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에드워드 즈윅 Edward Zwick

주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대니 아처
Leonardo DiCaprio....Danny Archer
지몬 한수....솔로몬 반디
Djimon Hounsou....Solomon Vandy
제니퍼 코넬리....매디 보웬
Jennifer Connelly....Maddy Bowen
카지소 쿠이퍼스....디아 반디
Kagiso Kuypers....Dia Vandy
아놀드 보슬루....쿳시 대령
Arnold Vosloo....Colonel Coetzee
안토니 콜먼....코델 브라운
Antony Coleman....Cordell Brown
베누 마브헤나....재시 반디
Benu Mabhena....Jassie Vandy
아노인팅 루콜라....엔얀다 반디
Anointing Lukola....N'Yanda Vandy
데이빗 헤어우드....포이즌 대위
David Harewood....Captain Poison
베이질 월레스....벤자민 카파나이
Basil Wallace....Benjamin Kapanay

대니와 솔로몬

에드워드 즈윅의 다른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무척 심각한 영화입니다. 그냥 심각하기만 한 정도가 아니라 분명한 정치적 목표까지 세워놓고 있지요. 영화의 모든 이야기가 끝나면 즈윅은 자막을 통해 관객들에게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합니다. 아프리카 분쟁지역에서 흘러나오는 다이아몬드를 구매하지 말라는 것이죠.

영화를 보면 왜 그래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무대인 시에라리온에서 다이아몬드는 엄청난 사람들이 흘린 피의 댓가인 동시에 그 피의 원인입니다.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정부군과 반군이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하고 강제노역으로 몰고가는 동안, 유럽의 상인들은 라이베리아를 통해 밀수된 다이아몬드를 사들이며 은근히 그 분쟁을 부추기고 있지요.

이것만으로도 좋은 다큐멘터리의 소재가 되겠지만, 즈윅이 만드는 것은 액션 영화이기 때문에, 그는 허구의 주인공 둘을 만들어 이 세계에 파견합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아들을 반군에게 빼앗긴 평범한 어부 솔로몬 반디입니다. 그는 반군에게 끌려가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강제 노동을 하는 동안 우연히 커다란 핑크 다이아몬드 원석을 발견해 그걸 몰래 숨겨놓지요. 두 번째 주인공은 짐바브웨 출신의 백인 용병인 대니 아처로, 그는 솔로몬과 함께 그 원석을 되찾아 한 몫 챙겨서 이 지긋지긋한 아프리카를 뜨려고 합니다.

이들의 여정은 결코 만만치가 않습니다. 일단 솔로몬과 대니는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해 있는 사람들입니다. 솔로몬은 도덕적인 기준이 분명한 든든한 기둥과 같은 남자입니다. 하지만 대니는 타락한 기회주의자이고 용병이며 밀수꾼입니다. 영화가 거의 끝날 때까지 두 사람이 서로를 못 미더워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물론 영화는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고 고민하게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그럴 여유가 없지요. 솔로몬이 묻어둔 다이아몬드까지 가는 길이 결코 만만치가 않거든요. 관객들은 이들이 다이아몬드로 접근해 가는 동안 1999년 당시 시에라리온에서 벌어졌던 온갖 끔찍한 상황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 설정은 굉장히 강렬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이나 위선적이고 얄팍한 이야기로 빠질 수도 있습니다. 결국 드라마에 얼마나 진실성을 부여하느냐의 문제인데,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이런 소재를 다루는 할리우드 영화들이 자주 그러는 것처럼, 좀 왔다갔다 합니다. 충분히 탐구할 만한 캐릭터들과 드라마의 재료들을 갖추고 있지만, 정작 그걸 사용하는 방식은 종종 따분할 정도로 도식적이거든요. 캐릭터 위주의 액션물과 사회적 메시지 사이에서 방황하느라 방향을 잡지 못하기도 하고요.

그 결과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옥석이 섞여 있는 거칠고 투박한 영화가 됩니다. 선악의 경계선에서 드라마틱하게 갈등하는 대니 아처는 종종 흥미진진한 탐구대상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그만큼이나 자주 뻔한 할리우드 영웅이 되어 진부하게 주저앉기도 하죠. 시에라리온에서 벌어진 피투성이 현장을 아무런 가감없이 보여주면서도 은근히 주인공들에게만 거기서 빠져나올 편리한 해결책을 제공해주는 영화의 스토리 전개는 안이하게 느껴지고요. 솔로몬 반디와 대니 아처를 돕는 저널리스트 매디 보웬은 영화의 도덕적 기틀과 메시지를 제공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정작 드라마 내의 기능적인 면만 본다면 따분한 스테레오타입에 불과하지요.

하지만 아무리 이들의 시도가 할리우드 액션 영화 공식과 할리우드 좌파의 사고틀 안에 갇혀 있다고 해도, 영화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보다 당연히 낫고, 아무리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진부해도 그 틈 사이에서 기어나오는 끔찍한 현실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거든요. (07/01/05)

DJUNA

기타등등

아무리 팬들이 사라진 미모를 아쉬워한다고 해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지금 모습이 낫더군요. [타이타닉] 시절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니 아처 역할을 소화해내긴 어려웠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