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계원 Chi Y. Lee

주연
이율....샤오부
Amiya Lee....Xiao-bu
요천혜....아미
Chien-hui Liao....Ah Mi
요안기....앤젤
Angel Yao....Angel

아미, 샤오부, 앤젤

[뷰티풀 크레이지]가 관객들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는 것은 짧은 교복 치마를 입은 한 소녀의 엉덩이입니다. 그 뒤로 카메라는 조금 더 위로 빠져서 그 소녀의 교복 입은 상체로 올라가고 결국 얼굴도 보여주지만 다시 엉덩이를 지나 허벅지로 내려갔다가 다시 엉덩이로 올라가서...

이렇게 요약하는 건 다소 불공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무리 공평하려 해도 이 영화의 카메라가 주연배우 요안기의 몸을 거의 핥아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어려워요. 그렇다고 제 표현처럼 화면이 음란해보인다는 말은 아닙니다만. 그럼 뭐냐고요? 글쎄요.

영화의 내용은 무엇일까.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아미, 앤젤, 샤오부라는 이름의 세 대만 여성입니다. 오프닝 크래딧이 시작될 무렵만 해도 이들은 모두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었죠. 하지만 크레딧이 끝나고 아미의 회상이 시작될 무렵엔 이들은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 뒤로 어떻게 먹고 사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이들의 직업은 단 한 번도 묘사되지 않으니까요.

간단히 요약하면 이들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샤오부와 앤젤은 고등학교 때 단짝 친구였지만 한 번 대판 싸운 뒤로 헤어졌습니다. 지금 샤오부는 독립해서 아미라는 룸메이트와 살고 있고 앤젤은 여전히 뚱뚱한 아버지와 함께 삽니다. 샤오부에게는 복서인 남자친구가 있는데 그 남자친구는 아미에게 눈길을 주고 있고요.

이 이야기는 연대기 순으로 전개되지 않습니다. 이계원은 처음부터 일관성 있는 이야기를 할 생각 따위는 없는 것 같아요. 이야기는 조각조각 쪼개어져 재배치되어 있고 심지어 같은 시퀀스로 이어져야 할 이야기들도 파편화되어 있습니다. 이야기가 중간부터 시작된 뒤 몇 씬 뒤에 첫 부분을 보여주는 경우도 많죠.

영화의 내용도 이런 이야기 전개와 잘 어울립니다. 이 세 사람은 좀 정신없는 젊은이들이에요. 이들의 동기와 감정을 이성적으로 설명하려 한다면 머리를 쥐어짜다가 스트레스를 받아 쓰러질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충동적이고 감상적이고 성급하며 도대체 생각이 없는 데다가 약간 미쳤습니다. 영화 내내 그들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울고 웃고 춤을 추고 싸우고 키스를 하고 고함을 지르고 점프를 합니다. 그러는 동안 이들 세 사람을 둘러싼 관계는 점점 더 복잡해지는데, 그들에겐 그런 복잡성을 인식할 여유 따위는 없습니다. 모두가 너무나도 강렬한 찰나의 감정과 감각에 사로잡혀 있으니까요.

이들의 묘사는 지극히 관능적입니다. 이계원의 이런 묘사는 이 시기를 지나는 아이들의 혼미한 정신상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일 수도 있지만, 저에겐 철저하게 쾌락적인 목적을 위해 재단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주인공들이 감정의 폭풍을 겪는 것도, 감독이 짝사랑하는 예쁜 여자아이들의 치마를 들추거나 물건을 빼앗는 악동처럼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는 일부러 자기가 만들어낸 창조물들을 혼란 속에 던져넣고 그들이 울거나 웃는 것을 훔쳐보면서 즐기고 있어요... 다른 동기는 상상할 수가 없군요.

그 결과물로 만들어진 영화 역시 그 목적에 충실합니다. 교복 입은 여자아이들을 다룬 대만 청춘 영화 스타일로 예쁘고 나른하고 혼란스러우며 철저하게 감각적 쾌락에 충실하지요. 물론 여기에서 추가적인 의미를 읽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드러나 있는 쾌락의 무게를 넘어설 것 같지는 않아요. (09/04/15)

DJUNA

기타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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