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앤 휠러 Anne Wheeler

주연
카린 드와이어....매기
Karyn Dwyer....Maggie
크리스티나 콕스....킴
Christina Cox....Kim
웬디 크루슨....라일라
Wendy Crewson....Lila
앤-마리 맥도널드....프랜시스
Anne-Marie MacDonald....Frances
피터 아우터브리지....주디/제레미
Peter Outerbridge....Judy/Jeremy
마리아 델버....칼라
Marya Delver....Carla
케빈 먼디....폴
Kevin Mundy....Paul
토니 나포....토니
Tony Nappo....Tony
제이 브라조....마커스 씨
Jay Brazeau....Mr. Marcus
비어트리스 질란저....버니스
Beatrice Zeilanger....Bernice

1.

매기는 엄마 몰래 대학을 중퇴하고 '10 퍼센트'라는 레즈비언 서점에서 일하는 19살의 레즈비언입니다. 첫 립 싱크 공연을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매기는 이럴 때 늘 등장하는 밤거리의 건달들을 만나 곤욕을 치를 뻔하지만 백마 탄 왕자처럼 짠하고 나타난 길거리 화가 킴의 도움을 받죠. 첫눈에 불이 확 붙은 두 사람은 막 뜨거운 관계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하필이면 막 이혼한 엄마 라일라와 고등학생 동생 폴이 매기의 집에 들이 닥칩니다...

2.

앤 휠러의 [초콜렛보다 좋아]는 90년대 이후 부쩍 늘어난 게이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일원입니다. 이런 영화들에 대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일단 이들이 장르화되면서 게이 관객들의 데이트 영화들이 늘어났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건 좋은 일이지요. 그 자체로서의 역할도 중요하고, 이런 영화들이 있어야 그 위에 다른 것들이 설 공간도 넓어지니까요. 그러나 늘어난 양만큼 과연 질 역시 상승하기는 한 것인지? 오히려 새로 생긴 장르 안에 너무 빨리 안주해버린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과연 안주할 수 있을만큼 이 장르가 단단하기는 한 것인지요?

3.

[초콜렛보다 좋아]는 여러 면에서 [괜찮아... 그냥 섹스라니까]와 비교될 수 있는 영화입니다. [괜찮아... 그냥 섹스라니까]처럼 노골적인 게이 백화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다양한 상황과 사람들(레즈비언 커플, 주인공의 남동생과 연애를 시작한 양성애자, 레즈비언 서점 주인을 짝사랑하는 트렌스베스타이트 주디, 갑자기 섹스 토이에 몰두하게 된 엄마...)을 다루고 있고, 그들 모두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고 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를 바탕으로 깔고 있지만, 스킨 헤드 족의 폭력이나 검열 문제와 같은 심각한 이슈를 끄집어내는 것도 잊지 않고 있죠.

[괜찮아... 그냥 섹스라니까]에서처럼 이런 잡다한 설정은 많은 부분에서 해가 됩니다. 종종 필요 이상의 균형 감각을 보여주려 애쓰는 동안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릴 때가 많고(가장 노골적인 부분이 여자 화장실에서 주디가 구타당하는 장면입니다) 검열 문제 같은 것들은 여전히 튑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영화는 [괜찮아... 그냥 섹스라니까]보다 자연스럽습니다. 일단 이 영화는 [괜찮아... 그냥 섹스라니까]처럼 엄청난 정치적 의도를 품은 작품이 아닙니다. 영화의 정치적인 요소도 생각만큼 노골적이지는 않고 종종 코미디나 드라마의 일부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외설서적으로 분류되어 있는 책들 중 [빨강 망토]가 섞여 있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나 '10 퍼센트'에서 벌어지는 소동이 갈등 해소의 역할을 하는 것 따위가 말이지요. 등장인물의 배정도 비교적 자연스러운 편이고요. 레즈비언 버전 [결혼 피로연]으로 그칠 수 있었던 이야기가 보다 다양한 얼굴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잡다한 조연들 덕택입니다. 덕택에 꽤 흥겨운 영화가 되었어요.

4.

매기와 킴은 꽤 화끈한 섹스 신을 배정받고 있습니다. 두 배우 모두 귀엽고요.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기능적일 뿐, 영화의 핵심은 되지 못하는 듯 하군요. 정서적인 면을 따진다면 주디와 프랜시스의 관계가 더 큰 듯합니다.

라일라와 매기의 갈등은 지나치게 거칠게 묘사되었습니다. 킴과의 관계가 들통난 뒤 벌어지는 일련의 해프닝은 작위적이고요. 그리고 전 아무리 생각해도 라일라가, 주디가 남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걸 믿을 수 없더군요.

자잘한 단점들이 더 있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런 걸 하나하나 지적할 정도로 관객들이 매정해지지는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맘씨 좋은 영화이며 꽤 재미있기도 하니까요. (00/09/10)

DJUNA

기타등등

1. 자꾸 립싱크 쇼 장면에 나왔던 [줄리 크리스티] 노래가 머리 속에서 빙빙 도는군요.

2. 피터 아우터브리지는 다양한 종류의 성적 일탈을 하나씩 실험하는 듯 하네요. 아직도 [키스드]의 기억이 생생한데 말이에요.

3. 제2회 퀴어 영화제 상영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