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세르게이 보드로프 Sergei Bodrov

주연
레베카 릴례베리....롤라
Rebecka Liljeberg....Lola
요아킴 크뢸....그로포
Joachim Król....Groppo
세르게이 보드로프 2세....미샤
Sergei Bodrov Jr.....Misha
키스 앨런....루
Keith Allen....Lou
마우리치오 도니도니....마르코
Maurizio Donadoni....Marco
안느-마리 피사니....마르가리타
Anne-Marie Pisani....Margarita
마르셀라 무소....안나
Marcella Musso....Anna
아리아드나 힐....카르멘
Ariadna Gil....Carmen
실비오 올란도....단장
Silvio Orlando....Ringmaster

미샤와 롤라

세르게이 보드로프는 [코카서스의 죄수]의 성공 이후 일련의 영어 영화들로 꾸준히 국제시장의 문을 두드렸는데, [곰의 키스]는 그가 가장 최근에 만든 영어 영화입니다. 주연을 맡은 레베카 릴례베리의 첫 영어 영화이기도 하고요. 두 사람 모두 기대가 꽤 컸을 것 같은데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작년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이 영화가 소개되었을 때 비평가들의 평가는 거의 재앙에 가까웠지요. 물론 영화는 최종 목표였을 영어권 시장도 제대로 뚫지 못했고요.

영화는 서커스단에서 자란 소녀 롤라와 롤라가 키우는 곰 미샤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사랑이란 말그대로 연애입니다. 미샤는 마법에 걸린 곰(또는 인간)이어서 종종 사람으로 변하거든요. 영화엔 롤라 역의 레베카 릴례베리와 미샤 역의 세르게이 보드로프 2세의 꽤 강도 높은 섹스신도 나온답니다. 그 장면을 보고 전 좀 당황했어요. 릴례베리가 지금 스물을 넘긴 애엄마라는 건 저도 알고 있지만 저한테 이 친구는 여전히 어린아이란 말이에요. 영화 속에서 롤라는 14살이고요.

영화는 로드 무비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롤라와 아기곰 미샤가 처음 만나는 러시아에서 시작해서 스웨덴, 독일, 스페인으로 이어지는 긴 여정으로 관객들을 인도합니다. 그 여정은 상당히 암담합니다. 롤라는 서남쪽으로 조금씩 걸음을 옮기는 동안 인간 세계에 정을 붙일 이유를 잃어버립니다. 주변 사람들은 멀어지거나 달아나거나 죽고 새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는 불쾌하고 폭력적으로 변하지요. 롤라가 사람들을 피해 미샤와의 관계로 도피하는 이유가 이해될 지경입니다. 영화는 고독과 사랑에 대한 아주 암담한 우화입니다.

영화는 될 수 있는 한 건조하고 차분한 어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따진다면 그 선택은 타당합니다. 영화의 무덤덤함 속에서 곰이 사람으로 변하는 초현실적이고 동화적인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21세기의 현대 세계에 녹아듭니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감정을 통제하지 않고 터뜨린다면 우스꽝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죠.

하지만 영화는 차분함 속에 충분한 시를 섞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담담함이 그 기회를 박탈한 것 같기도 해요. 영화는 소재의 동화적 초현실주의와 함께 떠오르는 대신 건조한 사실주의와 함께 주저앉습니다. 감동적이어야할 결말이 관객들에게 별다른 감정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곰의 키스]는 제가 걱정했던 것만큼 형편없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주제와 소재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은 사실이에요. 재능있는 배우들을 제대로 활용한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스크린 위로 펼쳐지는 이미지들은 아름답고, 아직도 남아있는 서글픈 감정은 그런대로 관객들을 자극할만합니다. 다양한 서커스 복장을 하고 나오는 릴례베리는 언제나처럼 예쁘고요. 성공작은 아니었지만 아직 젊은 배우이니 다음 기회가 있을 거예요. 참, 아리아드나 힐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답니다. 조금 더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03/09/08)

DJUNA

기타등등

1. 영화는 결말에서 어느 정도 희망을 남겨주려고 하는 것 같은데 전 그렇게 볼 수 없더군요. 조금이라도 곰의 생태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동물이... 관두죠...

2. 테렌스 말릭이 이 영화의 각본가들 중 한 명입니다. 영화에 침울한 분위기에 그 사람 책임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는 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