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아벨 페라라 Abel Ferrara

주연
가브리엘 앤워....마티 말론
Gabrielle Anwar....Marti Malone
멕 틸리....캐롤 말론
Meg Tilly....Carol Malone
테리 킨니....스티브 말론
Terry Kinney....Steve Malone
라일리 머피....앤디 말론
Reilly Murphy....Andy Malone
빌리 워스....팀 영
Billy Wirth....Tim Young
크리스틴 일리스....진 플랫
Christine Elise....Jenn Platt
R. 리 어미....플랫 장군
R. Lee Ermey....General Platt
캐서린 도일....플랫 부인
Kathleen Doyle....Mrs. Platt
포레스트 위테이커....콜린스 소령
Forest Whitaker....Major Collins
G. 엘비스 필립스....피트
G. Elvis Phillips....Pete

마티

잭 피니의 [Body Snatchers]는 더 이상 한 편의 독립된 소설이 아닙니다. 소장르이고 속이 빈 틀이지요. 할리우드 사람들은 더 이상 피니가 쓴 소설의 줄거리나 캐릭터들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약탈하고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콩깍지 외계인이라는 설정입니다.

지금까지 세 편의 [Body Snatchers] 영화들이 나왔고, 이들은 모두 이 콩깍지 외계인들을 다른 식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50년대에 나온 돈 시겔의 첫 번째 영화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전혀 다른 존재로 대체되거나 변화될 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냉전 시대 사람들의 공포증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70년대 말에 나온 필립 카우프먼의 두 번째 영화는 반대로 개성과 주체성의 상실을 걱정하는 70년대 미국인들의 공포에 대한 것이었고요.

페라라의 버전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영화가 나온 90년대 초반은 에이즈 공포증이 한창이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관 별 관계가 없는 것 같아요. 주인공과 재혼한 아빠의 갈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긴 하지만 미국 사회의 가족 해체에 대한 이야기라고 밀고 가자니 역시 심심합니다.

가장 노골적인 것은 역시 기본 설정입니다. 시겔의 영화가 미국의 나른하고 평범한 소도시를 다루었고, 카우프먼의 영화가 역동적인 대도시 샌프란시스코를 다루었다면, 페라라는 군부대를 무대로 삼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환경보호청에서 일하는 과학자 아빠와 그 가족들입니다. 벌써부터 공공연한 갈등구조가 드러나죠. 리버럴한 지식인들과 군대의 갈등인 겁니다.

이렇게 보면 슬슬 시대와 영화의 교감이 드러납니다. 93년이라면 미국은 이미 첫 번째 부시와 첫 번째 이라크 전을 겪었죠. 한동안 잊혀졌던 군대라는 존재가 갑자기 가시권 안에 들어온 겁니다. 물론 그것들을 움직이는 매커니즘에 대해 탐구해 봐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을 거고요.

그래놓고 아이디어를 전개시켜 보니 이게 썩 괜찮습니다. 군대라는 곳이 원래 개인의 개성을 죽이고 집단을 중요시하는 곳이니까요. 그거야 50년대 미국 소도시도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이 영화에서 군대는 소도시 사람들보다 훨씬 공공연하게 그런 복종을 강요할 수 있습니다. 위험도 더 커졌고요. 콩깍지 외계인들이 점령한 민간인들과 콩깍지 외계인들이 점령한 미군 중 어느 쪽이 더 위험하겠어요? 물론 이런 설정은 잽싸게 정치적 함의로 연결됩니다.

페라라의 버전은 지금 와서 보면 더욱 와 닿는 영화입니다. 클린턴 시절의 관객들은 이 영화를 가볍게 볼 여유가 있었죠. 사실 페라라의 버전은 앞에 나온 두 편에 비해 떨어지는 구석이 많은 영화니까요. 차별화되는 설정은 인상적이지만 반복이 잦고 절정엔 충분한 힘이 없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부시와 두 번째 이라크 전과 9/11을 겪은 지금의 관객들에게 페라라의 악몽은 당시보다 훨씬 섬뜩하고 절실하게 보입니다. 영화의 비전이 그만큼 적중했던 걸까요? 그럴 수도. 아니면 우리가 그만큼 더 예민해진 것이겠죠. (06/01/04)

DJUNA

기타등등

가브리엘 앤워가 이 영화의 주연입니다. 무척 아름다운 사람이고 그게 이 영화의 중요한 흥행 포인트이긴 한데, 그게 좀 심했다는 생각도 들긴 해요. 예를 들어 이 배우와 관련된 몇몇 누드 장면은 순전히 감각적인 쾌락만을 의도한 것이 분명해요. 감각적인 쾌락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진정성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