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테렌스 영 Terence Young

주연
롤랑 프티
Roland Petit
지지 장메르
Zizi Jeanmaire
시드 셰리스
Cyd Charisse
모이라 셔러
Moira Shearer
모리스 슈발리에
Maurice Chevalier

[블랙 타이츠]는 무척 희귀한 장르에 속해 있습니다. 극장 개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순수 발레 영화말이에요. 이 영화는 롤랑 프티가 안무한 네 편의 발레([La Croqueuse de Diamants], [Cyrano de Bergerac], [Deuil en 24 Heures], [Carmen])를 묶은 작품입니다.

희귀한 장르? 글쎄요. 오히려 이런 부류로는 유일하지 않을까요? 물론 다른 발레 영화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만한 상업적 야심을 바탕에 깐 작품은 없을 겁니다. 유명한 폰테인과 누레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도 영화로서는 그저 그러니까요.

하지만 [블랙 타이츠]는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진짜 상업 영화입니다. 모이라 셔러, 시드 셰리스와 같은 '영화 배우' 발레리나들의 영입이나 모리스 슈발리에의 나레이션과 같은 걸 보세요. 많은 발레팬들은 이런 방식이 순수성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셔러와 셰리스는 모두 좋은 무용수니까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종종 발레 중간에 삽입되어 줄거리를 읊어주는 슈발리에의 나레이션은 오히려 집중에 방해가 될 때도 있죠.

그래도 이 정도면 좋은 타협입니다. 롤랑 프티 역시 잘 고른 안무가고요. 그의 작품은 이해하기 쉽고 대중적이며 경쾌합니다. 진 켈리 정도의 영화에만 익숙해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들이지요. 발레 팬들 역시 만족할 법 합니다. 롤랑 프티나 지지 장메르의 전성기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는 결코 많지 않을테니까요. 영화의 기록적 가치는 훌륭합니다. 발레 역시 좋고요.

문제는 이 작품들이 제대로 영화화 되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대답은 어정쩡할 수밖에 없군요. 보기는 화려하고 예뻐요. 이브 생 로랑이 디자인한 의상도 아름답고요. 하지만 전 감독인 테렌스 영이 프티의 발레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가장 기초적인 발레의 흐름도 잡아내지 못해 종종 휘청거리니까요. 영은 좋은 감독이었지만 켈리나 미넬리처럼 이런 식의 뮤지컬이나 발레에 능숙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잘못 고른 거죠.

게다가 제가 가지고 있는 DVD의 화질은 결코 좋은 편이 아니랍니다. 트랜스퍼야 둘째로 치더라도 원본 필름의 상태가 굉장히 나빠요. 특히 [시라노 드 베르쥬락]에서는 필름이 낡아서 찍찍거리는 소리가 심각할 정도로 크게 나는데, 정말 화가 날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이 DVD는 2.35:1의 원래 화면 비율도 지키지 못했어요.

하지만 참을 수밖에요. 다른 대안이 없지 않아요? 게다가 이 영화의 기록적 가치만 해도 그런 단점들을 커버해준답니다. 전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00/05/21)

DJUNA

기타등등

하긴 키노 사람들한테 필름을 제대로 복원할만한 돈이 있을리는 없었겠지요. 화질에 대해 너무 몰아세울 필요는 없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