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 라이트 Joe Wright

주연
시어샤 로넌....브라이오니 (13살)
Saoirse Ronan....Briony Tallis, aged 13
로몰라 게리....브라이오니 (18살)
Romola Garai....Briony, 18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브라이오니 (노역)
Vanessa Redgrave....Older Briony
키라 나이틀리....세실리아 탈리스
Keira Knightley....Cecilia Tallis
제임스 매카보이....로비 터너
James McAvoy....Robbie Turner
해리엇 월터....에밀리 탈리스
Harriet Walter....Emily Tallis
브렌다 블리신....그레이스 터너
Brenda Blethyn....Grace Turner
주노 템플....롤라 퀸시
Juno Temple....Lola Quincey
펠릭스 폰 심슨....피에로 퀸시
Felix von Simson....Pierrot Quincey
찰리 폰 심슨....잭슨 퀸시
Charlie von Simson....Jackson Quincey
패트릭 케네디....리온 탈리스
Patrick Kennedy....Leon Tallis
베네딕트 컴버배치....폴 마샬
Benedict Cumberbatch....Paul Marshall
다니엘 메이스....토미 네틀
Daniel Mays....Tommy Nettle
몬조 아노지....프랭크 메이스
Nonso Anozie....Frank Mace
미셸 던컨....피오나 맥과이어
Michelle Duncan....Fiona Maguire
지나 맥키....드러먼드 간호사
Gina McKee....Sister Drummond

브라이오니와 로비

이언 맥큐언의 [어톤먼트]는 각색하기 까다로운 소설입니다. 소설 3분의 1이 거의 순수한 심리묘사로 일관하고 중후반부의 액션 상당부분도 드라마와 직접 연결되지는 않죠. 그러니 줄거리만 따라가다간 소설 대부분을 놓칠 수밖에. 게다가 서술구조 자체가 영화로 넘어가면 어느 정도 힘을 잃어요. 원작에서는 [어톤먼트]라는 소설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서술 도구인데, 영화의 경우 각색으로 인한 불필요한 겹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흥미로운 캐릭터와 플롯 위주라 원작을 떠나서도 충분히 홀로 설 수 있는 [오만과 편견]과는 달리 [어톤먼트]는 원작에 대한 하나의 해석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런 핸디캡을 고려해보면 조 라이트는 오히려 거의 이상적인 감독입니다. [오만과 편견]으로 주목받긴 했지만, 라이트는 소위 '문학적인' 감독은 아니죠. 그는 난독증으로 학교를 중퇴한 미술학도입니다. 그의 장점은 대사나 플롯을 다루는 문학적인 감각이 아니라 그에게 주어진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 있죠. 그리고 이 영화에서 필요한 건 문학적 추종이 아니라 동등하고 새로운 입장에서 같은 재료가 가진 또다른 가능성을 뽑아내는 것입니다.

크리스토퍼 햄튼의 각색에 바탕을 둔 조 라이트의 영화는 감각적이고 섹시합니다. 원작의 심리 묘사는 많이 떨려나갈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내용 전달에 필수적인 정보들은 예상 외로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그것도 대사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다리오 마리넬리의 음악과 절묘하게 결합된 타자기 소리나 거울에 비친 냉담한 어린아이의 얼굴, 글자들의 클로즈업과 같은 일련의 감각적인 정보들의 결합으로 해치운 거죠. 라이트는 마치 즉흥 댄스라도 되는 것처럼 경쾌한 발걸음으로 시간대를 앞뒤로 옮기고 주인공을 바꾸어가며 이 다소 까다로운 플롯을 풀어가는데, 그 리듬감 역시 무척 좋습니다.

종종 영화는 소설을 무심하게 넘어섭니다. [어톤먼트]의 소위 '명장면'은 2부 중후반에 펼쳐지는 5분 30초짜리 롱테이크입니다. 이 압도적인 장면은 사실 각색 측면에서 보았을 때 없어도 무관하고 가끔 지나친 테크닉 과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이 덩케르크 철수 당시 영국인들이 느꼈던 황폐한 감정을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죠.

라이트는 배우들 역시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연배우들에게서 아카데미 표 연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건 사실이에요. 공식적인 주인공들을 연기한 키라 나이틀리와 제임스 매카보이는 캐릭터의 한계에 갇혀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린 브라이오니 탈리스를 연기한 시어샤 로넌은 18살 브라이오니를 연기한 로몰라 게리에게 자리를 물려줄 때까지 당당한 주인공으로 존재합니다. 피터 잭슨의 [러블리 본즈]에 수지역으로 캐스팅되었다고 하는데, 기대되는군요.

단지 에필로그는 그렇게까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연기에 대해서는 어떤 불만도 없어요. 결말의 폭로도 이 배우의 입을 빌리자 훨씬 강렬해졌고요. 하지만 이처럼 내밀한 이야기를 풀어갈 때 텔레비전 인터뷰와 같은 공식적인 매체를 사용하면 아무래도 어색해요. 더 나은 해결책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결말 역시 불필요하게 감상적인 느낌이고요. (08/02/04)

DJUNA

기타등등

1. 마지막 시퀀스에서 브라이오니를 인터뷰하는 얼굴없는 남자는 안소니 밍겔라입니다.

2. 용산 5관 시사회 때 사고가 있었습니다.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기 30초 전 쯤에 필름이 끊겨 5분간 상영이 중단되었죠. 하지만 원래부터 상영조건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어요. 전 자막에 초점 맞추기 위해 화면 윗부분이 붕 뜬 화면은 정말 견디질 못하겠습니다. 용산 5관에선 이런 게 특히 심해요.

3. 멀쩡하게 [속죄]라는 제목으로 원작소설이 번역되어 있는데 [어톤먼트]라는 어색한 제목을 붙인 이유는 도대체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