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나단 드미 Jonathan Demme

출연
오프라 윈프리....세드
Oprah Winfrey....Sethe
대니 글로버....폴 D
Danny Glover....Paul D
탠디 뉴튼....빌러브드
Thandie Newton....Beloved
킴벌리 엘리스....덴버
Kimberly Elise....Denver
비 리처즈....베이비 슉스
Beah Richards....Baby Suggs
리사 게이 해밀턴....젊은 세드
Lisa Gay Hamilton....Younger Sethe
앨버트 홀....스탬프 페이드
Albert Hall....Stamp Paid
어마 P. 홀....엘라
Irma P. Hall....Ella
캐롤 진 루이스....제이니 웨건
Carol Jean Lewis....Janey Wagon
키시아 랜들....에이미 덴버
Kessia Randall....Amy Denver
주드 치콜렐라....학교 선생
Jude Ciccolella....Schoolteacher
안소니 치스홈....랭혼
Anthony Chisholm....Langhorne
도로시 러브 코티스....루실 윌리엄즈
Dorothy Love Coates....Lucille Williams
제인 화이트....레이디 존스
Jane White....Lady Jones
야다 비너....덴버 (9살)
Yada Beener....Denver aged 9

1.

조나단 드미의 [빌러브드]는 아시다시피 토니 모리슨의 퓰리처 수상작을 영화한 작품입니다. 원작 소설은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되었는데, 모리슨의 노벨상 수상에도 불구하고 새 번역이나 재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예전 번역본은 아마 오래 전에 절판되었을 거예요.

줄거리는 소설을 읽지 않으신 분도 아실 겁니다. 오하이오에서 살고 있는 탈출한 노예 세드에게 갓난아기 때 죽은 그녀의 딸과 같은 이름의 젊은 여자가 찾아옵니다. 빌러브드의 등장과 함께 세드의 과거가 서서히 벗겨지기 시작하죠.

[빌러브드]는 한마디로 유령 이야기입니다. 지극히 육체적이면서도 여전히 죽은 아이처럼 행동하는 빌러브드는 영어권 문학에 등장하는 유령들 중 가장 강렬한 존재죠. 진짜 유령 이야기가 그런 것처럼 이 작품도 초현실적인 현상 자체보다는 그 현상이 과거에서 끌어오는 참담한 기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끔찍한 노예 수난사가 될 수도 있었던 이야기가 이처럼 풍요로워질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일 거예요.

2.

영화 [빌러브드]를 감상하는 것은 결코 편한 경험이 아닙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거의 3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 오프라 윈프리의 거대한 에고, 처참한 노예들의 이야기, 불친절한 내러티브와 싸워야 합니다. 모두가 상당한 강적들인데 넷이 한꺼번에 덤벼드니 당해낼 재간이 없죠.

믿거나 말거나 소설은 영화보다 훨씬 쉽게 읽히는 작품입니다. 매체 때문이겠지요. 소설은 영화처럼 3시간의 폐소 공포증으로 독자들을 몰고가지 않습니다. 모리슨의 시적인 문장은 이야기의 잔인무도함을 결코 무시하지는 않지만 동시에 독자들을 보호해주기도 합니다. 심지어 과거와 현재가 얽혀있는 복잡한 구조도 소설이 훨씬 편합니다. 영화관의 관객들과는 달리 독자들은 페이스를 조절하고 페이지의 앞뒤를 넘기면서 사건들을 되씹을 수 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빌러브드]는 굉장히 우직스러운 영화입니다. 길이부터 그래요. 소설 [빌러브드]는 그렇게까지 긴 소설이 아니니까요. 소설에서 뒤섞여 있는 과거와 현재를 정리해 다시 펼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적어도 영화에 맞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이건 꼭 필요 이상의 자상함까지는 아닐 겁니다. 각자의 매체에 맞는 화법이 있으니까요. 영화는 원작과 주제의 무게에 밀려 새로운 영화의 가능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듯 합니다.

대신 영화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덜익은 1킬로그램 짜리 스테이크처럼 소화하기 힘든 어떤 것이 됩니다. 특별히 어려운 이야기도 아니고 잔인한 장면으로 도배되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 뚝심을 소화하기는 생각만큼 쉽지가 않아요. 한마디로 재미가 없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평이 그처럼 갈라졌던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이 영화에는 영화적 쾌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심지어 영화가 기둥으로 삼고 있는 강렬한 정서적 힘 역시 관객 스스로 파고 들어야 하니까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대가없는 고문인 셈이죠.

그래도 [빌러브드]는 여전히 상당한 힘을 지닌 잘 만든 영화입니다. 원래부터 원작이 단단하니까 그 덕을 상당히 보고 있고, 무지막지한 뚝심을 견뎌낸 관객들은 상당한 댓가를 얻기도 합니다. 촬영의 탁 후지모토나 의상의 콜린 앳우드, 미술의 크리스티 지아와 같은 전문가들이 영화의 기술적 완성도를 뒷받침해주고요. 아주 적게 쓰였지만 묘하게 강렬한 레이첼 포트먼의 음악도 인상적입니다.

배우도 좋습니다. 오프라 윈프리는 직업 배우가 아니지만 그 사람이 나온 영화나 그 사람의 연기는 늘 훌륭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조금은 거칠지만 강한 힘이 들어있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고요. 빌러브드를 연기한 탠디 뉴튼은 반쯤은 인간 몸 속에 들어간 외계인 같고 반쯤은 정신 박약아와 같은 연기를 보여주는데, 제가 생각한 빌러브드의 이미지와는 아주 맞지는 않았지만, 더 나은 대안을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영화의 방식 역시 설득력 있는 것이었어요. 대니 글로버나 킴벌리 엘리스의 조연 역시 든든한 편입니다. (00/09/26)

DJUNA

기타등등

1. 타이틀이 작품이 다 끝나고서야 나오는 영화지요. 우리나라 비디오에서는 한국어 자막으로 제목을 달아 버렸지만요.

2. Thandie Newton의 원래 이름인 Thandiwe는 Beloved라는 의미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