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엘 슈마처 Joel Schumacher

주연
발 킬머....배트맨/브루스 웨인
Val Kilmer....Batman/Bruce Wayne
토미 리 존스....하비 덴트/투 페이스
Tommy Lee Jones....Harvey Dent/Two-Face
짐 캐리....에드워드 니그마/리들러
Jim Carrey....Edward Nygma/The Riddler
니콜 키드먼....체이스 메레디언
Nicole Kidman....Dr. Chase Meridian
크리스 오도넬....딕 그레이슨/로빈
Chris O'Donnell....Dick Grayson/Robin
마이클 고프....알프레드 페니워스
Michael Gough....Alfred Pennyworth
팻 힝글....고든 국장
Pat Hingle....Commissioner Gordon
드루 배리모어....슈가
Drew Barrymore....Sugar
데비 마자....스파이스
Debi Mazar....Spice

1.

[배트맨 포에버]의 감독은 원래 팀 버튼에게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그는 [메리 라일리](이건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티븐 프리어즈와 줄리아 로버츠보다는 팀 버튼과 위노나 라이더에 더 어울릴 것 같은 소설이니까요)와 함께 이 영화의 감독 제의를 포기했습니다. 한마디로 할 말이 없었겠지요. 저희들 생각에도 팀 버튼이 세번째 영화를 만들었다면 이미 한 이야기를 또다시 되풀이하는 결과밖에 얻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2.

조엘 슈마처는 [배트맨 포에버]에서 방향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그는 이 영화를 철저하게 만화같은 오락 영화로 만들려고 합니다. 당연한 생각이고 그 시도도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무난히 1억 달러를 넘겼잖아요.

슈마처의 영화를 버튼이 앞에 만든 두 영화와 일대일로 비교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전혀 다른 의도의 다른 영화니까요. 우선 그 의도가 어떻게 구체화되었는가부터 따지고 봐야겠지요.

3.

여러 면에서 큰 변화가 보입니다. 수공업 냄새가 풀풀 풍기던 팀 버튼의 영화와는 달리 [배트맨 포에버]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쓰여지고 있습니다. 액션도 아주 많고요. [배트맨 포에버]는 진짜 액션 영화입니다.

바바라 윙이 디자인한 고담 시티는 예전의 음산한 검정색을 벗었습니다. 새 고담 시티는 다양한 색깔과 그만큼 잡다한 스타일로 범벅이 되어 요란스럽고 야하기까지 합니다.

언제나 과거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던 버튼 영화와는 달리 이 영화는 그냥 현대적(또는 약간 근미래적)입니다. 토드 올드햄이 디자인한 의상이나 니그마가 만든 '박스'같은 걸 보더라도 그렇지요.

4.

[배트맨 포에버] 영화의 캐릭터들은 무척이나 평면적입니다. 토미 리 존스와 짐 캐리가 연기한 투 페이스와 리들러에는 어떤 깊이도 보이지 않습니다. 종이를 오려 만든 인형처럼 그들은 얇디 얇습니다.

짐 캐리는 이 영화 속에서도 짐 캐리이며 꽤 재미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연기는 너무나 유형화되어 있어서 그가 연기변신을 하지 못해 두려워하는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토미 리 존스만의 탓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투 페이스는 리들러보다 좋지 않습니다. 일단은 각본상의 문제라고 봐야겠지요. '투 페이스'라는 이름이나 대립과 이중성을 상징하려고 애쓴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 캐릭터는 어떤 다양성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니콜 키드먼이 연기한 체이스 메레디언 역시 단순하며 그녀와 브루스 웨인과의 로맨스 역시 양념 이상의 어떤 것이 아닙니다. 물론 그녀는 이 영화에서도 아름답게 보이기는 합니다.

발 킬머는 마이클 키튼이 보여주었던 섬세하고 아이러니에 가득찬 이중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악몽에 시달릴 때, 관객들은 한마디로 그를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가 액션으로 뛰어들 때 그는 마이클 키튼보다는 믿음직해 보입니다. 그리고 더 '영웅'처럼 보입니다. 대다수의 팀 버튼 팬들은 그가 복수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건전한 이야기로 로빈을 설득하려고 할 때 실소했을 것입니다. 여기서 그는 아버지 역을 하면서 그의 콤플렉스를 벗어던진 것 같습니다. 맙소사, 콤플렉스가 없는 배트맨이라니!

그리고, 크리스 오도넬이 연기한 로빈이 있습니다. 원래는 [배트맨 리턴즈]부터 등장할 뻔 한 배역이었지요. 팀 버튼은 로빈을 흑인으로 할 계획까지 짜고 있었지만 결국 포기했습니다. 하긴 [배트맨 리턴즈]에는 그가 끼어들 여지가 없지요. 하지만 잡다하고 요란한 내용의 [배트맨 포에버]는 사정이 다릅니다. 로빈의 등장 때문에 이 이야기는 더욱 선악 대결로 보이고 또한 진짜 만화같습니다.

5.

이 영화를 앞의 영화들로부터 결정적으로 분리시키는 것은 바로 음악입니다. 대니 앨프먼이 빠지는 대신 엘리어트 골든소어가 대신 들어왔습니다. 그는 이미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로 이미 주목을 받은 바 있는 작곡가입니다. 사실 앨프먼의 음습한 음악은 밝고 '건전한(?)' 이 영화의 분위기와는 잘 맞지 않습니다. 골든소어는 앨프먼의 음악을 연상시키기는 하지만 훨씬 가벼운 몇몇 주제들을 이용해 새 [배트맨]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앨프먼보다는 인상적이지 않지만 나름대로 성공적이기도 합니다.

6.

슈마처가 앞으로도 계속 [배트맨] 시리즈를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상당히 큽니다. 하지만 악당들이 얼마나 남았죠? 개인적으로는 그가 다시 [배트맨]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배트맨 포에버]가 꼭 3부작의 결말처럼 여겨질테니까요. 1, 2부에서 자신의 이중성 때문에 고민하던 배트맨이 파트너도 얻고 애인도 생기고 완치되었다. 해피 엔딩! 웃기잖아요. 애당초부터 이걸 1편으로 하는 시리즈가 생기면 앞의 두 작품과 분리시켜 생각하기도 용이하죠.

저희들에겐 알프레드가 진짜 슈퍼맨처럼 보입니다. 그 나이에 컴퓨터를 새로 배워서 그렇게 수월하게 다루고 기계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없고 게다가 의상 디자인까지! 클라이튼의 진정한 후예로군요. (95/08/05)

D&P

기타등등

토미 리 존스의 캐릭터는 1편에서 빌리 디 윌리엄즈가 연기한 캐릭터와 같은 인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