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시드니 루멧 Sidney Lumet

주연
필립 시모어 호프먼....앤디 핸슨
Philip Seymour Hoffman....Andy Hanson
이든 호크....행크 행슨
Ethan Hawke....Hank Hanson
앨버트 피니....찰스 핸슨
Albert Finney....Charles Hanson
마리사 토메이....지나 핸슨
Marisa Tomei....Gina Hanson
알레스카 팔라디노....크리스 라소다
Aleksa Palladino....Chris Lasorda
마이클 섀넌....덱스
Michael Shannon....Dex
에이미 라이언....마사 핸슨
Amy Ryan....Martha Hanson
사라 리빙스턴....다니엘 핸슨
Sarah Livingston....Danielle Hanson
브라이언 F. 오번....바비 라소다
Brian F. O'Byrne....Bobby Lasorda
로즈마리 해리스....나넷 핸슨
Rosemary Harris....Nanette Hanson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그냥 극장으로 가세요. 지금 이 글도 읽지 마시고. 그렇다고 엄청난 반전이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러는 게 좋습니다.)

행크와 앤디

강도질로 시작되는 영화입니다. 아니, 우리가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건 필립 시모어 호프먼과 마리사 토메이의 땀투성이 베드신이지만 진짜 시작은 그거죠. 그렇다고 [히트]처럼 고도로 세련된 전문범죄를 기대하지는 마세요. 이건 그냥 동네 강도질입니다. 복면 쓴 강도 한 명이 막 문을 연 동네 보석상을 습격한 거죠.

하지만 범죄의 스케일로 드라마의 무게를 잴 수는 없습니다.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는 범죄 계획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그 여파에 대한 영화입니다. 범죄 자체는 짧게 끝나지만 그 전후의 드라마는 길고 끔찍합니다. 적어도 이 영화의 주인공 모두가 현실세계의 지옥에 갇혀 영화가 끝날 때까지 허우적거릴 정도는 되지요.

영화는 일단 범죄를 간단하게 그린 뒤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전후 이야기를 인물 별로 그립니다. 우선 강도 계획을 세운 앤디 핸슨이 있습니다. 그럭저럭 잘 나가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마약중독과 분식회계 때문에 그의 그럴싸한 입지는 언제 붕괴될지 모릅니다. 회사가 회계감사를 시작하자 그는 이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보석상 강도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여기서 그는 공범을 끌어들이는데, 그 공범은 지금 돈에 쪼들리고 있고 형의 아내 지나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동생 행크입니다. 이야기가 진척되면 우린 그들뿐만 아니라 그의 아버지인 찰스와 어머니 나넷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이 영화는 교훈극일까요? 네, 여기엔 아주 유익한 교훈이 있습니다. 아마추어는 범죄를 저지르지 말라는 것이죠. 자기 딴에는 치밀한 계획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들은 결코 그 동안 일어날 수 있는 변수를 모두 통제할 수 없습니다. 늘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예상치 못했던 사고를 당하기 마련이지요. 물론 성공할 수 있다고 해도 그런 범죄를 저질러서는 안 되지요. 마약을 해서도 안 되고 회사 돈을 빼돌려서도 안 되고... 아마 형의 아내와 놀아나서도 안 되는 거겠지만 그거야 각자의 사정이 있을 거고.

하지만 영화는 교훈극이 아닙니다. 교훈극이 먹히려면 주인공에게 선택의 기회가 주어져야하겠죠.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의 세계는 50년대 하드보일드 소설식으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얼핏보기에 이들이 살고 있는 세계는 지극히 사실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 곳은 인공적으로 디자인된 지옥입니다. 주인공을 약간의 희망으로 자극하다가 그들이 거기에 넘어가면 잽싸게 그 이유를 대며 무참하게 처벌하는 형장이지요. 주인공들이 빠져나갈 구석은 없습니다. 사악한 작가 켈리 마스터슨이 존재할 수 있는 모든 퇴로를 막아놨으니까요. 얄밉죠. 하지만 마스터슨에겐 이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미국 남자들의 삶이 이들보다 엄청나게 낫지 않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적어도 저에겐 그래 보입니다.

켈리 마스터슨의 사악한 각본을 영화로 옮긴 사람은 시드니 루멧입니다. 영화를 만들 때 이미 여든이 넘었었지만 이 영화에선 나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긴 6,70년대에 전성기를 보낸 미국 감독이 지금 젊은이처럼 반짝거릴 확률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그냥 불가능하죠. 절대로 뚫을 수 없는 기술과 문화의 갭이 존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 대접을 받으려 하니까요. 이 영화에서 루멧은 그냥 프로입니다. 자신의 세계를 명확하게 알고 있고 그걸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으며 어떤 배우를 캐스팅해야 최선의 가능성을 뽑아낼 수 있는지 아는 프로죠. 특히 마지막 것은 중요합니다. 어쩜 캐스팅이 이처럼 무심한 듯 쉬크할 수 있습니까. 어쩜 이 배우들은 아무런 야심도 드러내지 않으면서 이처럼 잘 하나요. (09/05/05)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근사한 제목은 아일랜드 건배에서 따온 것입니다. "May you have food and raiment, a soft pillow for your head; may you be 40 years in heaven,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