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바이런 하워드 Byron Howard
크리스 윌리엄스 Chris Williams

주연
존 트라볼타....볼트
John Travolta....Bolt
마일리 사이러스....페니
Miley Cyrus....Penny
수지 이스먼....미튼스
Susie Essman....Mittens
마크 월튼....라이노
Mark Walton....Rhino
말콤 맥도웰....칼리코 박사
Malcolm McDowell....Dr. Calico
제임스 립튼....감독
James Lipton....The Director
그렉 저먼....에이전트
Greg Germann....The Agent

볼트와 페니

[볼트]에서 영화적으로 가장 흥분되는 부분은 도입부입니다. 초능력을 가진 하얀 개 볼트가 용감한 어린 소녀 페니와 함께 지구를 정복하려는 악당과 맞서 싸웁니다. 볼트는 자동차를 입으로 물어 집어 던지고 미사일처럼 차 사이를 질주하고 한 번의 점프로 헬리콥터 위를 뛰어넘고 눈으로 광선을 쏴 금속을 녹이며 울음 소리로 수백 명의 악당들을 날려버립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판타지입니다. 실제로 볼트에겐 이런 능력이 없지요. 볼트와 페니는 텔레비전 시리즈의 주인공입니다. 단지 볼트만은 이게 사실이라고 믿고 있지요. 시리즈 전체가 일종의 [트루먼 쇼]인 셈입니다.

이게 과연 올바른 도입부인지 모르겠습니다. 내용을 모르고 영화를 보기 시작한 관객들은 이 반전에 실망할 가능성이 커요. 그 이후 영화가 도입부의 액션만큼 시선을 끄는 장면들을 연출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제가 이 영화를 본 극장에서도 오프닝이 끝나자 실망한 어린 관객들이 일제히 신음소리를 지르더군요.

하지만 내용 전체를 고려해보면 이 아이디어는 쓸 만합니다. 초능력을 가진 개의 이야기는 평범한 액션물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자기에게 초능력이 있다고 믿는 개의 이야기는 정체성의 문제, 미국 쇼 비즈니스계의 풍자, 허구와 현실의 대립, 존재 의미의 탐구와 실제 세계의 갈등에 대해 훨씬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며 이들은 자연스럽게 드라마로 이어집니다.

오프닝 이후 볼트의 드라마는 액션물보다는 [돌아온 래시]에 가깝습니다. 사라진 주인을 찾아 대륙을 홀로 가로지르는 충성스러운 개의 이야기지요. 그러는 동안 볼트는 친구들도 얻습니다. 하나는 뉴욕에서 만난 길고양이 미튼스로, 볼트는 그 고양이가 드라마 속 악당의 부하라고 믿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텔레비전 광이며 [볼트] 시리즈의 열혈 시청자인 햄스터 라이노로, 그는 볼트보다도 볼트의 세계를 더 열성적으로 믿고 있지요.

이들의 이야기는 무척 미국적입니다. 그 때문에 영어로 감상하지 않으면 맛이 많이 떨어져요. 이 영화 속의 동물들은 모두 미국 사회의 특정 스테레오타입을 모방하고 있고 인간들 역시 특정 사회, 그러니까 이 경우는 할리우드 쇼비즈 세계 사람들의 캐리커처들입니다. 역시 우리나라 어린 관객들이 완벽하게 소화하기는 어려운 소재들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보다 보편적인 이야기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가족 이야기죠. “또 디즈니식 가족 이야기야?”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가족 이야기도 하기 나름이며, 이 영화에서 볼트가 구축해가는 대체 가족의 이야기는 디즈니를 비판하면서도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반복하는 혈통주의에 대한 집착보다 훨씬 건전합니다. 새롭지는 않지만 건강하죠.

디즈니 자체 제작 3D 영화들은 픽사 영화들에 비해 늘 낮게 취급되어 왔습니다. [볼트] 역시 픽사 특유의 ‘명품’ 느낌은 없어요. 아이디어는 재미있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은 평범한 편이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트]는 자기 나름의 퀄리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평범해보이지만 썩 재미있는 이야기이고 교훈도 적절한 편이죠. 이 정도면 성공이라고 할 수밖에요. (09/01/06)

DJUNA

기타등등

[볼트] 시리즈의 설정은 [가제트 형사]와 많이 비슷하지 않습니까? 심지어 소녀의 이름도 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