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아킴 뢰닝 Joachim Roenning
에스펜 샌드버그 Espen Sandberg

주연
페넬로페 크루스....마리아 알바레스
Penélope Cruz....Maria Alvarez
살마 하이엑....사라 산도발
Salma Hayek....Sara Sandoval
스티브 잔....쿠엔틴 쿡
Steve Zahn....Quentin Cooke
드와이트 요컴....타일러 잭슨
Dwight Yoakam....Tyler Jackson
데니스 아른트....애쉬
Denis Arndt....Ashe
오드라 블레이저....클라리사
Audra Blaser....Clarissa
샘 셰퍼드....빌 벅
Sam Shepard....Bill Buck
이스마엘 '이스트' 칼로....돈 디에고
Ismael 'East' Carlo....Don Diego
게리 세르반테스....페드로
Gary Cervantes....Pedro

마리아와 사라

[밴디다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루이 말의 [비바 마리아!]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죠. 두 편 모두 비 영어권 섹시 여성 스타들을 주연으로 내세웠고 중앙 아메리카가 무대이며 세기초가 무대인 유럽산 서부극입니다. 심지어 페넬로페 크루스가 연기한 캐릭터 이름도 마리아예요. 흔한 이름이니 특별한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영화는 미국 은행이 멕시코의 은행들을 하나씩 집어삼키면서 시작됩니다. 은행에 빚이 있는 농부들은 땅을 잃고 쫓겨나고 은행장은 독살됩니다. 이 모든 사건들의 뒤에는 미국과 멕시코를 잇는 철로를 깔기 위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죠. 농부의 딸인 마리아와 살해당한 은행장의 딸 사라는 어쩌다보니 은행털이 공범자들이 되어 버리고, 이들을 잡기 위해 미국의 과학수사관인 쿠엔틴 쿡이 파견됩니다.

브리지트 바르도와 잔느 모로라는 두 스타들을 팔아먹는 게 제1목표였던 [비바 마리아!]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용이 아니라 페넬로페 크루스와 셀마 하이엑이라는 두 스타들입니다. 원래부터 친구였던 두 사람이 같은 영화에 출연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뤽 베송이 그들을 위해 이 스토리를 쓴 거라더군요. 전체적으로 영화는 가볍고 장난스럽습니다. 만들면서 꽤 재미있었을 거예요. 촬영내내 키들거리며 놀았을 두 사람의 얼굴이 상상됩니다.

영화의 내용 자체는 꽤 심각하거나 자극적일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리는 미국과 멕시코의 관계는 두 나라의 현재 관계에 대한 직설적인 비유로 먹힐 수도 있지요. 유감스럽게도 이 아이디어는 그냥 아이디어로 끝납니다. 진짜로 그렇게 끌고가기엔 작가들이 겁이 너무 많지요. 영화가 끝날 무렵엔 책임은 몽땅 악당 한 명에게 전가되고 그를 해치움으로서 모든 일들은 말끔하게 맺어집니다. 그 결과 영화는 무척 싱거워집니다. 설득력도 없고 용두사미죠.

두 여자 주인공들의 활용 역시 그렇게 좋다고는 못하겠습니다. 영화의 각본은 두 사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아요. 충분히 재미있는 드라마가 나올 수도 있는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키스 대결 같은 아주 쉽고 만만한 길만 골라서 따라갑니다. 둘의 심리묘사는 투박하고 재미도 없으며 결정적으로 믿음이 안 갑니다. 더 나쁜 건 이들이 액션에도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다는 거죠. 은행을 터는 동안에도 이들은 애완용 강아지 같습니다. 그렇다고 강도질에 대단한 재능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쿠엔틴 쿡이라는 캐릭터도 문제입니다. 이 사람은 조금 [여전사 지나]의 작서와 비슷한 부류예요. 배우에는 아무 문제가 없고 캐릭터도 그럭저럭 호감가는 편이지만 불청객이죠. 세 사람의 삼각 관계도 그렇게 잘 먹히지 않습니다. [비바 마리아!]의 조지 해밀튼은 느끼한 멋이라도 있었죠. 이 영화의 쿠엔틴은 그냥 착하고 자기 일 잘하는 평범한 남자에 불과하거든요.

[밴디다스]의 결정적인 문제점은 이 영화가 지나치게 가볍게 만든 기획 영화라는 것입니다. 잘 나가는 스타 둘을 묶어놓는 건 좋아요. 둘을 한 화면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본전은 뽑았다고 생각하는 저 같은 관객들도 많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 둘을 묶는 것만으로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심각한 겁니다. (06/06/28)

DJUNA

기타등등

[돈 컴 노킹] 이후 진짜 서부극에 출연하는 샘 셰퍼드를 보니 웃기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