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매튜 로빈스 Matthew Robbins

주연
흄 크로닌....프랭크 라일리
Hume Cronyn....Frank Riley
제시카 탠디....페이 라일리
Jessica Tandy....Faye Riley
프랭크 맥레이....해리 노블
Frank McRae.... Harry Noble
엘리자베스 페냐....마리사 에스키벨
Elizabeth Peña....Marisa Esquivel
마이클 카마인....카를로스
Michael Carmine....Carlos
데니스 부트시카리스....메이슨 바일러
Dennis Boutsikaris....Mason Baylor

외계인 가족

1950년대에 폰 노이만과 워너는 자기 재생 시스템 Self Reproduction System이라는 흥미진진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냈습니다. 한마디로 이건 자기 복제가 가능한 기계입니다. 유전자에 대응하는 소프트웨어와 기능분자에 대응하는 하드웨어를 가진 기계죠. 이 기계는 그들이 내팽겨쳐진 환경 속에서 자원을 모아 자신과 닮은 기계를 재생산하고 그걸 다시 분화, 조직화해서 고도의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나갑니다.

SETI와 항성간 탐험이 과학자들 사이에 유행이 되었을 때, SRS, 일명 폰 노이만 머신은 다시 화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항성간 탐사에 인간을 파견하는 건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폰 노이만 머신을 만들 수 있다면 적은 노력으로 엄청난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폰 노이만 머신을 실은 탐사체를 우주로 쏘아 올린다고 칩니다. 탐사체는 다른 태양계의 행성에 착륙해서 자기와 닮은 기계들을 복제한 다음 다시 우주로 쏘아 올립니다. 이런 식으로 반복한다면 한 대의 우주선으로 우리 은하계 전체를 탐사할 수 있습니다. 광속 돌파를 못한다고 하더라도 몇 백만 년이면 충분하죠.

아무래도 이 영화의 총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아이디어를 어디선가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토록 SETI에 열성적인 사람이니 들을 기회도 많았겠지요. 이런 아이디어를 머리 속에 담아 두고 있다가 나중에 영화화를 결심한 것 역시 당연한 일이고요. 물론 그 영화가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려는 [8번가의 기적]입니다.

[8번가의 기적]은 80년대에 스필버그가 앰블린 사를 통해 만들어낸 일련의 '스필버그 표' 영화들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 참 비슷비슷했죠. 주로 중학생 수준의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귀엽고 감상적인 영화들이었습니다. 적당한 중급 배우들과 중급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뒤 스필버그 상표를 붙여 내보낸 공장 생산품이었죠.

[백투더 퓨처] 시리즈나 [그렘린] 시리즈처럼 성공한 작품들도 있었지만 나머지 작품들은 곧 잊혀졌습니다. 심지어 주 구매층인 아이들한테도 그렇죠. 요새 애들한텐 [구니즈]나 [스페이스 캠프]와 같은 영화들은 지겨울 겁니다.

뻔하다는 점에선 [8번가의 기적]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 영화는 무척 진부한 작품입니다. SETI나 폰 노이만의 업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의 설정에 흥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외계에서 온 폰 노이만 머신 부부가 지구에 내려와 가전 제품을 이용해 2세들을 만들어낸다는 이야기거든요.

하지만 이 소재를 담은 그릇은 무척 진부했습니다. 폰 노이만 머신 가족은 개발업자들한테 밀려 정든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8번가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그들과 함께 싸우게 된다는 이야기로 흘러가거든요. 귀여운 로봇 가족들을 장난감으로 만들어 팔려는 마케팅 부서의 음모가 눈에 뻔히 보였고, 심지어 폰 노이만 머신이라는 소재 역시 스필버그가 끝도 없이 제공한 '외계에서 온 귀염둥이' 소재에 치여서 시작도 하기 전에 진부해져 버렸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를 다시 보는 기분은 [구니즈]를 다시 볼 때보다 낫습니다. 구식 스톱 모션과 기계들로 만들어진 폰 노이만 머신 가족들은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그들의 '생태학' 역시 꽤 잘 짜여져 있어서 흥미가 당기고요. 만약 구식 가족 영화식 플롯에 끼워맞추려는 시도 없이 곧장 하드로 나갔다면 상당히 재미있는 영화가 되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좋은 부분은 주인공 노부부를 연기한 제시카 탠디와 흄 크로닌입니다. 그들은 이 영화의 뻣뻣하고 얇은 각본에 비해 너무 좋아서 오히려 이상할 지경입니다. 특히 제시카 탠디의 노망난 할머니 연기는 너무 귀여워요.

DJUNA

기타등등

[*batteries not included]라는 원제는 원래 장난감이나 가전 제품 광고에 따라다니는 문구입니다. 배터리는 안에 없으니까 따로 사야한다는 말이죠. 이와 같은 대사가 한 번 나오기는 하지만 스토리와는 그렇게 큰 상관이 없습니다. [8번가의 기적]이라는 국내 제목이 오히려 더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