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쯔반 자보 István Szabó

주연
아넷 베닝....줄리아 램버트
Annette Bening....Julia Lambert
제레미 아이언즈....마이클 고슬린
Jeremy Irons....Michael Gosselyn
마이클 갬본....지미 랭턴
Michael Gambon....Jimmie Langton
줄리엣 스티븐슨....이비
Juliet Stevenson....Evie
미리엄 마골리스....돌리 드 브리스
Miriam Margolyes....Dolly de Vries
브루스 그린우드....로드 찰스
Bruce Greenwood....Lord Charles
숀 에반스....톰 페널
Shaun Evans....Tom Fennel
톰 스터리지....로저 고슬린
Tom Sturridge....Roger Gosselyn
쉴라 맥카시....그레이스 덱스터
Sheila McCarthy....Grace Dexter
로즈마리 해리스....줄리아의 어머니
Rosemary Harris....Julia's Mother
리타 터싱햄....캐리 이모
Rita Tushingham....Aunt Carrie
루시 펀치....애비스 크라이튼
Lucy Punch....Avice Crichton
모리 차이킨....월터 깁스
Maury Chaykin....Walter Gibbs

줄리아

[빙 줄리아]의 원작은 서머셋 모옴의 중편 소설인 [Theatre]입니다. 그렇게 잘 알려진 작품은 아닌데, 이미 여섯 차례나 영화화된 적 있다고 하는군요. 웃기는 건 이들 중 영어권 작품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들은 대부분 구소련이나 프랑스, 독일에서 만들어졌어요. 소설이나 주인공의 매력이 영어권 관객들보다 비영어권 유럽 관객들에게 더 잘 먹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빙 줄리아]는 영어 영화지만 감독인 이쯔반 자보는 헝가리인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되겠지요.

영화의 주인공은 줄리아 램버트라는 중년 연극 배우입니다. 여전히 아름답고 매력적이어서 주변 모든 사람들을 숭배자들로 달고 다니지만 삶은 정체되어 있고 점점 늘어가는 주름살은 무섭기만 하죠. 그러던 어느 날 줄리아를 숭배하는 미국인 청년 톰이 나타나 그녀에게 구애합니다. 줄리아는 새로운 연인이 가져다 준 삶의 활력에 들뜨지만 곧 톰의 열정은 시들어버리고 그는 풋내기 연극배우 애비스에게 관심을 돌립니다. 타고 난 디바인 줄리아가 과연 이런 패자의 위치에 주저 앉아있기만 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이브의 모든 것]과 비교하는데, 그 비교에 그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이브의 모든 것]은 진지한 풍자극이었습니다. 하지만 [빙 줄리아]는 이미 사라진 예스러운 세계를 무대로 벌어지는 구닥다리 멜로드라마입니다. [빙 줄리아]의 이야기는 꽤 재미있지만 결코 깊이 있거나 의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인공 줄리아와 관련된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느슨하게 나열한 통속적인 멜로드라마에 불과해요. 아마 원작자 모옴도 그 이상은 의도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 모든 에피소드들은 그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모두 줄리아 램버트라는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장치들이죠. 줄리아는 러닝 타임 내내 자신의 이전 위치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줄리아에게 헌정되어 있습니다. 줄리아는 이 작은 세계의 여왕이며 여신입니다.

줄리아의 가장 큰 매력이자 단점은 이 사람이 천성적인 배우라는 것입니다. 줄리아에게 세계는 거대한 무대입니다. 삶은 당연히 연기고요. 그렇다고 줄리아가 현실과 무대를 구별하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두 세계 모두 같은 접근법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죠. 이 사람은 실생활에서나 무대에서나 노련한 예술가입니다. 매혹적인 스펙터클이지만 깊이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죠. 일대일로 사귀기보다는 숭배하고 아껴주어야 하는 대상인 겁니다.

줄리아를 연기하는 아넷 베닝은... 흠... :-) 이렇게 얘기해보기로 하죠. 아넷 베닝을 보고 있으면 디바들의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게 됩니다. 왜 그 사람들이 이 이기적이고 성질 고약하고 뻔뻔스러운 나르시스트들 밑에 자발적으로 들어와 사서 고생을 하는지요.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만큼이나 베닝의 줄리아는 사랑스럽고 매력적이에요. 더욱 성공적인 게, 베닝이 이 뻔뻔스럽고 얄팍한 캐릭터에 상당히 깊은 내면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 그래서 베닝의 연기가 더욱 사랑스러운 건지도 모르죠. 중년 여성의 얼굴 잔주름이 그처럼 사랑스럽게 보인 것도 참 오래간만이에요. (05/10/14)

DJUNA

기타등등

줄리아의 아들 로저로 나온 톰 스터리지는 피비 니콜스와 찰스 스터리지의 아들이죠. 스터리지의 미니 시리즈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의 아들로 나왔을 땐 정말 예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