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Fernando Meirelles

주연
줄리안 무어....의사의 아내
Julianne Moore....Doctor's Wife
마크 러팔로....의사
Mark Ruffalo....Doctor
앨리스 브라가....검은 안경을 쓴 여자
Alice Braga....Woman with the Dark Glasses
이세야 유스케....첫 번째 눈먼 남자
Yusuke Iseya....First Blind Man
키무라 요시노....첫 번째 눈먼 남자의 아내
Yoshino Kimura....First Blind Man's Wife
돈 맥컬러....도둑
Don McKellar....Thief
모리 체이킨....회계사
Maury Chaykin....Accountant
미첼 나이....소년
Mitchell Nye....Boy
대니 글로버....검은 안대를 낀 남자
Danny Glover....Man with the Black Eye Patch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바텐더/제3병동의 왕
Gael García Bernal....Bartender / King of Ward Three
산드라 오....보건부장관
Sandra Oh....Minister of Health

의사의 아내

요샌 이전처럼 [트리피드의 날]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몇 년 동안 눈 때문에 안과를 들락날락하다보니 눈과 관련된 모든 것들에 민감해졌어요. 물론 그 중 가장 끔찍한 악몽은 실명입니다. 그래놨으니 [눈먼 자들의 도시]를 보기 전에 제가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먼저 책을 읽어 결말을 알고 있지 않았다면 건너뛰었을지도 몰라요.

내용은 여러분들도 다 알지요. [트리피드의 날]에서 식인 식물을 뺀 설정입니다. 갑자기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눈이 멀기 시작합니다. 전염병을 의심한 정부에서는 눈먼 사람들을 격리시키죠. 눈 먼 사람들이 직접 운영할 수밖에 없는 수용소는 배설물과 시체들이 구르는 지옥으로 변해가고 그 중에는 또 그런 위치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다행히도 여기엔 눈이 멀지 않은 단 한 명의 사람이 있었으니, 그 사람은 첫 번째 실명 환자를 진찰했던 안과의사의 아내입니다.

주제 사라마구의 원작 소설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책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영화로 옮겨서 같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책을 한 번 보죠. 이 책은 일종의 우화입니다. 책에서 일어나는 실명은 구체적인 병이라기보다는 막연하게 보편적인 인간조건의 상징이죠. 사라마구는 이 상징성을 최대한으로 살리기 위해 이야기가 벌어지는 세계에서 고유명사들을 모두 지워버렸습니다. 이름 없는 도시에서 이름 없는 사람들이 벌이는 추상적인 드라마인 거죠. (아, 말이 너무 공허하게 들리는군요!)

소설 속에서는 이게 특별히 부자연스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걸 영화로 옮기면 문제가 생깁니다. 영화는 구체적인 장르에요. 우린 시청각을 동원해 주인공들을 보고 그들이 사는 집을 보고 그들의 대화를 엿듣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추상적 익명성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아요. 그걸 계속 고집하다가는 어색해지지요. 상징 역시 마찬가지. 이런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려면 전혀 다른 접근법을 취해야 합니다.

하지만 [눈먼 자들의 도시]는 노벨상 수상작가의 존경받는 원작에 지나치게 충실합니다. 그럼 당연히 곤란하죠. 사라마구의 소설에서 기본 줄거리만 따로 떼어놓고 보세요. 뭐가 보이나요? 어색하고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끌다가 얼렁뚱땅 끝나는 설익은 재난물입니다. 그것도 노골적인 상징주의로 범벅이 된. 바로 이 영화판과 같은 작품이 나오는 것이죠. 이런 경우 원작의 스토리에 충실하는 건 오히려 원작을 제대로 옮기는 게 아닙니다.

[시티 오브 갓]의 페르난도 메이렐레스가 감독이지만, 사실 이 영화는 각본을 쓰고 도둑을 연기한 돈 맥컬러의 프로젝트입니다. 그는 이전에도 인류 종말을 다룬 추상적인 재난물인 [마지막 밤]을 감독한 적이 있지요. 영화로 본다면 전 [마지막 밤]이 더 좋습니다. 원작에 대한 존경으로 얼어버린 이번 영화보다 더 정직했고 할 말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눈먼 자들의 도시]가 나쁘기만 한 영화이냐, 그런 건 아닙니다. 일단 원작에 충실하니까 사라마구 팬들은 만족하실 수 있을 거예요. 페이스도 좋은 편이고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줄리안 무어나 마크 러팔로, 대니 글로버와 같은 노련한 전문가들의 좋은 연기를 감상하실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전 이 영화가 스토리의 가능성을 제대로 탐구했다고 보지도 않고 그에 맞는 스타일을 찾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게 문제인 거죠. (08/11/06)

DJUNA

기타등등

그런데 과연 총을 쥔 눈먼 남자가 그렇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 눈 뜬 사람 한 명과 최소한의 계획만 있어도 그 사람 한 명 무력화시키는 건 일도 아닌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