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장-폴 라프노 Jean-Paul Rappeneau

주연
그레고리 드랑제르....프레데릭 오제
Grégori Derangère....Frédéric Auger
이자벨 아자니....비비안 당베르
Isabelle Adjani....Viviane Denvers
제라르 드파르디외....장-에티엔 보포르
Gérard Depardieu....Jean-Étienne Beaufort
비르지니 르도양....카미유
Virginie Ledoyen....Camille
이반 아탈....라울
Yvan Attal....Raoul
피터 코요티....알렉스 윙클러
Peter Coyote....Alex Winckler
장-마르크 스탈레....코폴스키 교수
Jean-Marc Stehlé....Professeur Kopolski

프레데릭과 비비안

1939년. 주인공 프레데릭 오제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영화 배우 비비안의 집에서 죽은 남자의 시체를 옮겨주다가 발각되어 체포당합니다. 1940년. 독일군의 침공이 시작되고 프레데릭은 같은 수갑에 묶인 동료 라울과 함께 엉겁결에 탈출하게 되지요. 비비안은 이제 장 에티엔 보포르라는 장관의 정부이고, 라울과 프레데릭은 보르도로 가는 열차 안에서 카미유라는 물리학자를 만나게 되고, 그 물리학자의 스승인 코폴스키 교수는 자동차 뒤에 중수가 든 유리병들을 보관하고 있고, 비비안은 알렉스 윙클러라는 미국인 리포터와 막연히 아는 사이인데 그는 사실...

[봉 보야주]의 수많은 주인공들은 각자의 드라마를 위해 봉사하기 위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1940년 독일군 침공이라는 역사적 사실의 혼란기를 묘사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다시 말해, 주인공들이 꼭 이런 역할이 아니라고 해도 장 폴 라프노는 여전히 이 영화와 꽤 비슷한 분위기와 재미를 가진 [봉 보야주]라는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중요한 건 역사 자체, 또는 프랑스인들이 1940년이라는 시기를 기억하는 방식이니까요.

시대배경은 컴컴하지만 [봉 보야주]는 적절한 히치콕식 양념이 가미된 경쾌한 코미디입니다. 그것도 사방에서 문닫는 소리가 나는 소극에 가깝지요. 꼭 만나야 되거나 절대로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기가 막힌 타이밍 또는 정말로 말도 안 되는 타이밍에 만나거나 엇갈리면서 소동이 벌어지는 거예요. 단지 영화의 주무대가 저택이 아니라 피난민들로 북새통이 된 프랑스의 보르도라는 점이 다를뿐이죠.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는 없겠죠. 하지만 제2차 세대대전 당시의 프랑스는 사정이 다릅니다. 영국만큼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적당히 로맨틱한 분위기로 끌어갈 여유가 오래 전부터 형성되어 있지요. 라프노 역시 그걸 이용하고 있는 거고요.

언제든지 교체가능하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영화는 좋은 배우들이 연기하는 흥미진진한 캐릭터들에 의해 이끌려갑니다. 가장 재미있는 인물은 이기적이고 거짓말쟁이인 디바이면서도 끊임없이 주변에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영화배우 비비안이죠. 다른 사람들은 비비안처럼 공들여 묘사되지는 않지만 모두 넉넉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고 설득력도 있습니다. 중수와 같은 맥거핀이나 독일 스파이들과 같은 서스펜스 요소들도 잘 살아있는 편이고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을 다루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은 예상외로 잘 얽혀 있어요. 쉽게 좌초할 수 있는 혼란 속에 빠져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빠르게 움직이고 그 얽힘은 설득력이 있으며 전체적으로 재미있습니다. 바람에 날릴 정도로 가볍고 경박하기까지 한 재미이긴 하지만요. (07/04/27)

DJUNA

기타등등

피터 코요티는 이 영화에서 2개 국어를 하는데, 정작 영어는 안 쓰더군요.