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모니카 스탐브리니 Monica Stambrini

주연
레지나 오리올리....레니
Regina Orioli....Lenni
마야 산사....스텔라
Maya Sansa....Stella
마리엘라 발렌티니....레니의 어머니
Mariella Valentini....Madre di Lenni
치아라 콘티....피피
Chiara Conti....Pippi
루이지 마리아 부루아노....가브리엘레 신부
Luigi Maria Burruano....Padre Gabriele

스텔라와 레니

모니카 스탐브리니의 장편 데뷔작 [가솔린]은 이탈리아 버전 [광란의 사랑]입니다. 어쩔 수 없이 폭력적인 운명에 휩쓸리게 된 두 연인들의 어둡고 불쾌한 탈주극이죠.

영화는 주인공 스텔라와 레니의 주유소에 편협한 중산계급 아줌마인 레니의 어머니가 들이닥치면서 시작됩니다. 스텔라는 여자친구를 끌고 가려는 레니의 어머니를 제지하다가 실수로 그녀를 죽이게 되고 나름대로 행복했던 이들 커플의 운명은 이 때부터 컴컴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시체를 차 트렁크에 싣고 질주하지만 죽은 어머니의 유령은 끝도 없이 레니를 잡아끄는군요.

영화의 원작은 엘레나 스탄카넬리라는 작가의 소설인 모양인데, 당연히 전 읽어본 적 없죠. 하지만 감독인 모니카 스탐브리니의 인터뷰에 따르면 소설 쪽이 더 폭력적인 모양입니다. 도입부에 나오는 레니 어머니의 죽음도 영화에서는 사고지만 원작에서는 의도적인 살인이라고 하더라고요. 감독은 주인공들을 폭력적인 살인마들보다는 서툰 아이들로 만들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영화 [가솔린]은 어쩌다가 자기만의 오아시스에서 떨어져나온 철없는 아이들의 광폭한 파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름대로 추리 소설 애독자라고 할 수 있는 저는 정말 종종 보면서 짜증이 나더군요. 어떻게 저렇게 형편없는 선택만 골라서 하는 건지. 초반에 정신만 제대로 차렸으면 이렇게 심한 꼴은 당하지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심지어 이들은 제대로된 도망자도 아닙니다. 하루 종일 차로 질주하면서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고 마는 걸요. 하지만 그들이 똑바로 생각 못하는 철없고 서툰 아이들이라는 걸 보여주는 게 감독의 의도였을테니 트집만 잡을 수는 없겠지요.

그리고 스탐브리니가 이들을 끌고들어가는 초현실적인 악몽은 거칠지만 꽤 효율적입니다. 특히 수다쟁이 심장처럼 레니를 죄어가는 레니 어머니의 유령은요. 서툰 행각 때문에 두 주인공은 그림 동화 속의 어린아이처럼 보이기도 해요. 정말 그런 측면을 스타일에 구체적으로 반영했어도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제가 정말로 불만이었던 건 이 영화가 충분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일단 막나가기 시작한 후반부에서도 두 주인공들은 겁먹은 채 주저하기만 해요. 전체적으로 영화는 갑갑한 분위기를 뚫을만한 긍정적인 활력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멋대로 카메라를 휘둘러대는 MTV 스타일로도 그건 커버할 수 없어요. 이들이 상대하는 것들이 일상적인 폭력이 아니라 호모포비아와 성차별, 폭압적인 어머니와 얽힌 정서적 앙금과 같은 영화의 주제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이라 더욱 그렇죠. 이야기를 마무리짓기 위해선 어디선가 밖으로 터져나와야 하는데 이 영화에는 그게 없어요. 끝의 결말도 요란하기는 하지만 후련하기보다는 패배주의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레나와 스텔라를 연기한 레지나 오리올리와 마야 산사는 어울리는 커플이고 호흡도 잘 맞습니다. 조금 스테레오타입화된 경향이 있긴 하지만 배우 잘못은 아니지요. 레니의 어머니를 연기한 마리엘라 발렌티니의 불쾌한 이미지도 기억에 오래 남아요. (03/04/17)

DJUNA

기타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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