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클로드 샤브롤 Claude Chabrol

주연
제라르 드파르디외....폴 벨라미
Gérard Depardieu....Paul Bellamy
클로비스 코르니약....자크 레바
Clovis Cornillac....Jacques Lebas
자크 강블랭....노엘 장티/에밀 를레/드니 르프랭스
Jacques Gamblin....Noël Gentil/Emile Leullet/Denis Leprince
마리 뷔넬....프랑스와즈 벨라미
Marie Bunel....Françoise Bellamy
바이아 조칸테....나디아 샹쇼
Vahina Giocante....Nadia Sancho
마리 마테롱....를레 부인
Marie Matheron....Madame Leullet

벨라미 부부

폴 벨라미는 명탐정입니다. 그렇다고 에르퀼 프와로 스타일의 천재 탐정은 아니에요. 그냥 쥘 메그레 정도의 민완 형사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그는 나름 유명인사 취급을 받고 있는데, 그건 얼마 전에 그가 낸 자서전이 썩 잘 팔렸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그는 아내의 고향인 님므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노엘 장티라는 남자가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찾아오는데, 그의 진짜 이름은 에밀 를레이고 보험 사기 겸 살인 혐의로 쫓기고 있는 중이었지요. 자, 명탐정이 등장했습니다. 수수께끼도 있고 의뢰인도 있습니다. 이제 영화가 해야 할 일은 명탐정을 시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영화는 그러지 않습니다.

클로드 샤브롤의 최신작 [벨라미]는 일종의 안티 추리영화입니다. 얼핏 보면 추리물의 기초를 충실하게 따라가는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에 보면 관객들이 추리영화에서 기대하는 거의 모든 것들을 위반하고 있거든요.

샤브롤은 폴 벨라미의 일상을 따라가면서 추리물로 편집하기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그는 범죄 사건에 집중하는 대신 의뢰와 형식적인 사건 해결 사이에서 벌어지는 벨라미의 모든 일상을 평등하게 보여줍니다. 살인사건도 중요하지만 그를 찾아온 망나니 동생도 중요하고 아내와의 결혼생활도 중요합니다. 범죄사건은 그런 그의 일상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죠.

게다가 영화는 사건을 해결할 생각도 없습니다. 벨라미는 범죄 사건을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며 우리는 그를 통해 수많은 단서들을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중 상당수는 아주 수상쩍어 보여요. 하지만 이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명쾌한 해결책은 없습니다. 그것들은 그냥 수상쩍어보일 뿐이에요. 뭔가 더 숨어 있을 수도 있고 수상쩍어 보이지만 그냥 그뿐일 수도 있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벨라미가 맡은 이 범죄사건이 벨라미 자신의 일상과 평행선을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들 사이에 어떤 논리적인 연결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건 그냥 그런 겁니다. 아마 여기에도 어떤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요. 아마 우린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지식이란 결국 수박 겉핥기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

여기까지가 내용인 거고, [벨라미]는 샤브롤 팬에게는 여전히 감격스러운 영화입니다. 영화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샤브롤 식으로 일상적이기 때문이죠. 그가 그리는 프랑스 브르주와 사회의 안락함과 사악함은 여전해요. 그들을 그리는 사악한 유머감각 역시 여전하고요. 배우들의 연기도 언제나처럼 좋고요. 제라르 드파르디외의 첫 샤브롤 영화지만 그는 평생 그와 함께 영화를 찍은 것처럼 잘 어울립니다. 샤브롤 영감의 나이는 벌써 78세. 하지만 괜찮아요. 아직 많이 남았어요! (09/07/23)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는 두 명의 조르주에게 헌정되었죠. 한 명은 영화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샹송 가수 조르주 브라상스, 다른 한 명은 쥘 메그레 소설의 작가 조르주 시므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