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팀 버튼 Tim Burton

주연
유안 맥그리거....젊은 에드 블룸
Ewan McGregor....Young Ed Bloom
앨버트 피니....노인 에드 블룸
Albert Finney....Senior Ed Bloom
빌리 크루덥....윌 블룸
Billy Crudup....Will Bloom
제시카 랭....노인 산드라 블룸
Jessica Lange....Senior Sandra Bloom
앨리슨 로만....젊은 산드라 블룸
Alison Lohman....Young Sandra Bloom
헬레나 본햄 카터....제니/마녀
Helena Bonham Carter....Jenny/The Witch
마리옹 코티야르....조세핀
Marion Cotillard....Josephine
스티브 부세미....노더 윈슬로
Steve Buscemi....Norther Winslow
매튜 맥그로리....칼
Matthew McGrory....Karl
에이다 타이....핑
Ada Tai....Ping
알린 타이....징
Arlene Tai....Jing
대니 드비토....에이모스 캘로웨이
Danny DeVito....Amos Calloway
헤일리 앤 넬슨....제니 (8살)
Hailey Anne Nelson....Jenny (Age 8)

산드라와 에드

[빅 피시]는 죽어가는 아버지의 삶을 재구성하려 시도하는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이 아버지가 지독한 허풍쟁이라 그 허풍 속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을 가려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죠. 영화는 한 노인의 죽음을 준비하는 가족들의 사실적인 이야기와 그 죽어가는 남자의 허풍들을 그대로 재구성한 환상적인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보여줍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에드워드 블룸입니다. 실제 세계에서는 평범한 외판원에 불과했을 그는 자신의 허풍 속에서는 폴 버니언에 맞먹는 이야기 속의 영웅입니다. 그는 거대한 거인으로부터 마을을 구해내고, 늑대인간과 싸우고, 첫눈에 반한 여인에게 청혼하기 위해 1만 송이의 황금수선화를 심고, 전쟁 때 적지에 낙하해 기밀서류와 함께 샴 쌍둥이 자매 가수를 미국으로 데려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처음 들을 때는 굉장히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을 어렸을 때부터 끝도 없이 반복해서 들은 그의 아들 윌에겐 사정이 다르지요. 그에게 아버지는 환상적인 이야기 속에 숨은 타인과 다름없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기다리는 동안 윌은 그 타인의 진실을 파헤치려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 중 윌에게 주어진 재료들은 여전히 아버지의 이야기들 뿐입니다. 지금까지 그에게 장벽이었던 이야기들이 이제는 유일한 단서들이 된 것이죠.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익숙한 이야기들은 연대기 순으로 재구성되면서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되고 윌은 그 속에서 그가 지금까지 무시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다시 읽게 됩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다니엘 월레스의 원작소설이 할리우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건 내용이나 주제 때문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 이야기가 시각화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었겠지요. 활자 속에서는 특별히 차별화되지 않는 사실과 허구의 결합이 시청각 매체인 영화 속에서는 굉장히 근사한 스펙터클의 재료가 될 수 있으니까요. 당연히 이 영화는 맨 처음 이런 스펙터클을 다루는 대가인 스필버그에게 넘어갔습니다. 스필버그가 [마이너리티 리포트] 때문에 프로젝트를 포기하자 같은 터에서 그만큼이나 명성을 떨치고 있는 팀 버튼에게 넘어간 것도 그 때문이었겠고요.

예상대로 버튼은 이 영화에서도 그 특유의 화려한 비주얼을 선보입니다. 예쁘지만 그로테스크하고 화사하지만 컴컴한 어둠이 깔려 있는 그런 스펙터클 말이에요. [빅 피쉬]는 팀 버튼다운 시각적 성찬입니다.

영화의 드라마는 좋은 배우들에 의해 인상적으로 연기되기도 했습니다. 앨버트 피니와 빌리 크루덥이 진지한 부자간의 갈등을 그리는 동안 유안 맥그리거는 동화책 주인공의 순수한 매력을 그려내고 헬레나 본햄 카터는 팀 버튼 적인 그로테스크한 아름다움을 추가하는 식이지요. 물론 제시카 랭과 앨리슨 로먼이 남긴 아름다운 잔영도 잊을 수 없어요.

그러나 과연 이 영화가 소재가 가진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한 것일까요? 거기에 대해서는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군요. 일단 너무나도 압도적인 팀 버튼식 비주얼이 이 영화가 말하는 부자간의 이해 과정에 대한 담담한 이야기를 오히려 까먹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버튼 자신도 최근에 아버지를 잃어 그 감정이 영화에 투영되었다고는 합니다만, 전 이 영화가 그렇게까지 깊이있게 부자 관계를 묘사했다는 인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기엔 이야기가 지나치게 감상적이었단 말이에요. 그게 버튼 탓인지, 각본가인 존 어거스트 탓인지, 원작자인 다니엘 월레스의 탓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모든 이야기를 아버지의 허풍을 통해 전달하는 것은 흥미로운 영화적 아이디어지만 그래도 전 그 허풍을 지지하는 현실의 기반 역시 따라주길 바랐습니다.

[빅 피쉬]는 여전히 흥미로운 팀 버튼 영화입니다. 유쾌한 코미디이고 환상적인 모험담이며 좋은 배우들의 연기 견본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글쎄요. 전 이전 버튼 영화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강한 진정성을 이 영화에서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작가주의의 도그마에 매달려 버튼이라는 예술가를 우리의 선입견에 가둘 필요는 없지만, [빅 피쉬]는 그의 이전 영화들보다 훨씬 정상적이고 안전한 할리우드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04/02/19)

DJUNA

기타등등

중간에 한국어 대사가 몇 개 나오니까 확인해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