입니다. 헐리웃 영화처럼 대제작비와 특수 효과, 스타들을 동원해 만든 번지르르한 블록버스터인 거죠.

이런 블록버스터를 놀려대고 싶지는 않습니다. '헐리웃 흉내'에 냉소적이 되고 싶지도 않고요. 헐리웃은 지금까지 대중들을 위한 스펙타클 영화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으므로, 이런 '스펙타클'을 만들려면 어쩔 수 없이 헐리웃을 따라가게 됩니다.

이런 유사 헐리웃 영화들은, 비판가들의 냉소와는 달리, 오히려 영화의 다양성에 이바지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헐리웃 식 영화라고 하더라도 각 나라의 향취가 스며들기 마련이고, 돈을 퍼부은 만큼 시장 개척 가능성도 높아지니, 보다 많은 관객들이 더 많은 다양한 영화들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어차피 다양성은 '예술 영화 관객'들의 전유물은 아니니까요.

[아스테릭스]는 매우 프랑스적인 블록버스터입니다. 성격만 따진다면 그네들이 충분히 자존심을 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닙니다. 과연 이 영화는 잘 만든 프랑스식 블록버스터인가요?

별로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왜?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클로드 지디가 결코 고시니나 우데르조 만큼 능력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얼핏보면 지디는 할 짓은 다합니다. 이 영화에서도 로마인들은 잘 날아다니고, 오벨릭스는 멧돼지들을 서너마리씩 먹어치웁니다. 고전어들을 이용한 언어학적 농담들과 역사책을 가지고 노는 시대 착오적 장난도 여전하고요. 헐리웃에 비하면 조금 딸리지만 그래도 꽤 수준높은 다양한 특수 효과와 괜찮은 세트들도 있습니다. 드파르디외와 베니니, 카스타와 같은 국제적 스타들도 있고요. 이데픽스를 연기한 강아지도 귀여워요.

그러나 영화는 그렇게까지 흥미진진하지 못합니다. 한마디로 지디의 안이한 프랑스 코미디식 체질이 소화하기엔 [아스테릭스] 만화가 워낙 번뜩이는 작품이었으니까요.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스피드입니다. [아스테릭스]는 무척 수다스러운 만화이지만 그만큼이나 빠른 만화이기도 합니다. 빠를 뿐 아니라 무척 안정된 작품이기도 하지요. 빽빽한 대사들은 활자로 옮겨졌을 때 속도와는 무관한 태평스러움을 얻게 됩니다. 정신없는 속도에도 불구하고 정작 만화 자체는 유머의 냉정함을 올려놓을 안정된 템포를 유지합니다.

그러나 지디는 그 어느 것도 건드리지 못합니다. 대신 제가 프랑스 코미디를 볼 때 늘 진저리를 치는 바로 그 어정쩡한 템포로 영화를 끌고 가는 거죠. 말은 빠르지만 정보량은 적고, 그 때문에 영화의 전개는 무척 느리고 늘어집니다. 게다가 지나치게 몰입하고 지나치게 심각하며 지나치게 오버하는 연기 패턴과 각본 때문에 영화는 고유의 태평스러움을 잃습니다. 코미디로는 파산한 셈이죠.

코미디가 약하면 드라마라도 따라주어야 할텐데, 그것도 아닙니다. 영화는 이것 저것 다 한 번씩 건드려 보며 이리 저리 방황합니다. 악역은 분산되어 있고 행동은 늘어지며, 클라이맥스는 위치를 잡지 못해 흔들립니다. 특히 두 개의 수수께끼 장면은 짜증의 극을 달립니다.

액션도 문제가 있습니다. 로마인들은 분명 잘 날아갑니다. 하지만 만화에서 로마인들이 날아가는 걸 볼 때 느낄 수 있는 후련한 기분은 없습니다. 그런 자유로운 느낌을 줄 만큼 충분한 공간도 없으면서 날리기만 하기 때문이죠.

3.

[아스테릭스]를 건져주는 것은 비교적 주변 요소들입니다. 세트는 훌륭합니다. 특수 효과도 그 정도면 괜찮은 편입니다. 영화가 풍기는 아늑한 갈리아 마을 분위기도 좋습니다.

몇몇 배우들도 괜찮습니다. 특히 제라르 드파르디외는 훌륭한 오벨릭스입니다. 원작 캐릭터에 잘 맞고 영화 속에서도 나름대로 독자적인 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베니니도 그 정도면 괜찮은 악당이고요.

하지만 클라비에의 아스테릭스는 오벨릭스에 비해 떨어지고 존재감도 작군요. 클로드 피엡루의 파노라믹스도 원작의 그 귀여운 맛이 없이 진지하기만 합니다.

인터넷에 날아다니는 빅토리아즈 시크릿 카탈로그 사진들에 반해 영화를 보신 분들은 실망하시겠군요. 래티시아 카스타는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 하지만 춤도 한 번 추고 어떨 때는 한 화면에 둘이 나오기도 한답니다.

아리엘 돔바슬이나 마리안 제게브레히트같은 배우들은 완전히 낭비됩니다. 아무리 [아스테릭스]가 여자 비중이 작은 영화라도 해도 좀 너무하더군요.

4.

[아스테릭스]는 분명 국내 히트작이지만, 이 작품이 해외 장벽을 넘을만큼 보편적인 매력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쓸데없이 마술약 장면에 특수 효과를 쓰는 대신 원작을 한 번쯤 다시 읽고 대본을 보완했더라면 훨씬 나은 영화가 되었을텐데. (99/10/22)

DJUNA

기타등등

IMDb에서는 엉뚱한 비디오 커버를 이 영화 항목에 올려놓고 있더군요. [아스테릭스 대 시저] 애니메이션과 이 영화는 전혀 다른 작품인데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