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개빈 밀러 Gavin Millar

주연
앙드레 뒤솔리에....뤼시앵
André Dussollier....Lucien
크리스틴 스코트 토머스....알리스
Kristin Scott Thomas....Alice
이자벨 카레....로르
Isabelle Carré....Laure
베노 퓌르망....알퐁스
Benno Fürmann....Alphonse
마르트 켈러....앙트와네트
Marthe Keller....Antoinette
폴 반 뮐더....마르셀 프루스트
Paul Van Mulder....Marcel Proust
뤼디거 포글러....쥘 마냐르
Rüdiger Vogler....Jules Magnard
잔느 모로....나레이터
Jeanne Moreau....La Narratrice

1.

뤼시앵과 알리스

1. 20세기 초, 자동 도로의 발명가인 뤼시앵은 기차 안에서 남편에게 구타당하는 스테인드 글래스 예술가 알리스를 구해줍니다. 뤼시앵은 그녀에게 매료되지만 정신병에 걸린 알리스의 남편이 그들 사이에 가로막고 서 있죠. 한편, 뤼시앵은 자신을 암살하려던 풋나기 무정부주의자 알퐁스한테서 엔지니어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를 고용합니다. 순식간에 성장한 알퐁스는 뤼시앵의 발명품을 발전시켜 에스컬레이터를 만들어내죠.

알리스의 남편은 정신병원에서 사고로 죽지만 알리스는 뤼시앵에게 정리할 일년의 기한을 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뤼시앵은 그 동안 알퐁스의 애인이 었던 로르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그녀와 결혼까지 하고 말아요. 분노에 사로잡힌 알퐁스는 뤼시앵을 회사에서 몰아내고 어쩌고 저쩌고...

2.

이 프랑스 미니 시리즈가 저에게 흥미가 있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알리스를 연기한 배우인 크리스틴 스코트 토머스이고 다른 하나는 이 작품이 프랑스와 트뤼포의 유작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첫번째는 넘어가기로 하고 두번째를 좀 따져 봅시다. 일단 이 스토리에는 트뤼포의 체취가 묻어 있습니다. 스물스물 넘어가는 나레이션, 두 남자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험한 여인... 역사적인 흐름 사이에서 흘러가는 개인사를 다루는 방식은 [마지막 메트로] 같은 작품들과 유사하지요.

하지만 과연 트뤼포는 이 시나리오를 어떻게 하려고 했던 것일까요? 영화로 하기엔 이 이야기는 너무 깁니다. 생각해보면 충분히 압축될 수도 있는 길이고요. 예를 들어 뤼시앵이 알퐁스와 알리스를 만나는 1부는 1시간 반을 할애할만한 내용이 없습니다. 뤼시앵과 알리스의 사랑, 뤼시앵과 알퐁스, 로르 사이 삼각관계로 이루어진 스토리도 산만하고요. 그렇다고 원래부터 긴 흐름을 의도했다고 보기엔 또 너무 짧군요.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는 요소들(파리의 무정부주의자들, 알리스를 짝사랑하는 앙트와네트, 파업, 알퐁스의 심적 변화 등등)이 대충대충 넘어가고 있고 스토리에 끼어드는 실제 사건들과 실존 인물들(모나리자 도난 사건, 마르셀 프루스트 등등)은 그냥 멋스럽게 또는 억지스럽게 스토리 주변에 달라붙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이 스크립트엔 본격적으로 손을 댄 흔적이 없습니다. 손을 댄 작가가 하나 붙어 있긴 하지만 '프랑스 영화식' 대사 작가에 불과한 모양이에요. 결국 프랑스와 트뤼포의 각본은 이 미니 시리즈에서 [TV 문학관]의 원작 취급을 받은 셈입니다. 많이 건드려서는 안되는 고상한 문학 작품으로요.

하지만 왜 그래야할까요? 시나리오는 희곡처럼 완결된 작품이 아닙니다. 애당초부터 빈공간을 인정하고 넘어가는 예술작품이지요. 그렇다면 그걸 채울 생각을 해야지, 순진하게 그냥 따라가서는 안된단 말입니다. 그런데 이 시리즈의 시각적인 요소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빈약합니다 (그러면서도 왜 레터박스는 고집하는지?) 문제가 아닐 수 없죠. 트뤼포 같은 사람의 유작이라면 조금 더 대접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 이 자꾸 드는군요. 클로드 밀레의 [귀여운 여도둑]만 해도 꽤 성공적이지 않았던가요?

3.

그래도 몇몇 배우들은 꽤 잘합니다. 재미있게도 가장 잘한 배우들은 모두 외국인입니다. 크리스틴 스코트 토머스는 그 사람식 차가움을 유지하면서도 고립되고 상처받은 예술가의 초상을 정밀하게 그려냅니다. 이중 스파이를 연기한 뤼디거 포글러의 느물거리는 역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로르 역의 이자벨 카레는 너무 존재가 희미하고 베노 퓨르망은 좀 뻣뻣하네요.

하여간 줄여서 2시간 30분 정도의 극장용 영화를 만드는 편이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아까운 각본이 너무 쉽게 다루어진 것 같군요. (97/11/04)

DJUNA

기타등등

자동 도로와 에스컬레이터가 정말 이런 식으로 발명되었다고 믿는 분들은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