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웨이 프롬 허 Away from Her (2006) * * * 1/2
주연
줄리 크리스티....피오나 앤더슨
Julie Christie....Fiona Anderson
고든 핀센트....그랜트 앤더슨
Gordon Pinsent....Grant Anderson
올림피아 듀카키스....마리안
Olympia Dukakis....Marian
앨버타 왓슨....피셔 박사
Alberta Watson....Dr. Fischer
웬디 크루슨....매들레인 몽펠리에
Wendy Crewson....Madeleine Montpellier
마이클 머피....오브리
Michael Murphy....Aubrey
크리스틴 톰슨....크리스티
Kristen Thomson....Kris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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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이 프롬 허]의 피오나 앤더슨은 제가 지금까지 본 영화 속의 알츠하이머
환자들 중 가장 우아한 사람입니다. 정신이 망가지는 동안에도
고양이처럼 깔끔하게 자신과 남편을 관리하고 있지요.
피오나는 알츠하이머의 증세가 심해지기 전에 자신의 의지로
요양원에 들어가 남편을 자신의 무게로부터 '해방'시킵니다.
예상과는 달리, 우린 피오나 앤더슨의 내면을 거의 읽을 수가 없습니다. 이 사람은 하나의 미스터리에요. 영화가 끝날 무렵엔 거의 완전히 정신이 망가져버렸으니 해답 없는 미스터리죠. 아마 문제 자체도 없을지 몰라요. 이런 상황에서는 확실한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죠.
바로 이 점이 피오나의 남편 그랜트를 괴롭히는 겁니다. 아내가 자기 발로 편리하게 요양원에 들어가버리자 그에겐 정신 나간 늙은 환자를 보살핀다는 현실적인 문제점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또다른 종류의 고통이 그 빈 자리를 차지하지요. 40여년 동안 함께 지낸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 버리자 그는 엄청 외로워졌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더 이상 그가 지금의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전에도 아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입니다. 요양원에서 피오나가 동료환자 오브리에게 집착하는 걸 보면서 그는 더욱 괴로워집니다. 영화의 결말은 따뜻하지만 그렇다고 그랜트에게 대단한 희망을 주는 건 아닙니다.
[어웨이 프롬 허]는 건방지면서도 겸손합니다. 모순되는 말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죠. 세상 많은 것들이 그렇듯, 영화라는 것도 여러 모순되는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영화는 소재와 캐스팅면에서 굉장히 건방집니다. 감독인 사라 폴리는 아직 서른도 안 된 젊은이이고 이 영화 이전에 장편영화를 만들어 본 경력도 없죠. 그러면서 예순을 넘긴 노인네들이 겪는 상실과 고통에 대해 영화화하겠다고 결정한 겁니다. 그것도 줄리 크리스티를 캐스팅해서 말이죠. 크리스티가 폴리를 못 믿어 계속 제안을 거절했던 것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폴리는 그 건방짐을 보완할만한 무기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겸손함이죠. 폴리는 이 영화가 자신만의 작품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영화 자체가 앨리스 먼로의 단편소설 [The Bear Came Over the Mountain]에 거의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고 줄리 크리스티와 고든 핀센트라는 두 배우가 제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면 자기 힘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잊지 않은 거죠. 감독으로서 폴리는 최대한 몸을 숙입니다. 불필요한 스타일 과시를 삼가고 좋은 이야기를 좋은 배우들이 제대로 연기할 수 있도록 빈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자기가 할 일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렇게 만든 이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리를 닮았습니다. 영화는 나이 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여전히 젊어요. 차갑고 우아하면서도 가끔씩 울컥하는 성질을 드러내는 모습이 우리가 사라 폴리라는 자연인의 이미지라고 생각하는 것과 썩 비슷하고요. 단지 그 젊음은 인간 일반에 대한 냉정하고 정확한 이해력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폴리의 차기작을 기대해도 될 것 같아요. (08/03/17)
DJUNA
기타등등
1. 폴리가 원래 첫 장편으로 계획했던 시나리오는 텔레비전 쇼에 출연하는 12살 소녀에 대한 것이라는군요. 전 정말 그 영화를 보고 싶은데요! 할 이야기가 굉장히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 영화 중반에 나오는 이라크 전쟁 비판은 전체 이야기와
그렇게 잘 어울리지 않죠. 하지만 폴리는 이런 식으로라도
고함을 한 번 지르고 싶었을 겁니다. 이해해요. 아직 젊은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