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리오 바바 Mario Bava

주연
엘케 좀머....에바 아르놀트
Elke Sommer....Eva Arnold
조셉 코튼....알프레드 베커
Joseph Cotten....Alfred Becker
마시모 지로티....칼 훔멜 박사
Massimo Girotti....Dr. Karl Hummel
라다 라시모프....크리스티나 호프먼
Rada Rassimov....Christina Hoffman
안토니오 칸타포라....피터 클라이스트
Antonio Cantafora....Peter Kleist

바론 블러드의 고문실

마리오 바바에게 [바론 블러드]는 원래 뿌리로 복귀하려는 시도였습니다. [킬, 베이비 킬] 이후 그가 한 동안 멀리했던 고딕 호러의 전통으로 돌아온 것이죠. 그 이후 바바는 이 장르를 다시 건드리지 않았으니 이 영화는 그의 마지막 고딕 호러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피터 클라이스트라는 미국인 의대생이 오스트리아의 친척집에 방문하면서 시작됩니다. 피터의 선조 중에는 '바론 블러드'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오토 폰 클라이스트 남작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수많은 사람들을 성의 고문실에서 고문해 죽였고 그 자신도 분노한 군중들에 의해 같은 방식으로 학살당했죠. 피터는 사촌 에바와 함께 바론 블러드에게 살해당한 마녀 엘리자베트 홀로우의 주문으로 그를 부활시키는 데 성공하지만 그만 그를 다시 돌려보내는 주문을 잃어버립니다. 되살아난 바론 블러드는 다시 잔인무도한 살인을 시작하고요.

[바론 블러드]는 거장의 작품입니다. 의심나신다면 여자 주인공 에바가 바론 블러드에게 쫓기는 장면들을 한 번 보세요. 바바 특유의 뻔뻔스럽고 야한 조명만으로 얼마나 압도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는지요. 분위기와 서스펜스를 끌어내는 태도 자체가 너무나도 대범해서 "이런 것 따위는 눈 감고도 할 수 있어!"라고 흥얼거리는 의기양양한 늙은 장인의 미소가 보이는 듯 합니다.

하지만 [바론 블러드]는 안이한 거장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일단 이 영화는 그의 첫번째 대표작인 [사탄의 가면]과 줄거리와 설정이 너무나도 비슷합니다. 악당을 남자로 바꾸고 무대를 현대 오스트리아로 옮긴 컬러판 [사탄의 가면]인 거죠. 내용도 [사탄의 가면]보다 떨어집니다. 이야기는 흐트러져 있고 흡인력이 부족하며 전체적으로 건성이지요.

가장 큰 단점은 바론 블러드 자신입니다. 그는 부활한 뒤 열심히 자기 할 일을 하지만 화상으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은 그렇게 무섭지도 않고 강렬하게 느껴지지도 않아요. 나중에 그가 알프레드 베커라는 새로운 얼굴로 등장한 뒤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조셉 코튼은 바바라 스틸보다 훨씬 좋은 배우이지만 스틸만큼의 압도적인 카리스마는 없거든요. 바론 블러드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현대 세계에 적응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고요. 그렇다고 이에 대항하는 착한 팀 캐릭터들이 충분한 흡인력이나 개성이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바론 블러드]는 여전히 보기 좋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찍을 당시 바바에게 신선한 고딕 호러를 끌어갈만한 아이디어가 부족했던 게 분명합니다. [바론 블러드] 이후 그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 장르를 떠났던 것도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겠죠. (04/11/24)

DJUNA

기타등등

스텔비오 치프리아니의 방정맞은 음악에 대해서는 정말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농담으로 해석하면 편하겠지만 정말 그런 것 같지도 않고요. 보다 진지했을 레스 박스터의 미국판 음악이 더 효과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